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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前 단계 '사전의료지시서' 국회 논의
[ 2009년 03월 03일 22시 14분 ]
지난달 용인의 한 실버타운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66명의 어르신들이 존엄한 죽음에 대한 의지를 담아 ‘사전의료지시서’에 서명하고 법적 구속력을 갖기 위해 이를 공증한 것이다.

사전의료지시서란 생명연장술에 의존하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 개인이 스스로 판단·결정할 능력이 있을 때 임종과정에서 받게 될 의료에 대해 미리 의견을 밝혀두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9월 국립암센터가 성인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품위있는 죽음에 대한 대국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2.8%가 사전의사결정제도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사전의사결정서 작성시기로는 질병이 생겼을 때(33.3%), 말기진단 시(31.3%), 건강할 때(26.4%)가 적당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전의사결정서 안에 반드시 포함될 항목으로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항생제사용, 혈액투석, 영양공급, 호스피스의료가 꼽혔다.

이러한 사전의료지시서는 오늘(4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리는 ‘존엄사 입법 공청회’의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사전의료지시서는 향후 존엄사 시행에 있어 발생 가능한 법적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안전장치로서 그 의미가 크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존엄사법안에는 사전의료지시서와 관련 ▲의료지시서 작성 전 상담 의무화(제15조1항) ▲환자의 의사능력이 의심스러울시 정신과 협진 의무화(제16조2항) ▲환자의 의사표시의 진정성이 의심스러울 시 기관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 의무화(제16조3항) ▲의료지시서 작성 시 증인 2명 입회 및 서명 날인 의무화(제17조2항) ▲증인에 이해관계인을 원칙적으로 배제 의무화(제17조3항) 등이 포함됐다.

이에 윤영호 국립암센터 기획조정실장은 공청회 발표자료에서 “말기환자의 의료지시서 작성시 증인 참석을 의무화하고 환자의 사망으로 인해 직접적인 이익이 없는 자를 증인 자격으로 정해 경제적 문제로 인한 이익침해가 없도록 한 법안 제17조3항은 바람직한 법규”라고 평가했다.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 홍양희 회장은 “법안 제14조4항에서 ‘성인의 의료지시서 서식 및 등록절차에 관한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가족부령으로 정한다’고 함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법안에서 구체적 상담절차와 법적효력의 방향까지 제시돼야 한다”면서 “죽음이 실종된 우리사회의 현실에서 존엄한 죽음과 관련된 교육을 확대하고 이를 뒷받침할 죽음교육에 관한 조항을 법안에 삽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전의료지시서가 다양한 측면으로 이해되는 만큼 구체적 개념을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손명세 연세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WHO 집행이사)는 “보통 사전의사결정서는 생전유언(living will), 계속적 대리 위임장(durable power of attorney), 신념진술(value history) 등과 같이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반해, 현재 존엄사법안에는 일률적으로 의료지시서라고만 규정돼 있다”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이어 “미성년자와 신생아를 제외한 환자의 대리결정과 관련된 입법적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주연기자 gold@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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