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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치 5천배 중금속한약 판 약사 8천만원 배상"
[ 2009년 02월 23일 02시 55분 ]
수은과 비소 등 중금속이 잔뜩 든 한약을 판 약사가 이를 먹고 중독피해를 입은 어린이와 가족에게 치료비를 물어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이병로 부장판사)는 오타하라 증후군을 호소하는 김모양에게 안궁우황환이란 약을 권한 "약사 K씨는 김양과 가족에게 8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김양은 2004년 4월 태어난 직후부터 간질 증세를 보이는 오타하라 증후군이란 희귀병을 앓았다. 경련 증세가 끊이지 않아 여러 번 병원에 입원했지만 병세가 나아지지 않자, 김양의 어머니는 2004년 8월 약사 K씨가 운영하는 동네 약국을 찾았다.

김양 어머니가 “딸이 오타하라 증후군으로 약을 먹고 있는데 경기가 심하다”고 하자 K씨는 “열을 빼야 한다. 항경련제는 독성이 피가 마르니 먹이지 말라”며 안궁우황환이란 약을 권했다.

안궁우황환은 주사, 웅황 등을 섞어 만드는데 주사는 황화수은을 96% 이상, 웅황은 이황산비소를 90% 이상 포함하는 등 중금속을 다량 함유해 조제ㆍ투약에 주의가 요구되는 약이었다.

어머니는 약사 K씨의 권유대로 안궁우황환 1환을 사 딸에게 먹였지만 전에 없던 설사 증세까지 나타나자, 약국을 찾아가 증상을 말했다. 이에 K씨는 "열을 빼는 과정"이라며 그해 11월까지 넉 달 동안 안궁우황환 77환을 더 팔아 김양에게 먹게 했다. 하지만 김양은 그해 11월 폐렴 등 증세까지 찾아와 혼수상태가 돼 대학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병원의료진은 안궁우황환을 투약해왔다는 말을 듣고 어머니가 갖고 있던 약 성분 분석을 검사기관에 의뢰했는데 수은은 1만∼1만8000ppm, 비소는 1만4000∼3만ppm이 검출됐다.

김양 사건은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켜 방송으로도 소개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008년 생약에 든 주사와 웅황 등 광물성 생약의 중금속 기준이 마련됐다. 주사 중 수은 함유 기준은 2ppm, 웅황 중 중금속 함유 기준은 20ppm이다.

투약 당시에는 별도 기준이 없었지만 김양은 식약청이 뒤늦게 마련한 기준치로 볼 때 5000배가 넘는 수은이 든 약을 수개월간 먹다 급성 수은 중독에 걸린 것이다. 현재도 병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김양은 온몸이 거의 마비된 상태로 심한 호흡부전을 겪고 있다. 잘못된 약을 먹은 사실을 뒤늦게 안 어머니는 약사를 고소하고 민사소송을 따로 내는 등 법정 싸움을 시작했다.

이에 재판부는 "K씨는 전문 지식이 없으면서 주사와 웅황 등 중금속이 과량 든 안궁우황환을 팔아 김양을 중금속에 중독되게 하고 항경련제를 투약하지 않게 한 과실이 있다"고 밝히는 한편, 김양의 오타하라 증후군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K씨의 책임 비율을 25%로 제한했다.

한편 K씨는 검찰에 의해 기소됐고 최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이주연기자 gold@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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