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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 지휘자 꿈꾸는 지훈상 회장
[ 2008년 06월 25일 02시 55분 ]
지훈상 연세대 의료원장 겸 의무부총장인 지난 5월 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대한병원협회 정기총회에서 임기 2년의 34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8년 만에 중소병원장이 아닌 대학병원에서 병원협회장을 배출한 셈이다. 지훈상 신임 회장이 중소병원과 대학병원의 반목청산을 기치로 병협 회무를 시작한지 한 달. 지 회장은 “아직 업무파악도 하지 못했다”며 엄살을 폈지만 이미 병협 체질 개선을 위한 개혁방안과 회원병원 권익보호를 위한 로드맵 구상이 끝난 상태다. 의료 양극화에 따른 병원계 내홍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훈상 회장은 어떤 비책으로 작금의 난국을 타개해 나갈지 들어봤다.[편집자주]

알고도 내딛은 가시밭길

지훈상 회장은 취임 당시 선거과정에서 불거졌던 중소병원과 대학병원의 갈등을 의식하듯 ‘병원계 화합’을 최우선 기치로 내세웠다.

그도 그럴 것이 병원협회는 그동안 중소병원 출신 원장들의 잇단 회장 역임에 따른 대학병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반목 청산을 위해 ‘회장 순번제’라는 카드를 뽑아 들었다.

대학병원과 중소병원이 순번으로 돌아가며 병협회장을 맡도록 했고 그동안 회장직에서 소외됐던 대학병원부터 순번제를 적용키로 했다.

당연히 중소병원 원장들이 반발했고 급기야 병협회장을 고대하던 서울시병원회 허춘웅 회장은 병협 이사회의 합의에 굴하지 않고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주위의 만류를 의식한 허 회장이 선거기간 중 출마를 포기하면서 일단락 됐지만 중소병원계의 불만이 잔존한 상태에서 지훈상 회장이 병협 수장에 오르게 됐다.

우려는 곧바로 현실로 나타나며 지훈상 회장의 순탄치 않은 앞날을 예고했다.

지훈상 회장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대한병원협회 시도병원회장 회의에서는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사이에 흐르는 냉기류가 그대로 연출됐다.

이번 회의는 회무에 대한 논의보다는 지훈상 회장이 꾸린 신임 집행부의 상견례 성격이 강했지만 중소병원계는 이에 개의치 않고 대학병원들을 겨냥했다.

지훈상 회장은 “오늘은 상견례 자리인 만큼 어려운 얘기는 다음 회의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자"며 서둘러 회의를 마쳤지만 곤혹스런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병협회장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대학병원에 대한 중소병원의 불만이 그렇게 클 줄은 몰랐다”며 당시 상황을 술회했다.

중소병원들의 원성을 직접 확인한 지훈상 회장은 취임 당시 보다 결연한 의지로 중소병원계의 포용을 통한 병원계 화합을 강조했다.

지 회장은 그 일환으로 중소병원들의 가장 큰 현안인 간호인력 수급 문제 해결에 병협 회무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 시민단체 등을 초청해 중소병원들의 간호인력난 실태를 알리고 해결책 마련을 위한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중소병원계 의료 인력난의 직접적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대형병원에게도 중소병원 살리기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복안이다.

지훈상 회장은 “직능, 설립구분, 규모별로 30병상에서 2708병상까지 다양한 회원병원의 요구사항이 다를 수 있지만 각 분야별 최상의 소리를 조율해 아름다운 선율로 승화시키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피력했다.

‘병협’이란 깃발 아래 하나로 뭉쳐 상생경영 모델을 정립하고 공동의 권익 증진을 위해 화합의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겠다는게 신임 병협회장의 간절하고도 결연한 바람이다.

"병협 주인은 회장 아닌 회원 병원"

지훈상 회장은 ‘병원계의 대통합’과 함께 병원협회의 체질개선에 대해서도 강한 의욕을 나타냈다.

“병협이 출범 50년 동안 의료환경은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변했지만 조직 구성이나 회무 방식은 여전히 50년 전이다”

지 회장은 우선 회장 중심적으로 운영되던 병협 회무를 위원회 중심으로 전격 전환키로 했다. 이를 위해 캐비넷 구성에서도 코드 인사가 아닌 전문성 위주로 이사진을 배치하고 관련 분야 전권을 위임했다.

그는 “복잡다난한 병원계 현안을 회장 혼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인 일”이라며 “각 위원회의 전문성을 살려 최대한 효율성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협의 주인은 회장이 아닌 회원병원”이라며 “회장은 회원병원의 권익보호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보조자적 역할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회장으로써 굵직한 현안에 대해서는 병협이 나가야 할 방향성을 분명히 제시했다.

의료법 전면개정과 관련해서는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의료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시키기 위해 의료법 전면 개정은 불가피하다”며 기존 병협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의료법인 인수 합병 허용, 전문병원 활성화, 병원 내 시설 임대를 통한 의료기관 개설허용, 비전속진료 허용 등 ‘의료공급체계 효율성 제고’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 선택진료제에 대해서는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고 비현실적 건강보험수가의 원가보전을 위해 존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전문의 수급불균형 문제 해소방안으로는 정부의 전체 수련병원에 대한 재정 및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이 관건이라며 정부의 책임론을 제시했다.

지훈상 회장은 세계 의료시장 변화에 따른 국내 의료기관 생존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기관에 대한 투자, 수가 등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규제보다는 대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원정책 개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훈상 회장은 특히 “중소병원들도 낮은 건강보험 수가나 대형병원의 초대형화 등 환경 탓만 하지 말고 원장부터 경영 마인드를 갖고 전투하듯 병원을 경영해야 할 것"이라며 중소병원의 분발을 당부했다.

지 회장은 “최근 중소병원들을 돌아보니 의외로 아이디어가 많고 의욕도 넘쳤는데 이런 아이디어와 의욕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병협이 든든한 후원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6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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