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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내 것만 지키려고 하면 낭패 봐"
[ 2008년 06월 27일 02시 05분 ]
지난 17대 국회를 통해 중앙 정치무대에 등장한 통합민주당 김춘진 의원(고창·부안)은 보건복지 전문가이다. 4년 동안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남다른 전문성을 발휘했다. 2004년부터 한 차례도 빠짐없이 국정감사 우수의원에 선정되는 등 성실한 의정활동도 인정받았다. 평소 온화한 이미지로 신사로 불리지만, 국정감사 기간에는 매서운 질문을 쏟아내 공무원 기피 대상 1순위로 분류된다.
김 의원은 이번 18대 총선에서 77%가 넘는 지지를 얻어 전라북도 지역구 당선자 중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치과의사 출신인 그는 보건학 박사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전문성 개발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책 중심의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정치신념을 위해서다.
실제로 김 의원은 소외계층의 보건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한 다양한 입법활동을 전개해 왔다. 대표적인 법안이 지난 2006년 8월 대표 발의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다. 보완대체의학 활성화 등 보건의료서비스 확대에도 관심이 많았다. 소외계층을 보듬는 입법활동에도 적극 나섰다. 2005년 한센병 환자의 피해를 진상규명하고, 유족에게 생활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발의한 '한센인 피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법'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우수 입법으로 평가받았다.
하나같이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노력의 결과이다. 그런 김 의원이 국민들로부터 4년의 소임을 다시 부여받았다. 그는 "재선의원으로서 한층 무게감이 커진 만큼 정책과 정치를 고루 생각하는 의정활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18대 국회 개회준비로 분주했던 5월의 끝자락, 국회의원회관에서 김 의원을 만나 지난 17대 복지위 활동 소회를 들어봤다.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의료산업화 등 많이 이야기가 오갔다. 특히 보건의료인으로서 의료계에 던지는 충고에는 뼈가 있었다. 그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의료서비스 증진에 최선 다했다”
"소외계층과 서민, 중산층을 위한 건강권 확대에 많은 관심을 쏟았는데, 부족함이 많았다. 18대 국회에서는 농어촌 지역민의 보건의료서비스 증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춘진 의원은 지난 17대 복지위 활동에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 문제와 더불어 의료사각 지대에 놓인 국민의 삶 증진에 노력했으나 가야 할 길이 멀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성장과 함께 보건복지 분야의 국민적 관심이 많이 증가하는 만큼 의료보장을 확대하고, 사회 소수자를 위한 정책개발에 매진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은 국민의 선택을 받는 사람으로서, 대의적인 측면을 고려해 입법활동을 추진해야 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며 "이 같은 의미에서 지난 4년 동안의 의정활동은 부족하지만, 일정 부분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의정활동 소감을 전했다.
그는 17대 국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법안으로 2006년에 대표 발의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꼽았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으나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 법은 노인 의료서비스 증진에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입법과정에서 많은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
그러나 보완대체의학 활성화 등을 담은 의료법이 끝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것에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실 보건의료인 출신인 김 의원이 이 법안들을 발의했을 때, 의료계는 불만이 많았다. 누구보다 자신들의 입장을 잘 이해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의료계는 보완대체의학을 활성화한다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판단해 노골적인 경계심부터 드러냈다. 하지만 법안의 취지를 상세히 살펴보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며 "의사, 한의사 등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의학 활성화를 통해 보다 많은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확대하고, 보건의료인의 영역을 넓히는 내용이 법안의 주된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일자리 창출이 기대되는 등 순기능이 많았는데, 의료인단체의 거센 반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손재주가 뛰어난 민족이며, 이 같은 능력은 의료서비스에도 이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권리가 있으며, 국회의원은 그러한 국민의 권리가 제대로 행사되도록 제도와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책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산업화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김 의원은 "의료산업화 정책은 참여정부 때도 있었던 이야기이며,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주장돼 왔다"며 "일정 도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의료산업화의 실체와 국민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에는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영의료보험과 영리법인 의료기관 도입 등이 문제도 같은 맥락에서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영의료보험과 관련해 보완형이냐 대체형이냐 말이 많았다. 정부가 대체형 민간보험 도입은 없다고는 했으나, 보완형만으로도 국내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라며 "어떤 전문가도 보완형 민간보험이 국내 보건의료체계를 변화시킬지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정책입안자가 제도나 정책을 추진할 때 그 의도와 무관하게 시장 주체들이 행동하는 경우가 있어 정책 실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민영의료보험 정책도 비슷한 사례가 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의료비 증가 부분에 대해서도 김 의원은 "의료비 증가는 건강보험급여와 국민의료비 증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중 어떤 것이 국가적인 현안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의료비는 고령화로 인한 자연증가분도 있지만, 의료공급자 측면에서 새로운 의료장비와 신기술을 활용한 의료비용증가 욕구가 있다"고 분석했다.
때문에 행위별수가체계 하에서는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현행 수가에 불만이 많으며, 정부 또한 의료비 증가상황을 감안하면 순수 복지비용 증가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정부와 의료계, 시민단체, 학계가 서로 모여 합의를 모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의료산업화를 통한 외화유치와 성장 동력 확보 등은 좋은 생각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 도입의 목적은 국민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며 "의료산업화라는 미명 아래 의료양극화를 부추기거나 현행 건강보험체계가 붕괴되는 것을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의사단체), 소통의 기술이 부족하다”
그는 이어 "최근 당에서 영화‘식코’의 상영이 있었다. 미국 국민의 40% 정도가 의료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돈이 없으면 의료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며 "정부는 의료산업화 정책의 결과로 의료·보육·교육서비스 제공에 문제가 없는지를 최대한 살펴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 막바지 김 의원은 정치권과 의료계가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원인을 진단했다. 무엇보다 의료계 내부적으로 상대방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것. 자신의 영역을 수성하려는 이미지가 강해 정치권의 박수를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의료계, 특히 의사단체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법안이 발의되면 노골적으로 불만부터 드러낸다. 국회의원은 법안을 발의할 때 도입의 취지와 그 여파를 충분히 고려하는 만큼 의사단체는 이 같은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정치권의 생각이 자신들과 다르다면 적극적인 의사표시와 논리를 펼쳐야 하는데, 이 같은 점에서 의료계의 행동은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체보완의학 관련 법안들만 해도 의사단체로부터 여기저기서 불만과 원망이 들려왔지만, 막상 국회로 찾아와 반대이유를 설명하는 인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자신들의 주장을 정확히 설명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행동을 이제는 보여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복지위 활동을 하면서 의료계에 도움이 되는 법안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춘진 의원은 "의료계의 문제는 누가 연구해서 의사단체에 설명하지는 않는다. 때문에 적극적인 의사표시와 논리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라며 "특히‘모두 내 것이다’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대화에 나서지 않고 지키려고만 한다면 이익집단의 이미지만 강해지고, 이는 결국 의사단체가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의료계는 국내 최고 전문가집단으로서 소통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면 왜 틀린 지를 고민해야 하며,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성도 확보해야 한다"며 "지키려고만 한다는 이미지를 털어버리고, 국민에게 의료계의 소명의식과 책임감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의료계는 국민에게 인정받는 명실상부한 전문가단체로 거듭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6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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