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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과 의사들 '뿔났다'
[ 2009년 02월 26일 21시 52분 ]
"구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뤄지는 상당수 행위는 '엄연한' 의료다. 그런데 이제는 구급 대원 등 소방 공무원까지 의사 '흉내내기'를 하려고 한다. 의사의 지시, 감독 없이도 단독 행위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울산 중구)이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후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최근 정갑윤 의원이 제출한 법안 제19조(구조와 구급활동을 위한 지원요청)에 따르면 '소방방재청장 등은 구조 또는 구급활동을 함에 있어서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할구역안의 의료기관 및 구조·구급과 관련된 기관 또는 단체에 대해 구조와 구급에 필요한 인력 및 장비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고, 이 경우 요청을 받은 의료기관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25일 대한응급의학회 황성오 이사장은 "정갑윤 의원이 발의한 이번 법안에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의 규정과 상당 부분 중복돼 있으며 기존의 법안을 무력화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강력히 성토했다.
특히 이들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는 대목은 소방방재청장 등이 인력 요청 등을 이유로 의료적 통제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소방방재청장 등은 의료기관 등이 특별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항의 요청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해당 의료기관 등을 감독하는 행정기관의 장에게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된 부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대한응급의학회 유인술 정책이사는 "가장 큰 문제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과 소방기본법 등 이미 기존의 법률에서 명시돼 있는 사항인데 제출된 법안은 한 조항씩 짜깁기 한 수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유인술 정책이사는 "의료법에도 명시돼 있듯이 '의료'는 의료인만이 가능한 것 아닌가. 그러나 법안이 만약 통과된다고 가정했을 때, 소방방재청장, 소방처장 등 관할 행정 기관들이 의사들을 자의적으로 차출할 수 있게 된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기존 법에 의하면 재난이 발생했을 때 보건복지가족부 관할 아래 의료인력이 투입되는데 정 의원이 제안한 법안대로라면 소방방재청이 재난 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의료기관들에 요청하게 된다"는 것.
즉, 비의료인이 의료인들을 통제하는 기이한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 보고 있다. 그는 "정갑윤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소방특혜법'이나 다름없다"고 일축했다.
황성오 이사장은 "의료기관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어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게 됐다"면서 "의사협회, 병원협회에도 이 같은 내용을 알리고 학회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못박았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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