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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배고픈 소크라테스와 의협
[ 2008년 10월 30일 21시 30분 ]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

영국의 유명한 질적 공리주의자인 존 스튜어트 밀이 던진 이 말은 오늘날 명분보다 실리를 좆는 이들을 일컫는 표현으로 통용되고 있다.

밀은 ‘배부른 돼지보다는 고뇌하는 인간이 되겠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빌어 정신적 쾌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했다.

배부르다는 것과 만족스럽다는 것은 배고픈 것과 불만족스러운 것보다 양적으로 더 큰 행복을 뜻하는 것이고, 인간과 소크라테스는 돼지보다 질적으로 더 큰 행복을 누린다는 뜻이다.

최근 2009년도 의약단체 수가 본협상이 끝났다. 이번 유형별 수가협상에서는 병협, 치협, 한의협, 약사회 등 5개 단체 중 4개 단체가 협상안에 사인을 했다.

이들 단체는 협상 진통을 반복하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까지 가던 예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작년 이맘 때 첫 유형별 수가계약에서 쓴맛(?)을 봤던 이들로써는 지루한 힘겨루기 보다 본협상에서 귀결점을 찍는게 낫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실제 2008년도 수가협상에서 건강보험공단의 터무니 없는 인상안에 반발, 건정심까지 갔다가 오히려 더 낮은 수치를 받아야 했던 병협은 이번 역시 명분과 실리에서 고민하다가 결국 실리를 택했다.

하지만 의협은 달랐다. 뻔히 비현실적인 인상안 임을 알면서도 실리를 얻기 위해 계약을 체결한 다른 단체들과 달리 의협은 끝까지 명분을 고수했다.

의협이 고수하는 명분은 의료계 대표단체로서 비현실적인 수가와 불합리한 수가협상 방식에 대한 의료계의 입장을 각인시킨다는 것.

의협은 “작은 실리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리보다 명분을 찾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고 그 결과는 본협상 결렬과 건정심 행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상황은 의협의 명분론을 점점 옥죄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본협상 이후 처음 열린 건정심에서는 의협에 패널티를 부여해야 한다는데 중론이 모아졌다. 급기야 2% 미만에서 논의를 시작하기로 결정됐다.

건정심 수가조정위원회가 임박해 오면서 배고픈 소크라테스를 자청한 의협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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