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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말하는 '의사가 기자 잡는 비법'
[ 2009년 02월 16일 03시 30분 ]
기자는 의사에게 어떤 기사를 원하는가. 의사는 기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흔히 우리 사회는 갑과 을의 관계를 따져 어느 한쪽이 고개를 숙이고 상대를 존대해주길 원한다. 그러나 기자와 의사는 양쪽 모두 스스로 갑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관계를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만남을 안가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경희의료원 홍보팀이 흥미로운 자리를 마련했다. 경희의료원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방송·신문 의학전문기자 8명을 초청해 홍보특강을 열었다. 하루 2시간씩 4차에 걸친 강의에 경희의료원 교수와 전공의, 간호사, 행정직원 등 250여 명이 참석해 병원의 언론홍보 중요성을 이해하고 홍보를 극대화시키는 방안에 대해 고민했다.
크고 작은 병원의 의사는 물론 홍보담당자, 행정직원 등 관계자들이 알면 도움이 될 내용이라 소개한다. 경희의료원 특강에는 동아일보 김상훈, KBS 이충헌, SBS 안영인, 중앙일보 고종관, 조선일보 임형균, 전 SBS·경향신문 이찬휘, 한국경제신문 정종호, MBC 신재원 기자 등이 참여했다.
적극적인 언론홍보가 병원을 살린다
병원의 언론홍보는 왜 필요한가. 한국경제신문 정종호 기자는 “지난해 전국 중소병원의 10%가 도산하는 등 의료계 경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면서 “빅5병원의 집중화가 지속되면서 장기이식, 암수술도 못하는 대학병원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분야별 전문병원의 득세, 포화 직전인 수도권 병원들 등 병원계 현실을 언급하며 “향후 5년이 대학병원의 존망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홍보가 정말 병원운영에 도움이 될까. MBC 신재원 기자는 “일반인의 3분의 2가 신문, 방송, 잡지 등 미디어가 가장 중요한 건강관련 정보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20~40대는 90%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며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결과를 소개했다.
전 SBS·경향신문 이찬휘 기자 또한 “국민의 69.3%가 정치나 사회 관련 뉴스보다 건강뉴스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인터넷 대중화로 인터넷 기사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데 반해 일간신문과 잡지는 퇴조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고 연령일수록 TV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력 있는 의사도 알리지 않으면 '무용지물'
그럼에도 많은 의사들이 기자와의 만남에 부담감과 적개심을 갖고 있어, 취재 및 홍보가 쉽지 않다. 신재원 기자도 “의사들이 ‘언론에 나가면 바보된다’는 잘못된 인식으로 언론매체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령 인터뷰를 요청하면 “도대체 무슨 일로 그러느냐”며 기사 내용을 꼬치꼬치 캐묻고 “안하면 안 되느냐”며 인터뷰를 거절하기도 한다. 심지어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실수한 것 같다, 기사가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정종호 기자는 의사들에게 “언론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면서 “자신과 병원, 공익을 위해 활용하는 매체일 뿐이다”고 했다. 또한 “아무리 실력 있는 의사라 할지라도 알리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의사의 언론홍보도 병원홍보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임현균 기자도 “기자가 예뻐서 잘 보이는 것이 아니라 기자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라”고 충고했다.
정종호 기자는 “기사 한두 줄 나왔다고 명의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학계에서 학문적 업적을 쌓았다고 혹은 학계 원로라고 알아주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우리병원에 인물이 없다고 생각 말고 스스로 스타의사가 될 준비를 하라”고 주문했다.
어려운 의학용어는 쉽게 풀고 ‘프렌들리’
의료계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분은 또 있다. 어려운 의학용어다. 정종호 기자는 “기자들도 최신 정보와 의료계 동향을 습득하고 싶으나 영어와 전문용어에 약해 한계가 있다”면서 “어려운 의학정보는 쉽게 풀어 달라”고 말했다.
보도자료에 대한 기자들의 희망사항도 쏟아졌다. 기자들은 전반적으로 ‘친절한’ 보도자료를 원했다. 이는 ‘보도자료를 쓸 때도 전문 의학용어의 우리말 표현과 해설을 담아 달라’는 것과 ‘담당자의 성명·소속·연락처 명기하고 숫자나 고유명사를 재차 확인하라’, ‘실제 사례를 찾아 담고 수치와 통계로 연구업적을 소개하라’, ‘누가 명의이면 왜 명의인지 이유를 설명하라’는 주문이었다.
동아일보 김상훈 기자는 좋은 보도자료와 나쁜 보도자료의 예를 들면서, 이메일 제목에서 주요내용을 언급하지 않고 ‘금일 ○○병원 보도자료’식으로 보낸 것을 나쁜 보도자료로 꼽았다. 반면 좋은 보도자료는 제목부터 그 내용을 파악할 수 있고 이메일에는 간단한 내용 요약과 함께 파일이 첨부된 것을 들었다.
기자도 사람이다
이렇듯 까다로운 기자들,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 현명하게 기자를 대면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기자들이 직접 입을 열었다. 정종호 기자는 “기자는 단순하고 의외로 정이 많아서, 홀대하면 삐져서 비협조적으로 부정적으로 나오지만 조금만 잘해주면 기사로 백배천배 보답하는 게 기자”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취재원을 선호한다. 미디어를 대하는 자세를 두고 좋은 취재원과 나쁜 취재원을 나누기도 한다. 대부분의 기자는 취재원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편이다. 기자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실력 있고 친근감 있는 취재원을 항상 찾고 있다. SBS 안영인 기자는 “기자의 전화번호와 이메일은 늘 공개돼 있다”면서 “홍보실을 활용해 접촉해도 된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취재원이 취재에 응하다가 곤란한 상황이 됐을 때의 대처법도 소개했다. 안영인 기자는 “진실을 은폐, 축소, 변명하지 말고 차라리 정확히 알려 오보를 막으라”고 충고한다. 말해야 할 때 오히려 침묵해 엉뚱한 방향의 기사가 날 수 있다는 것.
고종관 중앙일보 기자도 “병원을 대표한다는 생각으로 소신 있게 설명하되 사실을 각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춰라”고 강조했다. 혹여 기사로 다루고 싶지 않은 내용을 말했을 경우에는 기자에게 ‘오프더 레코드’를 요청하면 된다.
이주연기자 gold@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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