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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부친 손이 의대, 그리고 정형외과를…
[ 2009년 02월 22일 21시 30분 ]
"의대 간 것은 물론 정형외과를 선택한 것도 다 목적이 있었다. 부친이 철도사고로 왼손을 잃었다. 평생을 장애자로 사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정형외과를 한 것은 그 연유에서다. 미세수지접합수술 성공의 배경도 따지고 보면 아버지가 출발점이다."

지난 21일 오후 6시 40분경.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을 가득 메운 연회장에 선 주인공. 별도의 수사학(修辭學)적 설명이 필요 없는 국내 최고의 정형외과 의사. 그 이름, 그 명성만큼 글로벌하게 유명한 유명철 전 경희동서신의학병원장(호 인산(仁山). 그가 정년 퇴임식을 가졌다.[사진]

36년 의대교수 인생을 정리한 메디컬에세이 '발가락을 손가락에 붙이다(헬스조선 刊)' 출간식을 겸한 이 날 퇴임식에서 유명철 교수는 부친에 대한 일화를 두 번이나 소개했다. 첫 대목에서는 망부(望父)의 정(情)이 느껴졌는지 일순간 노(老) 교수의 목이 메였다. 눈가에 잔잔한 이슬방울이 맺히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이 갈 정도였다.

"36년 의사생활은 도전과 열정의 시간"

유명철. 그의 의사생활 36년은 한 마디로 '도전과 열정'의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수한 최초의 시도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학회에서 한국의 정형외과 역사를 다시 써 나갔다. 경희의료원 정형외과를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과로 자리매김 시켰다. 또한 경영자로서 병원장, 의료원장, 의무부총장을 거쳐 정년을 앞두고는 새로운 도전, 경희동서신의학병원장에 온 몸을 던졌다. 여기에 주말과 휴일에는 봉사차량으로 전국을 돌며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을 돌봤다. 36년의 시간이 그렇게 흐른 것이다.(유 교수는 봉사활동에 매진한 것은 모친의 영향이었다는 이야기도 소개)

퇴임사에서 유 교수는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보니까 나의 인생 키워드는 '열정과 집념'이었고 이를 끝까지 끌고 가고자 했던 노력이 모든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유 교수는 "그동안 너무나 많은 은혜를 입었다. 그 은혜를 베풀 수 있도록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선에서 남은 과제를 실천하는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인생 후반전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노(老) 교수의 남은 후반전 계획은 다음과 같다.(참고로 유명철 교수는 정년 퇴임 후에도 의대 교수로는 처음으로 경희대 석좌교수로 임명, 진료와 수술을 계속할 계획이다.)

"퇴임 후에도 경희대 석좌교수로 환자들과 마주한다"

우선 177명의 제자들이 사회에서 더욱 중추적 역할을 하는데 일조하면서 그동안의 자료를 토대로 SCI 게재 등 후학들의 학술활동을 뒷바라지 하고 경희대가 명문대로 도약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봉사에 대한 정신을 고이 간직하면서 활동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올해 경희대 개교 60주년에 맞춰 대대적인 봉사활동을 펼쳐 경희의 이름을 떨치겠다는 노익장의 포부도 공개했다.

이 대목에서 유 교수는 자신의 '2년 저축論'을 소개했다. 유 교수는 지금도 경희의료원의 지근 거리인 이문동에 살고 있다. 50여 년 된다. 고덕 새 병원으로 옮기기 전 까지는 출퇴근 시간이 기껏해야 5~10분 이내였다. 고덕은 평균 1시간에서 많게는 2시간이 걸린다. 이를 환산해서 보니 자신은 현재 2년의 시간이 세이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저축된 2년의 시간을 이제 조금씩 꺼내서 후학 등에게 은혜를 갚는데 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거듭 "제자들이 빛이 나도록 노력하겠다. 이런 성대한 자리를 마련해 준 제자들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앞으로 정형외과와 경희대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노(老) 교수는 모든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연단에서 큰 절을 올렸다. 존경과 사랑, 환호와 아쉬움이 교차된 박수가 한동안 그치질 않았다.

이후 식순으로 공로패 및 선물 전달과 책 출간식, 케익 커팅, 은사인 김봉건 정형외과학회 자문위원의 건배 제의가 있었다. 김봉건 자문위원은 "유명철 교수의 제자는 177명이 아닌 178명으로 자신도 제자였다"고 말해 한 때 좌중에서 폭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편, 이 날 퇴임식에는 유명철 교수의 동료 및 제자, 선후배 등이 자리를 빛내 성황을 이뤘다. 전 일본정형외과학회 고쿠번 회장은 직접 참석, 축사를 낭독했고 서울의대 동기인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이 영상메시지를 전했다.
백성주기자 paek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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