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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불륜 의심하는 '남편의 편집증후군'
[ 2008년 10월 07일 07시 52분 ]
직장인 M씨는 동창회에서 “M씨의 부인은 대단하다….”는 말을 들었다.

M씨는 집에 돌아온 후에도 이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후 M씨는 부인의 화장이나 옷차림에 자꾸 신경이 쓰였고, 부인의 사소한 행동에 대해 의심이 들었지만 잊으려고 애썼다.

M씨는 부인과의 부부관계 도중 부인의 반응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는 동창들이 자신의 부인을 대단하다고 했을 때의 이상했던 느낌과 부인의 화장, 그동안의 행동의 이유를 모두 알게 된 것 같았다.

M씨는 부인이 자신의 동창들과 바람을 피웠다는 확신을 하게 된 것이다. 이후 M씨는 부인에게 수시로 전화를 해서 감시를 하고 결백을 주장하는 부인을 폭행하기도 했지만 가끔은 자신을 떠나지 말라고 매달리기도 했다.

M씨는 부인이 이혼을 요구하자, 부인의 마음을 돌려놓고 싶다며, 정신과를 찾았다. 상담에서도 M씨는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부인이 동료들과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M씨의 의심은 부인의 논리적이고 근거 있는 설명에도 누그러지지 않았고, 자신의 동창들 중 부인을 옹호하는 이야기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새로운 의심의 근거로 말했다.

M씨의 의처증은 망상장애의 일종이다. 망상이란 논리적인 설득이 전혀 통하지 않는 잘못된 믿음이 머리속에 뿌리박혀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 중 의처·의부증은 일종의 질투형 망상장애로, 셰익스피어 작품 오델로의 주인공 증상과 유사하다고 해서 ‘오델로 증후군’ 혹은 ‘결혼 편집증후군’으로도 불린다.

일반적인 질투를 뛰어넘어 상습적으로 배우자의 가상 불륜 사실에 대한 증거를 찾아 상대를 압박하거나, 지독한 의심과 폭력 행동을 표출한다. 배우자가 외출을 못하게 하거나,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 조사하기도 한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의처·의부증은 서서히 나타나기도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배우자의 행동 하나를 의심하게 되면서 발병하는 일이 많다"며 "대부분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한 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의처·의부증은 남·녀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하지만, 35~55세 사이 남성에게 특히 많다. 환자는 주로 고학력·상류층인 경우가 많다. 또 나름대로 논리가 정연하고, 배우자의 부정에 대해 그럴 듯한 증거들을 가지고 있는 경향이 있다.

폭력 등으로 분풀이를 마친 후에는 성행위를 요구하거나, 선물 공세를 하는 등 애정표현을 하는 것도 특징적인 증상 중의 하나. 이혼하면 증상이 없어지지만, 재혼하면 대개 다시 발병한다.

정상적인 사람은 일시적으로 배우자를 의심하다가도 아니라는 증거를 들이대면 이를 받아들이지만 의처·의부증 환자는 이를 믿지 않고 오히려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배우자 부정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생각·감정 등을 가진 상태가 3∼6개월 이상 지속될 때 진단을 내린다"고 말한다. 망상적 질투의 내용과 폭언·폭력 행동여부도 중요한 진단 기준이 된다.

일부 정신과 의사는 ‘의처·의부증은 배우자와 이혼하거나 사망해야 낫는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쓴다. 그만큼 치료가 어렵다는 뜻이다. 이유는 환자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병원에 데려오기가 어려우며, 데려 오더라도 의심이 많아서 치료에 소극적이거나 약물 투여를 거부하는 일이 잦다.

의사는 가족 및 부부 상담과 동시에, 망상증에 준해 향정신성 약물을 처방한다. 증상이 개선되면 약 처방량을 점점 줄이고 상담 등 정신치료를 한다. 정신치료는 환자가 불신과 열등감이 많다는 점을 감안, 비판이나 설득 또는 비위를 맞추는 일보다는 단호한 태도로 ‘그렇치 않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왜 그런 망상을 갖게 됐는지 환자가 깨닫게 하는 것이다.

한편 의처·의부증은 우울증·알콜중독·정신분열증 등 다른 정신과 질환으로도 유발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심재훈 헬스조선 기자 jhsh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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