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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당뇨병 산 역사 '93세 최고령 의사'
[ 2008년 09월 28일 21시 50분 ]
최근 보건복지가족부가 발표한 ‘2008 OECD 국가별 건강 자료’을 바탕으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평균수명은 79.1세로 나타났다. 보통 80대가 되면 신체가 쇠약해지고 정신도 맑지 못해 ‘저승 채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다는데, 의료계의 산 증인인 93세의 관록이 짙은 김응진 박사는 예외인 듯 보인다. 을지대병원 당뇨병센터 김응진 박사는 국내 최고령 의사로서 현재까지도 하루 환자 50여명은 거뜬하다. 그를 만나 건강비결,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죽는 날까지 환자 돌보는 사명감으로”
“의사는 환자의 종이라고 생각한다. 죽는 날까지 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즐거운 마음으로 진료한다.”
93세. 우리나라 당뇨병학의 역사를 써내려온 설원(雪園) 김응진 박사는 을지병원 내과에서 당뇨병 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테니스를 즐기고 환자들에겐 농을 건네며, 즐겁게 아픈 곳을 어루만져 준다.
그는 “환자없이는 심심(?)해서 하루도 못 견뎌. 죽는날까지 환자를 돌볼 수 있는 것이 내 사명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할 만큼 환자사랑이 각별하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발목을 절단한 환자, 돈이 없어 무료로 치료해주고 밥도 사준 환자들이 '진료은퇴'를 앞둔 요즘 자꾸 떠오른다.
김 박사는 “여기 오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오랜세월을 함께 해 온 환자이기 때문에 가족같다”며 “식단과 운동처방 등 내 말을 잘 듣는 환자가 가장 예쁘다”고 말했다.
당뇨 환자에 대한 당부를 한다는 그는 “적게 먹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당뇨를 포함한 대부분의 성인병이 쓸데없이 많이 먹어 생긴 병. 젊었을 때부터 조금 모자란듯 먹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당뇨병은 '당뇨병과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흔해졌지만 반세기 전에는 희귀질환이었다. 이 질병이 그에게는 우연히 아니 필연적으로 다가왔다.
김 박사는 1939년 경성의전을 졸업하고 외과·내과·약리학을 거쳐 1946년 전임강사가 되면서 소화기학을 전공했다. 1959년 미네소타대학 교환교수시절 지도교수가 없어 독학을 하고 있었는데 당뇨병 클리닉을 찾는 환자가 많고 입원환자 중에는 여러가지 합병증이 있다는 걸 보고 고민하다 당뇨의 길로 접어들었다.
김 박사는 “당시 국내에는 검사법 등이 확립되지 못해 환자가 많았음에도 발견하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고민하다가 이거다 싶어 당뇨병과 인연을 맺었다”며 “검사·진단·치료법을 익히기 시작해 밤을 낮같이 검사하고 환자 보고 새로운 것을 찾는 이 같은 일을 계속 반복했다”고 밝혔다.
그가 연구한 첫 과제는 소변검사와 혈액을 대상으로 당 측정에 나선 것이다. 당측정을 직접 외래와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찾아나섰고 결과는 대단했다.
1956년 당뇨병이 총 환자의 0.4%에서 1961년 0.75%로 크게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그해 대한내과학회는 그에게 학술상을 수여했다.
김 박사는 “1981년 서울의대를 정년퇴임한 이후에도 연구는 계속됐다”며 “퇴직금과 저서의 인세를 모아 설원 연구비를 제정, 후학들이 의학선진국으로 진입하는데 견인이 되도록 후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연구비 없이 당뇨병 환자를 찾아 헤매던 시절을 생각하며, 이 연구비가 후학들에게 넉넉하진 않지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길 희망한다는 바람에서다.
그는 “‘살아있는 한 환자를 위해 살다 죽는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여생을 환자와 함께 살다 가고 싶다는 소망을 거듭 강조했다.
건강비결은 운동…40년째 매주 테니스
김 박사는 의사의 사명은 평생 환자를 돌보는 것으로 이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의사 스스로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적당한 운동과 체중조절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지금도 오는 환자 50여명은 거뜬하다.
김 박사는 매주 일요일 오전 테니스코트를 찾아 건강을 지킨다. 산업은행 촉탁의사로 일할 당시 친해진 은행 인사들과 테니스를 치기 위해서다.
김 박사는 “공휴일마다 만나서 테니스를 친 것이 벌써 햇수로 40년이 넘었다”며 “함께 테니스를 치는 클럽 멤버가 한 20여명 되는데 그중에는 선수 출신도 있다”고 말했다.
특별한 음식은 물론 보약 한번 먹지 않았다고 강조한 그는 “아무 것이나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이며, 보약을 쓰는 것보다 운동이 보약”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그의 일에 대한 열정은 탄탄한 신체적인 건강에서 비롯된 듯 싶다. 학창 시절부터 여름엔 축구, 겨울엔 아이스 하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테니스로 건강을 다져온 만능 스포츠맨이다.
그의 이력서에 빼곡한 의학자 이외의 경력이 이를 대변해준다. 46, 67년 대한아이스하키이사 및 이사장, 부회장, 55, 80년 대한체육회 체력관리위원, 기술지도위원, 스포츠과학연구 위원, 68, 69년 대한테니스협회 감사, 66년 대학아이스하키선발팀 단장으로 일본원정, 69년 주니어테니스대표팀 인솔해 세계선수권대회(미국 마이애미)에 참가했다.
물론 37년과 38년 경성의전 축구선수로 일본에 원정가 2회 우승을 했고 38년 경성의전 아이스하키선수로 국내대회 첫 우승 및 일선만(日鮮滿) 빙상대회에서 조선대표선수 출전 등은 기록돼 있지 않다.
김 박사는 “운동 만큼 좋은 건강비결은 없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운동을 하면서 환자를 돌보며 한평생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고 밝혔다.
약력
▲1916년 평양 출생 ▲ 평양 숭실중(35년)
▲경성의전(39년) ▲ 서울대 의대 조교수(49년)
▲서울대 의대 당뇨병 박사(55년) ▲ 서울대 의대 교수(65년)
▲대한당뇨병학회 회장(68년) ▲ 서울대 명예교수(81년)
▲을지병원 내과부장 겸 당뇨병과장(81년)
▲을지병원 병원장(82년) ▲ 을지병원 의무원장(85년)
▲ 대한당뇨협회 명예회장·을지병원 당뇨센터장(95년)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7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노은지기자 nej3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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