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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말은 안 믿고 환자가 의사인 세태
[ 2008년 07월 15일 03시 55분 ]
부정확한 정보에 의존해 자신의 병을 직접 진단하고 처방 내리는 ‘사이버콘드리아’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의사들의 고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콘드리아’는 인터넷 공간을 뜻하는 ‘사이버(cyber)’와 ’건강염려증(hypochondria)'의 합성어로 인터넷 건강 정보를 보고 자신이 의학정보에 의존해 임의로 자가진단 및 처방을 내리는 증상을 말한다.

이들은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나면 이런 증세와 연관된 특정 질환에 걸렸다고 의심할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검색해 자신이 그 병에 걸렸다고 확신한 후 치료방법을 인터넷에서 찾아 자가 진단을 한다.

그 후 병원에 방문, 의사가 자신의 처방과 다르게 진단할 경우 오히려 의사의 말을 믿지 않으려 해 문제가 되고 있는 것.

실제로 건양의대 김안과 병원에 따르면 눈이 처지는 안검하수 증상이 있는 30대 여성에게 특정 수술법을 권하자 그 여성은 다른 수술법을 대며 “인터넷에는 이 수술이 더 좋다고 나와 있다”며 고집을 꺽지 않아 결국 화를 내며 다른 병원으로 가버렸다.

전문가들은 전문적인 의학정보 판단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정보를 과신할 경우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회사원 양모씨(29.여)는 입술 주위에 물집이 나 인터넷을 검색했더니 ‘헤르페스(염증성 피부질환)’ 증상과 똑같다는 답변을 얻고 ‘세균이 감염되기 쉬우니 공중 화장실은 가지 말라’는 조언을 보고 공중화장실을 멀리했다.

하지만 증상이 낫지 않자 미심쩍어 결국 병원을 찾았더니 ‘피곤해서 입술이 터진 것’일 뿐이었다.

청담 고운세상피부과 이창균 원장은 “이미 자신의 질환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쫙 뽑아보고 자가진단을 내린 상태에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며 “이런 환자들은 의사의 진단을 믿지 않아 설득하기 힘들고 제때 치료를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터넷의 의학정보가 내용상 틀리지 않다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맞는 치료법이 다르므로 인터넷 정보는 ‘1차 정보’ 정도로 참고하고 의사와 상의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이버콘드리아 증후군 문제가 심각해지자 의료계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13일 올바른 건강의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네이버와 의료상담 콘텐츠 제휴 협약을 맺고 이달 말 시범단계에 들어갈 수 있도록 답변 의사를 모집하는 등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의협 관계자는 “인터넷 상에 각종 무분별한 건강·질병 정보가 범람함에 따라 국민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의협에서 올바른 건강정보를 제공해 각종 건강·질병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 해소는 물론 국민에게 유익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노은지기자 nej3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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