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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 박승정 교수와 건대 송명근 교수
[ 2008년 12월 07일 22시 30분 ]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교수와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 자타공인 세계 최고로 일컬어지는 한국이 낳은 심장 전문의들. 대가(大家)라 불러도 흠 잡히지 않을 그런 전문가들이다. 박 교수가 내과 분야의 중재시술이라면 송 교수는 외과쪽 이식과 대동맥 판막술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글로벌 스타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10여 년 이상 한 솥 밥을 먹었고 심장내과와 흉부외과를 국내 최고 수준으로 자리매김 시켰다. 사적으로는 경복고 선후배 지간이다. 송 교수가 선배다. 성격이 불같고 한번 옳다고 믿으면 밀어 붙이는 추진력 또한 난형난제일 정도로 비슷하다. 한편으로는 카리스마 이지만 반대론 일방주의적이라는 오해를 받곤 한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한국 의료史, 아니 세계 의료史에 지대한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 새로운 의술을 정립했기 때문이다. 초창기 많은 이들의 질시와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을 극복, 이젠 의학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박승정 교수
전매특허는 스텐트나 금속 풍선을 이용한 '관상동맥 중재술'과 '관상동맥 우회로(바이패스) 수술'. 임상 의사의 꿈인 NEJM誌에도 이 시술로 한국 의학자로는 첫 논문 게재 테이프를 끊었다. 그보다 더 큰 혜택은 심장수술을 받았거나 받아야 하는 고령의 환자들에 돌아갔다. 심장수술은 전신 마취에 가슴 절개까지 하는 위험이 큰 상황에서 비수술적 치유를 정립한 박 교수는 복음 같은 존재다.
하지만 박 교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초창기 병원 내부적인 이견 제기는 물론 흉부외과와의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술기로서 정립되고 환자들에 안전성이 검증되기까지 마음 고생을 했다. 선배인 송명근 교수와도 대립각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거친 독설이 오고갔다는 전언 역시 들린다. 중재시술의 안전성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펼쳐졌던 것이다.
결국 박 교수는 거듭된 많은 우려를 불식, '박승정 시술'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밀려드는 환자는 물론이다. 그는 얼마 전 미국 관상동맥중재시술(TCT) 학회로부터 '2008 최고 업적상'을 받았다. 앞서 유럽 심장혈관 중재시술 학계 최고 영예상인 에티카 어워드(Ethica Award)를 수상했다. 전 세계에서 두 상을 동시에 수상한 사람은 박승정 교수가 유일하다.
학계에서는 박 교수와 미국 하버드의대 스테판 오스텔리 교수간 얽힌 일화가 아직도 회자된다. 1997년 미국 심장학회에 참석한 박 교수가 세가닥 관상동맥 중 왼쪽 주간부(left main)가 좁아진 환자도 금속 그물망 시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자, 청중석에 있던 오스텔리 교수가 "그 것은 흉부외과 의사의 영역으로 정신나간 일"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오스텔리 교수는 그로부터 몇년 후 박 교수를 하버드대로 초청, 주간부 시술에 관한 특강을 요청했다.
심장에 관한 국내서 외과적 시술로는
'송명근'
그 이름 자체로 통한다. 86년 선천성복합기형 심장병 환자 수술 성공을 필두로 심장이식, 97년 인공심장 이용 심장이식 성공 등 그의 행보는 국내 심장의 최초 발걸음으로 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대동맥 수술에서도 체온을 섭씨 11도까지 떨어뜨리는 초저체온요법을 개발했고 이후 심장판막을 금속체의 인공판막이나 돼지 장기를 이용한 판막술 대신, 자신의 판막을 일부 성형하는 수술법(일명 CARVAR 수술)을 개발했다.
그는 최근 1년 동안의 114명 카바수술 성적을 발표했다. 결과는 일부에서 전혀 믿지 못하는 사망률 '0(제로)'. 심장수술을 잘하는 병원에서 1~2%, 특히 판막치환술은 5%이상의 사망률이 발생하는 것을 봤을 때 현재로선 기적같은 치료임은 분명하다. 물론 앞으로 장기성적을 좀더 지켜봐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송 교수는 이 대목과 관련, 서울아산병원에서 지속적으로 관련 술기를 업데이트 하며 보완해 왔다고 공개했다)
그런 송명근 교수가 최근 의료계에서 화두의 정점에 서 있다. 그가 개발한 'CARVAR 수술(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 성형술)'의 안전성 및 신의료기술 인정 여부 때문이다.
문제 제기는 국내 내로라 하는 판막치환술의 대가들로부터 출발됐다. 여기에 황우석 교수와 연관시킨 한 매체의 보도는 급기야 송명근 교수의 기부가 사기에 가깝다는 상황으로까지 치달았다. 송 교수는 자신의 입장을 공개적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피력, 반박했다. 관건인 심평원의 신의료기술 인정 결정은 내외부적인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연기됐다.
송명근 교수는 이와 관련, 입장이 확고하다. 그는 "CARVAR 수술의 안전성에 대해 의심할 여지가 없고 이번 사태 배후에 대해서도 짐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기 때문에 대응 수위와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송 교수는 "의료기술 불모지 한국에서 'CARVAR 수술'이라는 신의료기술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에겐 삶의 희망을, 그리고 국가에는 한국의 브랜드 창출과 기술 수출을 통한 외화 수익이라는 소명을 반드시 실현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으로 송 교수는 "이번 사태를 통해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감이 적었던 것도 새삼 느낀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송명근 교수의 사태는 적어도 앞으로 몇 년은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인 환자 데이터를 요구하는 문제 제기자들의 측면에서 그렇다. 하지만 적어도 환자들이 건국대병원에 와서 심장판막을 치환(교체)하지 않고 성형술로 고치는 CARVAR 수술의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賢者(현자)는 환자들이고 때론 환자들이 의사들의 스승일 수도 있다는 경구는 이런 상황과 부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바라본 한 교수는 "서울아산병원 박승정 교수도 처음에는 상당한 반대와 질시에 직면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은 어떤가. 한국이 내놓을 수 있는 손가락 꼽히는 세계적인 의학자로 자리매김했지 않았냐. 마찬가지 측면에서 송명근 교수의 수술법도 좀 더 시간을 두고 보면 결론이 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희비의 쌍곡선이 어느 시점에서 상하로 교차될지 주목된다.
백성주기자 paek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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