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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탓? 연탄가스 중독환자 늘어
[ 2008년 12월 26일 03시 55분 ]
사라졌던 것으로만 알았던 연탄가스 중독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연탄을 사용하는 가정이 늘면서 생긴 슬픈 현실이다. 더욱이 탤런트 안재환씨의 자살 이후 같은 방법으로 자살을 시도해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가 올해 12월 10일까지 연탄가스 중독 등으로 병원을 찾은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수'를 집계한 결과 47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의 11명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증가했다. 월별로는 10월(13명)부터 11월(9명), 12월(7명) 등 3개월에 집중됐다. 병원 측은 전체 47건 중 20여 건은 가정의 연탄가스 중독 사고, 나머지는 자살 시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원주기독병원의 경우 올해 10월부터 12월까지 연탄가스 중독 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44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 17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응급실 외에 외래를 찾거나 입원한 환자들까지 포함한 전체 환자는 올해 77명으로 작년의 61명보다 증가했다.
아주대병원 응급의학과 김기운 교수는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면 산소 부족에 취약한 뇌와 심장, 폐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아 사망에 이르거나 깨어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탄가스 중독은 일산화탄소 때문이다. 일산화탄소는 적혈구 속의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성향이 산소보다 300배나 강하다. 이 때문에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면 몸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다. 온몸의 장기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사망하며, 깨어나더라도 치매, 기억력 감퇴, 운동기능 이상, 성격 변화, 정신병적 행동 등 신경정신학적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연탄가스를 마시면 초기엔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1시간 이상 마셨을 땐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경련이나 혼수상태로 이어질 수 있다.
연탄가스를 마셨을 때는 즉시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주어야 한다. 동치미 국물을 마시게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스 중독으로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국물을 억지로 마시게 하다 질식을 일으킬 수 있다.
병원에서는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를 검사한 뒤 필요하면 고압산소 치료를 한다. 고압산소 치료는 최대한 빨리 인체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 환자를 캡슐처럼 생긴 챔버(chamber)에 넣고 1시간 30분쯤 100% 산소를 공급한다. 평상시보다 5배 이상의 고농도이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집계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 치료 가능 병원'은 서울백병원·상계백병원(서울), 아주대병원(경기), 원주기독병원(강원), 단국대병원(충남), 충남대병원(대전), 고신대병원·해동병원(부산), 진해해양의료원·통영세계로병원(경남), 제주대병원(제주) 등 11곳이다. 고압산소 치료기는 1억 원 상당의 고가 장비인데도 1회 치료 때 환자 본인 부담금 1만2000원 등 수가가 3만원 안팎에 그쳐 병원들이 장비 도입을 부담스러워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정부가 지정한 응급권역센터부터 고압산소치료기를 시급히 구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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