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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허용 항소심 판결' 극적 순간
[ 2009년 02월 11일 03시 15분 ]
10일 오전 9시 52분 서울고등법원 405호. 출입문 앞 ‘오늘의 일정’에는 10시 열리는 두 개의 사건만이 기재돼 있었지만 내부는 이미 방청석을 꽉 채운 취재진의 열기로 달아올라 있었다.

식물인간 어머니의 산소호흡기를 제거해 달라는 원고의 손을 들어준 1심 공판에 대해 항소심 선고가 열리는, 이른바 ‘존엄사 허용’ 여부를 둘러싼 역사적 판결이 발표되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현장 경비대원들이 “곧 공판이 시작되니 조용히 해 달라”는 요청을 몇 번이고 되풀이했지만 재판장 내 어수선한 분위기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취재수첩을 놓고 메모할 수 있는 받침대가 부착된 의자는 진작 ‘매진’인데다 일부 지각생들은 뒤쪽에 서서 판결을 들어야했다.

10시 정각. 재판을 맡은 이인복 부장판사와 정강찬, 견종철 판사가 들어왔다.

부장판사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 청구 소송’의 사건번호를 낭독하며 판결을 시작하자 주변은 일순 정적이 흐르면서 엄중한 분위기로 전환됐다. 펜이라는 고삐를 꽉 쥔 기수들은 저마다 긴장한 표정으로 법관의 말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재판부는 존엄사라는 용어 자체가 지닌 민감성을 인식한 듯 “존엄사라는 용어가 죽음을 미화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존엄사의 개념정의와 같은 것들은 이번 판결문에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존엄사에 관해 규정될 추가 요건 등은 향후 입법과정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이후 재판부가 내린 항소심 판결은 스스로 밝혔듯 1심에서의 공판 내용과 거의 동일한 것이었다. 재판부는 다만 세부적으로 △환자가 비가역적 사망과정에 진입한 경우에 한해 △환자에게 진지하고 합리적인 치료 중단 의사가 있음을 전제로 △환자 사망과정을 연장하는 행위에만 △반드시 의사에 의해 치료중단을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이윽고 항소를 기각한다는 판결이 확정되자마자, 일부 기자들은 치열한 속보 전쟁에서 가장 먼저 깃발을 꽂기 위해 꽉 차있던 재판장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그러나 판사는 존엄사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고려, 판결문 낭독 이후에도 의미 있는 말들을 남겼다. 요지는 “이번 결정의 취지를 오해하거나 남용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재판관은 환자·의료진·가족의 고귀한 노력을 불필요한 것으로 오해 말아야 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생명임을 재차 강조했다.

20분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 공판 절차가 모두 끝나고 취재진들은 하나같이 휴대폰을 꺼내들고 선고 결과를 브리핑하며 빠르게 퇴장해 갔다. 그렇게 ‘첫 존엄사 판결’ 항소심은 막을 내렸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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