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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등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급증
[ 2008년 11월 05일 21시 37분 ]
회사원 김미래(25·여)씨는 얼마 전 직장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초음파를 검사에서 김씨의 간은 정상보다 훨씬 하얗고 부어 있었다. 김씨는 평소 술을 많이 마시지 않으며, 뚱뚱한 편도 아니다.
담당 의사는 "고지혈증이 원인으로 보인다. 체내에 쌓인 지방들 때문에 간에 염증까지 생긴 상태"라고 했다. 평소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고 회사가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게을리한 것이 지방간을 불러온 것이다.
지방간이 생기면 가장 먼저 술을 의심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도 지방간으로부터 안전하다고만 할 수 없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거나, 소량만 마실 뿐인데도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처럼 간에 지방이 쌓이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수가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보다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조용균 교수가 대한간학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07년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73만 명 중 지방간(알코올성 + 비알코올성) 환자는 28.3%였다. 이중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검진자의 16%로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12.3%)보다 많았다.
조 교수는 "20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유병률은 5%도 안됐다. 때문에 그 동안 일반인은 물론 의료인들도 술 때문에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에만 관심이 있었지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하지만 지난 5년간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의학계에서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수가 급격히 증가한 이유가 무엇일까? 전문의들은 비만, 당뇨병, 고혈압 환자의 증가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당뇨병 환자의 33%, 고혈압 환자의 20.7%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이나 당뇨병, 고지혈증이 생기면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에 대한 체내의 저항성이 증가해 당이나 지방대사가 원활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에너지 대사를 총괄하는 간에 지방이 쌓이게 된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차봉수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도 앞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비만과 같은 대사증후군 지수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복부 초음파를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어 뇌졸중, 심근경색증과 같은 심혈관 질환으로 가기 전 단계인 대사증후군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 다른 원인으로는 약물의 장기 복용을 들 수 있다. 약을 복용하면 모두 간을 거쳐 다른 기관으로 가므로 혈압약, 스테로이드 등을 몇 년 이상 계속 먹으면 간이 부담을 받아 본래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지방간이 생길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알코올성 지방간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알코올성 지방간에 비해 진행 속도가 느려 오른쪽 배가 뻐근하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등 지방간의 일반적인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술을 많이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지방간이 있는 줄 몰라 간에 염증이 생긴 다음에 병원을 찾는 경우도 있다. 젊거나 겉보기에 뚱뚱하지 않지만 내장 비만이 있는 사람들은 대개 건강검진 때 발견된다.
성가병원 소화기내과 이영석 교수(대한간학회 이사장)는 "지방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방간 환자의 5~20% 가량은 지방간에 의한 간염으로 진행되고, 이중 30~40%는 간이 딱딱해져 원래의 상태로 돌아올 수 없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비알콜성 지방간의 치료 원칙은 간염으로 진행되지 않는 한 식이조절과 운동이다. 운동은 걷기, 조깅, 수영 같은 유산소운동을 한 번에 30분씩 일주일에 3번 이상 해주는 것이 좋고, 식사는 기름진 음식을 삼가고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비만이 있으면 현재 체중의 10%를 3~6개월 내에 서서히 줄이는 것을 목표로 체중감량에 들어가야 한다. 식이조절과 운동을 몇 달 이상 해도 별다른 변화가 없거나 간염으로 진행됐을 때는 간장보호제나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약을 쓴다.
조용균 교수는 "지방간은 관리만 잘하면 완전히 없어진다. 간염으로 진행되더라도 70%는 원래의 깨끗했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혹 약 한번 먹는 것으로 간에 쌓인 지방을 다 없앨 수 없냐는 환자들이 있는데 지방간의 경우 약은 보조 수단에 불과하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운동, 식습관 등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hy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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