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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위험 간과한 산부인과학회 수술 시연
[ 2009년 03월 13일 03시 30분 ]
병원 감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운 요즘, 의사들이 감염 위험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지키지 않은 채 수술을 진행해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산부인과 의사를 위한 유방질환 워크숍’을 열고 주요 행사로 유방의 맘모톰 수술을 시연했다. 맘모톰은 유방 조직을 검사·채취하고 양성종양, 멍울, 부유방 등을 제거하는데 쓰이는 장비다. 한양대학교 HIT빌딩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약 300여명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자리해 이를 지켜봤다.
문제는 술기 시연이 행사장에서 직접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창문 하나없이 밀폐된 대강당에는 300여 명이 북적여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했다. 또 환경부가 폼 알데하이드의 주요 방출 원인으로 꼽은 합판과 파티클보드 책상 수십 개도 자리해있었다. 지난 1월 환경부는 영화관·전시장·학원·독서실 등 시설의 공기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폼 알데하이드 등이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대학 대회의실의 공기가 오염됐다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 장소에서 산부인과학회는 수술을 시작했다. 대회의실 한쪽 구석에 간이침대와 수술 장비가 마련됐다. 유방을 드러낸 환자를 위해 수술용 칸막이 하나가 겨우 설치됐다. 환자가 침대에 눕자 시연을 맡은 E원장이 베타딘 소독을 했다. 감염예방을 위해 이뤄진 처치는 그게 전부였다. 두차례 마취주사가 실시됐고 이어 맘모톰 프로브 삽입을 위한 피부 절개가 약 0.5~1cm가량 이뤄졌다. 약간의 피가 흘렀다. 이후 약 3cm 길이의 노란색 유방종양이 잇따라 채취돼 소개됐다.
E원장과 다른 의료진은 수술용 장갑과 가운을 착용한 상태였다. 수술모는 없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평상복 차림의 비디오카메라 기사가 달려들듯 촬영에 임하고 있었다. 카메라와 조명기기 등이 소독됐을 리 만무했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수술 장면을 지켜보는 참석자 중 어느 누구도 감염 위험을 제기하는 의사는 없었다.
보통의 수술 시연은 장비 및 기구의 운반과 감염 위험 등을 이유로 수술실 등 다른 장소에서 진행하고 이를 모니터로 실시간 중계하는 원격의료 형식으로 이뤄진다. 수술실 촬영 시 촬영기사와 참관자들도 소독과 수술복장을 갖춰야함은 상식적이다. 그럼에도 이날 수술은 그렇게 이뤄졌다.
이에 대해 대한감염학회 우준희 이사장(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실장)은 “설마… 수술 전에 감염에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셨겠죠”라며 의아해했다. 그는 이어 “간혹 응급한 상황이든가, 주사를 놓는 것처럼 가벼운 시술인 경우는 수술실이 아닌 곳에서 이뤄질 수도 있지만 수술은 수술실에서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수술 시연 시에는 가르치거나 배우는 사람 모두 감염 방지를 위한 복장을 갖추는 게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를 지적하자 당시 수술을 맡았던 E원장은 “절개가 크지 않아 어디서나 가능한 수술이어서, 감염에 대한 것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면서도 “물론 수술 장소가 오염된 곳이면 안 되겠죠”라고 답했다. 수술 전에 감염 예방을 위해 어떠한 처치를 했냐는 질문에 그는 베타딘으로 유방을 닦아내는 기본적인 소독과 항생제를 사용했지만 주변환경에 의한 감염 위험을 고려치 못했음은 인정했다.
물론 맘모톰 수술은 절개가 크지 않고 비교적 빠른 시간에 처치가 가능한 간단한 수술이다. 이 때문에 대개 초음파실에서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수술실에서 이뤄지는 수술이 아니라고 해서 오염된 공간에서 수술을 행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수술부위와 기계장치, 의료진의 손길이 닿는 각 부분에서 멸균이 확보돼야함은 의료진이 지켜야할 기본 의무이다. 또한 학술목적의 수술 시연을 위해 어렵게 환자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유방의 노출 외의 수술환경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감염질환 및 관련 법령을 관리하는 복지부 질병정책과 관계자는 “최근 특히나 병원 감염과 관련해 말이 많은데 모르시는 분들도 아니고, 아우 참…”이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그는 “간단한 수술이든 아니든 간에, 아무리 수술 시연이었어도 문제가 있다”면서 조심스레 “행정처분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지난해 말 국내 유명 종합병원을 포함한 몇몇 병원은 공기 중 부유세균이 기준치 이상 검출돼 과태료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병원감염관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병원감염관리학회에 따르면 대형병원의 감염 사고는 연간 30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2월에는 시술과정에서 기구를 철저히 소독하지 않는 등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의료진이 수술 후 환자가 염증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재판부의 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감염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 이번 산부인과학회의 수술 시연은 이에 대한 의료인의 인식이 얼마나 낮은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그러나 의료법 위반여부를 해석하는 복지부 의료제도과 관계자는 산부인과학회의 이번 수술 시연에 대해 "현 의료법에는 이를 규제할 적절한 사항이 없다”면서 “이는 의료인의 자질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료제도과 또 다른 관계자도 “명백한 처벌 규정은 없지만 의사의 윤리적 부분으로는 접근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주연기자 gold@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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