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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수술 후 '유착 부작용' 심각
[ 2008년 11월 12일 02시 12분 ]
2007년 상반기 기준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수술 비율은 36.8%. 2001년의 40.1%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 1위 수준이다. 한국 산모 3명 중 1명이 제왕절개 수술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제왕절개 수술의 문제점은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최근에는 수술 뒤 생기는 유착(癒着)현상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의료계에서 나오고 있다.

유착이란 제왕절개 수술 후 봉합된 배 안쪽의 자궁과 그 주변 조직, 장기들이 아무는 과정에서 들러붙는 현상이다.

제왕절개 수술을 할 때는 배꼽 아래쪽 부위의 피부부터 시작해 그 안쪽의 자궁까지 차례 대로 절개한 뒤 아기를 꺼낸 뒤 다시 자궁부터 피부까지 봉합한다.

이때 수술 부위를 제대로 봉합하지 않았거나 피부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 또는 수술 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자궁과 주변 조직이나 장기의 세포막이 엉키어 들러붙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제왕절개 수술이 잘 돼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유착현상은 일어난다고 말한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원혜성 교수는 "제왕절개 산모의 약 30~40%에서 유착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연구 중 90% 이상에서 유의미한 유착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된 적도 있다. 유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왕절개 수술 후 유착현상이 생기면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는다.

1차적으로 나타나는 문제가 만성골반통증, 복부통증, 장딴지 근육 당김증, 대장운동 저하증, 폐색전증, 심부정맥, 혈전증 등이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노정래 교수는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은 뒤 별다른 이유 없이 골반이나 복부 쪽에 묵직한 통증이 계속 나타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유착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복부통증은 자궁의 주변 조직과 피부막이 붙을 때 주로 생기며, 만성골반통증이나 장딴지 근육이 당기는 증상은 자궁이 주변 장기와 붙을 때 생길 수 있다. 또 유착 과정에서 혈관에 이상이 생겨 혈전(피떡)이 폐나 다리의 혈관을 막아 색전증이 생길 수도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이 2차 문제이다. 원혜성 교수는 "유착현상이 일어나도 약간의 불편함만 있을 뿐 심각한 통증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산모가 나중에 자궁이나 난소에 질환이 발생해 절개하는 수술을 해야 할 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궁, 난소에 양성 혹이나 암이 생기면 해당 부위를 절개하는 수술을 해야 하는데,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뒤 유착이 생긴 부위는 절개가 쉽지 않을 뿐더러 정확한 수술 부위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수술 도중에 방광이나 장, 요로 등을 잘못 절개하는 사고까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유착이 너무 심하면 자궁에 태아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영구 불임증이 나타날 수 있으며, 임신이 된 뒤에도 제왕절개 수술을 할 때 산모에게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유착현상을 막으려면 제왕절개 수술을 할 때 '유착 방지 시술'을 실시해야 한다. 현재 유착 방지를 위해 시술되는 방법은 아기를 꺼낸 뒤 자궁과 아랫배 부위를 봉합할 때 유착이 생기지 않게 녹는 성질의 얇은 필름을 끼워 넣는 것이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산부인과 설현주 교수는 "제왕절개 후 봉합 부위가 아무는 기간은 대략 7일 정도인데, 이 기간에 유착 방지제가 자궁과 주변 장기들 사이에서 막 역할을 해 유착이 일어나지 않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국내 모든 산부인과에서 유착 방지 시술을 하지는 않는다. 학문적으로 유착의 문제점이 제기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제왕절개 수술이 포괄수가제(DRG) 대상이어서 병원 입장에서는 굳이 10만~30만원의 비용이 드는 유착 방지 시술을 하려고 들지 않기 때문이다.

또 유착에 따른 문제점도 대개 출산 뒤 곧바로 나타나지 않고 몇 년, 경우에 따라서는 10년 이상 지난 뒤 추가로 외과수술을 할 때 문제가 되기 때문에 제왕절개 수술을 맡은 산부인과 의사에게 바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큰 대학병원에서는 70~80%의 의사들이 유착 방지 시술을 하고 있으나, 수도권을 벗어나면 약 20~30%선으로 감소한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일부 병원들은 약 10%, 개원가에서는 5% 정도만 이 시술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에서는 제왕절개 수술을 할 때 기본적으로 유착 방지 시술을 하도록 권고 또는 의무화하고 있으며, 건강보험도 적용해준다.

원혜성 교수는 "우리나라는 제왕절개 수술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유착 방지 시술을 의무화하고, 건강보험도 적용하는 방안이 하루 빨리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지영 헬스조선 기자 baej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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