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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의사가 매 맞는 나라가 어디 있냐"
[ 2009년 03월 12일 03시 10분 ]
응급실 내 폭력 사건이 또 터졌다. 지난 11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20대 남성 환자가 무차별 욕설과 함께 알몸 시위도 모자라 의료진에 대한 폭력까지 휘두른 일이 발생했다.

12일 대한응급의학회 부회장 민용일 교수(전남의대)는 "환자와 보호자의 의료진 폭행이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방어할 법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분개했다.

민용일 교수는 "난동을 피우는 사람 대부분이 술에 취한 상태여서 제지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촌각을 다투는 시급한 응급실에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환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12조(응급의료 등의 방해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에 대한 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기재·의약품 기타의 기물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하여서는 아니된다. 제60조(벌칙) ①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응급실 폭력에 대한 많은 보고와 사례가 알려지고 있음에도 법이 적용돼 처벌한 경우가 없다는 데 대해 더욱 울분을 토하고 있다.

민용일 교수는 "진료방해 행위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하는 선례를 보지 못했다"면서 "항상 의료진이 참고 넘어가는 식으로 마무리하는 게 다반사"라고 말했다.

병원측도 폭력을 행사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해야 되는 게 원칙인데 상당 수 병원들이 괜한 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는데다 병원의 이미지 보호 차원에서도 유야무야 처리하고 만다는 데 더욱 심각한 문제가 있다.

실제 이날 사건에서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피해자 진압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사태를 지켜보다 결국 실랑이 끝에 단순 폭행으로 처리, 피해자를 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민용일 교수는 "환자나 보호자들의 응급실 폭력은 명백히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인데도 제도의 미비로 응급실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무방비로 폭력에 노출돼 있다"면서 "현재 공권력은 응급실에서는 제대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물론, 오래 전부터 응급실 폭력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각 병원들은 CCTV와 경비 인력을 늘이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해 왔다. 응급실 내 폭력 행위는 그럼에도 그치지 않고 있다.

폭언과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응급실에서는 특히 전공의들을 지켜줄 보호막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07년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최근 1년 동안 응급실내 폭언・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에 대해 8124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8124명 설문 대상자 가운데 응답자 629명 중 66.6%(419명)가 폭언이나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그중 환자 보호자로부터 70%이상 경험했다고 답했다.

민용일 교수는 "응급실 폭력 사태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님에도 제도 개선이나 법적 보호 장치 마련에 대한 논의는 십수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학회 차원에서 응급실 폭력을 주제로 설문조사와 연구도 진행했지만 아직까지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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