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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의료계 권익 위해 십자가 맨 의사
[ 2008년 08월 08일 22시 00분 ]
“헌법재판소 판결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합당한 판결이며 의료인과 태아의 부모 등은 또 하나의 권리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태아 성별 고지를 금지하는 의료법 제20조 2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를 선고하자 의료계는 “선량한 의사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인 동시에 의료인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일”이라며 이구동성으로 기쁨을 표했다.
의료계가 이 같이 정당한 권리를 획득하게 된 것은 4년 동안 헌법소원을 진행한 산부인과 노모 원장의 노고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모 원장은 지난 2002년 태아의 성별을 고지했다가 의사면허를 6개월 동안 정지당하자 이 같은 처우가 부당하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다시 헌법소원을 냈다.
그가 오랜 기간을 걸쳐 헌법소원을 준비한 것은 자신처럼 부당한 피해를 받는 동료 의사들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헌법소원을 제기한 당사자는 정작 ‘헌법 불합치’ 판결에 대한 구제를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노모 원장의 변호사는 최근 “헌재가 태아 성별고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임신 말기’에 대한 규제가 28주 이상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며 “해당 의사의 경우 28주 전에 고지를 했기 때문에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구제를 받을 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의권 신장을 위해 혼자서 어려운 길을 묵묵히 걸어온 당사자가 정작 자신은 ‘헌법 불합치’ 판결로 인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처지다. 결국 그는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헌법소원이 진행되는 동안 별 다른 도움을 준 바 없는 의료계는 불합리한 의료법이 ‘헌법 불합치’ 판정이 난 이후에도 노모 원장 측에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없다고 한다.
대외적인 ‘기쁨’을 표출하는데 급급해 정작 의사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십자가를 맨 해당 의사를 챙기지 못한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또한 의료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적극적인 행동만이 실질적인 의권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자명한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야 한다. 책상에만 앉아 하는 불평은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동안 의료계는 정부 및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자칫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지레 겁을 먹은 탓이다. 특히 법적인 해석을 위주로 진행되는 헌법 소원의 경우 승소할 확률이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거친 파도에 맞선 돌만이 둥글고 아름다운 자갈이 될 수 있는 법이다. 제 2의 노모 원장, 제3의 노모 원장, 제4의 노모 원장이 속속들이 등장해 향후 의권이 더욱 향상되길 기대해본다.
신의연기자 su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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