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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의료원장 인터뷰, 작전명 '해물잡탕밥'
[ 2009년 02월 23일 21시 50분 ]
[취재후기]
'똑! 똑! 똑!'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상기된 얼굴의 비서가 들어왔다. 비서는 동동걸음으로 다가와 어찌할 바를 모르며 의료원장에게 메모지를 건넸다.
순간 기자의 눈에 포착된 의료원장 미간의 미세한 근육경련. 메모를 다 읽어 내려간 의료원장은 다급히 인터뷰 장소를 옮기자고 제안했다.
'뭔가 있구나'라는 직감이 뇌리를 스쳤지만 상황에 맞게 민첩한 행동으로 의료원장을 따라 자그마한 연구실에 몸을 숨겼다.
기자 생활을 하며 수 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처음 겪는 생소한 상황은 지난 20일 건양대병원 하영일 의료원장과의 인터뷰에서 연출됐다.
조금은 남루한 소파에 앉아 한숨을 돌린 하영일 의료원장은 기자가 묻기도 전에 방금 전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용인 즉, 지주막하 출혈로 수술을 받은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자 가족이 의료사고를 주장하며 무작정 의료원장실로 올라오고 있어 불미스러운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자리를 피했다는 것이다.
하영일 의료원장은 이미 수 일 전 이들 가족과 면담을 가졌지만 막무가내식 태도때문에 얘기도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헤어졌던 일을 회고했다.
"해당 수술이 워낙 고위험인데다 동일 질환으로 사망한 가족력도 있었던 탓에 수술이 쉽지 않고 실패 확률도 높다는 점을 사전에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가족은 계속해서 '의료사고'를 주장하고 있다"
하 의료원장은 가족의 소동이 시작된 직후 집도의를 불러 상황을 물었고 의료사고가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다.
때문에 가족과의 첫 대면에서 심심한 위로를 표했지만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병원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
여기에 격분한 가족은 그 날 이후로 의료원장을 타깃으로 투쟁을 시작했고, 이 날 역시 게릴라식 항의방문을 위해 의료원장실로 향했던 것.
하영일 의료원장은 의료분쟁 발생시 의사의 무과실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환자와 가족들의 폭언과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작금의 상황을 개탄했다.
"피하는게 능사가 아님을 잘 알고 있지만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방법이 없어 어쩔 수 없다. 의사 신변보호에 관한 법률이 하루속히 제정돼야 한다"
의료분쟁에 관한 하 원장의 성토는 꽤 오랜시간 이어졌다. 인터뷰 시작 1시간 30분. 혼(魂)을 다한 열변에 시장기가 동했는지 하 의료원장은 식사를 권했다.
건양의대 졸업식 참석시간이 임박한 탓에 메뉴는 배달이 가능한 중국음식으로 결정했다. 그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 미안했던지 가장 비싸다는 '해물 잡탕밥'을 권했다.
교수 연구실에서, 그것도 의료원장과 단 둘이 단무지를 곁들여 먹는 중국음식은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미묘한 맛이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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