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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면 빨개지는 사람 '대장암 위험 6배'
[ 2008년 12월 10일 02시 52분 ]
술 마실 때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들은 대장암을 특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김동현 교수팀은 최근 열린 서울국제암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1995년부터 2004년까지 대장암으로 진단받은 1290명과 정상인 1061명을 조사한 결과, 간에서 알코올의 대사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잘 분해하지 못하는 사람의 대장암 발병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6배 높았다고 밝혔다.
김동현 교수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잘 분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술을 한 두 잔만 먹어도 얼굴이 금방 빨개진다. 아세트알데히드 분해가 잘 되지 않으면 대장암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분류한 발암물질이다.
이들은 얼굴이 빨개지는 것 외에도 다음 날 머리가 아프고 구토가 나는 등 숙취가 심할 수 있다. 아세트알데히드를 잘 분해하지 못하는 유전형은 한국인의 약 16%로 서양인의 1~5%보다 훨씬 많다.
얼굴이 잘 빨개지는 이유는 간에서 알코올의 대사 산물인 아세트알데히드를 잘 분해하지 못하거나 술 자체가 혈관을 확장하기 때문. 다사랑병원 전용준 원장은 "술이 약한 사람은 대부분 두 가지 요소 모두 작용하고, 술이 흡수된 직후에 일어나기 때문에 한 두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진다"고 말했다.
술이 몸에 들어가면 위와 장에서 흡수된 뒤 두 단계를 거치면서 분해된다. 첫 번째 간에서 알코올 분해효소(ADH2)에 의해 알코올이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는 것이고, 두 번째가 아세트알데히드가 다시 분해효소(ALDH2)에 의해 물과 산(酸)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중 첫 번째 단계는 비교적 빨리 이뤄진다. 그러면 몸 속에 아세트알데히드의 농도가 높아지는데, 두 번째 단계의 분해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아세트알데히드가 암을 유발하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체내 엽산도 파괴한다. 엽산은 DNA를 만드는 원료로, 부족하면 DNA 변이를 막아주지 못해 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동현 교수는 "엽산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이 적게 섭취하는 사람에 비해 대장암 발생 위험이 약 50%까지 적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술을 많이 마시는 집단에서는 엽산의 이런 효과가 3분의 1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술을 마셔도 얼굴에 아무 변화가 없는 사람들은 대장암으로부터 안전한 것일까? 술이 센 사람들은 아세트알데히드 분해가 잘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안에 많은 양이 존재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술이 센 사람들은 대개 마시는 양도 많아 알코올이 대장 안에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즉 알코올이 대장 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아세트알데히드가 대장 점막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연구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알코올 60g(소주 한 병)을 매일 마시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1.8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 중에서 항문에 가까운 직장암은 1.7배, 그 위의 결장암은 2.5배 높았다.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안윤옥 교수는 "2005년 세계보건기구의 알코올 소비량 통계를 보면 한국은 아일랜드, 러시아에 이어 3위를 기록할 만큼 알코올 다소비 국가"라며 "유전적으로 알코올 분해에 취약한 한국인들은 특히 술 마실 때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장암 사망률은 지난 20년간 남성은 4.8배, 여성은 3.6배 증가했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lk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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