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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대립구도, 의사-병원 同床異夢(동상이몽)
[ 2008년 09월 26일 03시 25분 ]
과거 개원의들 간의 경쟁, 의료기관 내 직역 다툼에 이어 이제는 병원과 의사들 간의 알력이 의료계의 새로운 ‘대립구도’로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초음파사 합법화를 두고 영상의학과 전문의들과 병원, 건강서비스 활성화 사업에 따른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 간 의견차, 정신과 의사 기준을 놓고 정신병원협의회와 대한신경정신과의사회 사이에 일고 있는 내홍이 그 것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병원과 의사들 간 대립은 의료계의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다”며 “의료계 내 입지를 높이려는 의사들과 수가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병원 간 사고의 차이”라고 해석했다.[편집자주]

초음파사 합법화

초음파사 합법화로 중소병원 영상의학과 전문의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최근 병원계가 복지부에 외국과 같이 소정의 과정을 거친 자를 초음파전문방사선사로 인정한 뒤 전문의의 지휘, 감독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정책건의서를 제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초음파 영상진단장치의 품질관리검사 기준안에 대해 현실성을 고려한 도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골자인 이번 건의서에서 병원 측은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진료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인력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검사와 판독을 이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초음파 영상진단장치를 이용한 검사는 전문의 지휘 아래 방사선사에게 일임하고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판독을 담당토록 해야 한다는 것.

특히 병원계는 “최근 영상의학과 전문의 수요가 늘면서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초음파 전문 방사선사를 배출해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영상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는 영사의학 전문의들에 남아 전공의 지원은 대부분 사라뎌 이는 10년 내 자연스레 폐과로 전락됨을 의미한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부산 모 병원은 수 년 전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무리없이 영상의학과를 운영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전문의들의 불안은 점차 커지고 있다.

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전문의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을 텐데 병원 자체적으로 이를 시행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검사와 판독을 어떻게 나누고 이를 다시 취합해 누락 없이 초음파검사를 임상에서 필요한 수준으로 잘 해냈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다른 전문의는 “이미 이렇게 진료를 하고 있는 병원들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병원 측에서 로비를 할 경우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지 못하면 파워게임에서 과가 어려워질 것은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대학병원의 한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초음파는 보는 것이 진단이기 때문에 검사와 판독자체의 분리가 불가능하다”며 “초음파도 마치 CT처럼 촬영과 판독이 따로 별개가 가능한 것처럼 전제를 기본으로 깔고 말하는 병협의 논리자체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예방적 국민 건강관리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건강서비스 활성화 사업에 대해 의료계 양 단체인 병협과 의협이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의협과 병협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4월 복지부의 제안에 따라 건강서비스 활성화 TF에 참여하면서 관련 사업의 운영 방향 등을 논의했다.

당시 복지부는 이 제도가 마련될 경우 새로운 수익모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계의 참여를 독려했고 양 단체도 이 부분에 관심을 나타내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3일 의협이 TF 탈퇴를 전격 선언하면서 건강서비스를 향한 양측의 행보가 엇갈리기 시작했다.

의협은 유사의료행위 조장, 개인정보 유출 등을 탈퇴 이유로 들었지만 실질적 원인은 개원의들에게 별반 득 될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의협 김주경 대변인은 탈퇴 선언 당시 "건강서비스 시장조성은 회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고 대형 병원의 환자 유인책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속내를 내비친 바 있다.

건강서비스 활성화 사업

반면 병협은 건강서비스 활성화 사업에 반기를 든 의협과는 달리 일선 병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적극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병협의 한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상 할인 혜택 등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유인행위로 해석되기 때문에 건강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기관을 지정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역시 의료법 저촉 여부에 대한 문제 발생 소지가 있는 만큼 법 개정을 통해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신과 전문의 1인 입원환자 상한선을 60명에서 80명으로 완화하려는 움직임와 관련, 대한정신병원협의회(이하 협의회)와 대한신경정신과의사회(이하 의사회) 사이에 내홍이 일고 있다.

의사회는 자료배포를 통해 “개정 정신보건법 시행령이 정신질환자의 치료 권리 보장, 인권 존중 등 법 취지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의를 구하기 힘들뿐 아니라 인건비가 비싸 적절한 치료가 어렵다”며 “전문의 1인당 입원 가능 환자수를 늘리면 인건비가 적어져 환자에게 양질의 치료를 해줄 수 있다”는 협의회의 주장은 대형병원 정신과들의 기하급수적 증가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대학병원, 개인 정신과의원 등 타 정신보건시설의 병상 수 변화는 미미한 반면, 이들 중소형 정신과들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1만8841병상에서 2만6773병상으로 무려 42.1%의 증가가 있었다.

이는 전체 정신보건시설 증가의 80%에 가까운 수치이다. 급격한 병상 수 증가는 전문의 수요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신과 의사 기준

WHO 권고 정신병상 수는 인구 1000명 당 1개로 우리나라는 4만8000개가 적당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병상 수는 6만3760개로 WHO 기준을 초과한 과잉상태이다.

이들 중소형 정신병원 환자들의 입원기간은 대학병원 정신과나 개인 정신과의원들에 비해 월등히 장기간이다. 병상이 증가하면 정신병원은 경영을 위해 입원을 유지하려 하고 결국 사회 복귀가 가능한 환자들의 장기입원과 만성화로 이어진다는 것.

반면 정신병원들은 전문의의 입원환자 상한선을 완화하는 대신 정신보건간호사 등 타 직종을 의료행위자로 간주해 추가 고용하는 대안을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의사회 차성조 법제이사는 “만성 정신병원들이 치료 질 개선에 관심이 있다면 의사 기준은 유지하고 타 인력을 보강하면 된다”며 “전문의 수를 줄여달라는 주장은 환자의 인권은 무시하고 전문병원의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의도일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입원과 퇴원 사이의 중간 치료시설(낮병동, 정신재활시설)의 미비로 불필요한 장기 입원이 많다. 정부가 오히려 정신병원들의 정신보건법 위반을 엄격히 관리하고, 동시에 중간치료시설의 확충에 집중하는 것이 정신질환자들의 인권신장 및 최적의 치료를 위한 길이다.

또한 병실을 충원한다면 상대적으로 급성기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입원기간이 짧은 대학병원이나 개인 정신과의원의 입원실 증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의료수가 조정도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대한신경정신과의사회 이성주 회장은 “개방병동, 낮병동, 외래치료 등의 수가를 입원수가에 비해 유리하게 적용한다면 현재 만성입원병원 위주의 정신보건시설 증가추세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7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백성주 기자 pack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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