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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탈없던 간… 어느날 '간암 4기'
[ 2008년 12월 03일 02시 42분 ]
이 것만 했더라면 간암·간경화에 걸리지 않았을 텐데…."

간암은 5년 생존확률이 20%도 안 되는 무서운 암이다. 특히 간암이 발병해도 대부분 증상이 없거나 있어도 미미한 경우가 많아 '말기가 돼서야 암인 줄 알았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이 때문에 40세 이상 남성, 주 3회 이상 마시는 애주가(愛酒家),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라면 '간암'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없다. 간경화도 간암만큼 무섭다. 간암·간경화 환자 3명의 얘기를 통해 미리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지 알아본다.

1. B형 간염 바이러스 있는데도 정기검진 안 받아

이모(55)씨는 35년 전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라는 사실을 안 뒤부터 몇 년간은 의사의 말에 따라 바쁜 시간을 쪼개 열심히 정기검진을 받았다. 그 때마다 의사는 "별 문제 없다"고 했다. 얼마 뒤부터 정기검진이 시간과 돈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느 날부터 병원을 멀리했다. 그렇지만 별 일 없이 30여 년이 흘렀다.

몇 개월 전부터 밥맛이 없고, 2~3개월 동안 체중이 9㎏이나 빠졌다. 부인과 함께 병원을 찾은 그에게 전해진 비보(悲報)는 '간암 4기, 신장 위의 부신에도 암이 전이된 상태'라는 것이었다.

B·C형 간염환자들은 간암에 걸릴 확률이 다른 사람에 비해 100배나 높다. 간암환자에서 B형 간염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5~60%나 된다. 이 때문에 간염 환자들은 정기검진을 자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씨처럼 간염 바이러스가 있어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간염 보균자들은 정기검진을 잘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도영 교수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들은 증상이 없으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바이러스는 언제든 활동할 수 있다. 정기검진을 받지 않는 사람 중 몇몇은 2~3년 뒤에 간암 진단을 받고 난 뒤에 온다"고 말했다.

대한간학회는 간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정기검진뿐이며, 간염바이러스 보균자들은 3~6개월에 한번씩 반드시 간 초음파, 간 수치 검사 등 정기검진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2. 암 수술 뒤 상황버섯 먹고 간 더 나빠져

최모(57)씨는 몇 개월 전 간암 수술을 받았다. 의사는 "다행히 간암 초기에 발견해 수술 결과가 좋으며, 회복만 잘 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병원 문을 나선지 한 달도 채 안 돼 최씨는 얼굴에 누런 황달이 끼고 누운 자리에서 일어설 기력조차 없어 결국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간 상태가 심하게 나빠져 현재로서는 항암치료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수술이 잘 된 최씨의 상태가 이처럼 나빠진 원인은 아는 사람이 중국에서 구해서 보내준 상황버섯을 달여먹은 것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의료진들은 말했다.

누군가가 '간이 안 좋다'는 말이 나오면 '영지버섯이 좋다' '아니다 상황버섯이나 헛개나무가 좋다' '그보다는 인진쑥, 봉삼이 좋다'는 등의 목소리가 난무한다. 하지만 간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이들을 먹지 말아야 하며, 불가피하게 먹을 경우라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를 해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어도 간염 보균자, 지방간, 간경화, 간암 환자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는 "민간요법에라도 의지하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간에 좋다는 것들의 상당수가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먹지 못하게 말린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간 질환이 있는 사람이 이들 약초를 먹은 뒤 약물 유도성 간염이 생기게 되면 치료가 늦어지거나 치료를 아예 할 수 없을 정도로 간이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간학회지 최신 호에 발표된 충남대 의대 강선형 교수팀의 논문에 따르면 환자들이 병원에서 처방받지 않은 약을 먹은 뒤 복통, 구토 등 독성 간염 증상을 보인 159건을 조사한 결과 민간 약제에 의한 것이 3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술 좀 먹었다고 간 이식까지 할 줄은…

건축회사를 경영하는 천모(47)씨는 경기 불황으로 회사가 위기를 맞게 된 뒤부터 밤마다 소주를 한 병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수면부족에 만성피로까지 느낀 그는 동네병원을 찾았다가 알코올성 간염으로 진단 받았다. 며칠 간 입원한 뒤 퇴원하는 그에게 의사는 "무조건 술을 끊으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사업이 잘 풀리지 않았고, 다시 술을 마셨다. 6개월 만에 복수가 차고 피까지 토하는 간경화 합병증으로 병원에 실려간 그는 현재 간이식을 기다리고 있다.

술은 알코올성 간 질환자는 물론 비알코올성 간질환자, 간염 보균자에게 간암·간경화를 부르는 '초대장'이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자경 교수는 "IMF구제금융 때나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우면 B형 간염, 지방간 등 비교적 가벼운 간 질환이 있던 사람들이 폭음을 하다 심각한 간 질환으로 진행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술로 인한 간암 환자의 약 90%는 직장이나 가족 중에 관심을 갖고 술을 끊으라는 잔소리를 하거나 병원에 가보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 경우다.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술로 인한 간경화나 간암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홍유미 헬스조선 기자 hy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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