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뇌진탕에, 같은 병실인데 왜 진료비가 최고 15배에 달하나." 국민권익위원회의 발표 이후 큰 파장이 예고되고 있다. 건강보험과 산재보험, 자동차보험의 요양급여 심사 및 진료수가 일원화를 둘러싼 논란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각 계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 4일 공청회, 결국 거세게 반발 의사를 표했던 병원계 대표는 불참했다.[편집자주]
제3자 심사, '의료심사평가원' 설립 대안인가
보험 따라 '천차만별'로 산정됐던 진료비 행태를 꼬집었던 국민권익위원회는 3일 "진료수가 가산율, 입원료 체감율, 비급여 항목 수가 차이로 인해 일부 요양기관이 의료급여환자의 진료를 기피하거나 입원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특히 산재 및 자동차 사고환자에 대한 과잉진료나 진료비 허위·부당청구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해 보험료를 내는 기업체와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논리였다.
이어 4일 권익위 청렴교육원에서 열린 '요양급여 심사 및 진료수가 제도 개선 공청회'에서는 이를 반증하듯 "산재, 자동차, 개인의료보험의 요양급여 심사, 조사 체계는 건강보험에 비해 전문성과 심사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서울대학교 간호학과 김진현 교수는 이에 "중립적, 객관적인 위치에서 전문성 있는 요양급여 심사가 실시돼야 한다"면서 "보험자 또는 의료 서비스 공급자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중립적, 객관적인 위치에서 심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별도의 법령을 제정, 전문 기관에서 의학적 전문성에 기초, 모든 요양급여비용을 통합 심사, 평가, 조사하는 '의료심사평가원(가칭)' 설립을 주장했다. 이는 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확대 신설을 전제로 했다.
이 안에 따르면 심사일원화 대상(11종)에는 건강보험, 의료급여, 보훈,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실손형 개인의료보험, 공상(공무원, 사학, 군인), 외국인 및 노숙자, 응급대불이 포함됐다.
政 "요양급여 심사 일원화, 심사 위탁이 가장 현실적"
보건복지가족부 염민섭 보험급여과장은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환자의 피해 예방을 위해 건강보험제도를 기반으로 한 산재, 자동차보험 등의 급여 비용 심사 위탁 필요성에 대해서는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총론에 동의했다. 그러나 줄곧 조심스러운 자세를 견지하는 모습이었다.
염민섭 과장은 "개별 법령을 개정해 요양급여비용의 심사, 평가를 심사평가원에 위탁하도록 하는 안은 전문성, 효율성 등 비용 효과적이라고 판단한다"면서 "현실적으로 가장 수용 가능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차, 개인 의료 보험을 자율적으로 위탁하거나 자율 심사를 하는 방안은 위탁 효율성이 낮고, 심사건수 예측이 곤란해 심사평가원 시스템 구축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감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이와 함께 합리적인 요양급여 심사를 위한 기준 수립에 있어 표준진료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도 부연했다. 염민섭 과장은 "현재 전문학회의 협조로 정부가 주도, 점진적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범위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료수가 및 가산율 합리화와 관련해서는 "일물일가원칙에 따라 진료 수가가 일원화돼야 한다는 점은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환산 지수, 가산율 등은 보험 목적, 재정 상황, 보험 구조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못 박았다.
보험료 부담 증가‧고질적 부재환자 대책 "언발에 오줌 누기"
"심사평가체계의 통합은 보험 유형별 입법취지에 반하고, 의료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근시안적 발상에서 비롯됐다." 진료비 심사 및 수가 일원화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병원계의 입장이다.
우선, 병원협회는 보험유형별 태생적 특성을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반박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하지 않은 박상근 위원장은 발제문을 통해 병원계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각 보험 제도만의 태생적 특성 때문에 보험급여 수준 및 심사평가 기준이 건강보험과 달리 적용돼야 한다"면서 "진료내용(진료의 양 및 진료비)에 있어서도 차이가 발생, 보험유형별 특성이 반영될 수 있는 별도의 심사평가 체계가 운영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무엇보다 수가 인하만을 위한 정책 추진이라고 꼬집고 있다. 박상근 위원장은 "종별가산율 일원화에 대한 각 정부 부처의 입장이 다르며 의료급여의 종별가산율 인상은 정부 재정의 추가 투입 없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급여의 가산율 인상없이 자보 및 산재보험 가산율만 인하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결국, 의료기관에 손실을 전가시키게 될 것"이라고 못 박고 보험사의 과도한 진료비 조장도 우려했다.
그는 "일물일가의 명분 하에 수가 인하만을 단행하기 위한 종별가산율 및 입원료 체감율 동일 적용에 대해 반대하며 현행 건강보험수가체계의 근본적 문제 해결 이후 산재 및 자보 환자의 특성이 반영될 수 있는 진료수가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