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성모병원, 건양대병원 등 국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상당수가 기본적인 내진설계조차 없이 지진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특성상 지진발생시 신속한 대처가 어려워 대규모 인명피해가 불가피하며,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는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중국 쓰촨성 지진사태 때 환자와 의료진 등 200여 명이 매몰됐던 두장옌 중의(中醫)병원에서는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29일 데일리메디가 한나라당 이애주 의원(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과 공동으로 보건복지가족부의 '종합병원 건축물의 내진설계 실태 현황'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전국 52개 종합병원이 내진설계를 갖추지 못했다.
현재 병동을 비롯해 각종 시설 등에 내진설계를 갖추지 못한 의료기관은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과 성모자애병원, 성빈센트병원, 강동성심병원, 강릉 고려병원, 건양대학교병원, 경기도립 안산병원,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고신대학교 복음병원, 광주일곡병원, 금강아산병원, 대구가톨릭의료원, 대구파티마병원, 대우병원, 동산의료원, 동아대병원, 마산삼성병원, 부산보훈병원, 부산위생병원, 서귀포의료원, 서울병원, 서울보훈병원, 서울위생병원, 서울특별시 서울의료원, 성남중앙병원, 소화아동병원, 수영 한서병원, 순천향대병원, 여수성심병원, 여수전남병원, 영광종합병원, 울산대학교병원, 원광대 의과대학병원, 원주의료원, 인제대 서울백병원, 인천사랑병원, 전주병원, 제주대학교병원, 조선대학교병원, 진주제일병원, 청주의료원, 춘해병원, 충무병원, 충주의료원, 충청남도 공주의료원, 하나병원, 한국병원(부분적용),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한성병원,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홍성의료원 등이었다.
현재 복지부는 구체적인 관련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실제로 내진설계를 갖추지 못한 병원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
조사 결과, 지진 피해가 우려되는 병원 5곳 중 1곳만이 대비책을 검토하고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했다. 특히 이들 병원 일부는 건물이 노후화돼 지진피해에 더욱 취약했다.
현행 자연대해대책법 24조(내진설계기준의 설정)에 의하면 관계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진 등 재해가 우려되는 시설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설에 대해 관계법령 등에 내진설계기준을 정하고 그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관련 법안에는 '의료법에 의한 종합병원, 병원 및 요양병원'이 포함돼 있다.
매년 국내 지진발생 건수가 심심찮게 보고되는 점도 의료기관의 내진설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소방방재청의 '지진발생 현황(2003~2008년 8월말 기준)'에 의하면 2003년 38회에서 2004년 42회, 2005년 37회, 2006년 50회, 2007년 42회, 올해 8월까지 27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진도 4.0 이상의 지진은 지난 5년간 7건이나 발생했으며, 지진발생 지역도 영남과 호남권·수도권·강원권 등 전국적으로 파악됐다. 한국이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애주 의원은 "환자들이 내진설계를 갖추지 못한 의료기관에서 강한 지진발생을 겪는다면 대형참사를 피할 수 없을 것이고 관련 부처인 복지부의 안이한 태도에는 문제가 많다"며 "국민의 안전이라는 최대 가치를 생각할 때 정부는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우선 국공립병원에 한해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복지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