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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전보 향한 병법(兵法)에 비춰진 병원들
[ 2009년 03월 31일 22시 00분 ]
[기획 2]‘손자’ 군쟁편을 보면 “가까운 곳에서 먼 길을 오는 적을 기다리고, 편안한 자세로 적이 피로해지기를 기다리며, 배불리 먹고 나서 적이 배고프기를 기다리니, 이 것이 힘을 다스리는 방법이다(以近待遠, 以佚待勞, 以飽待飢, 此治力者也)”라는 구절이 나온다.

즉, ‘이일대로’란 적군보다 먼저 싸움터에 당도, 충분히 휴식을 취함으로써 아군의 전력을 비축한 뒤에 먼 길을 오느라 피로해진 적이 쉴 틈도 없이 공격해 승리를 취하는 전략을 뜻한다. 또한 수비에 치중하며 전열을 잘 가다듬어 상대가 지치기를 기다린 뒤 공격하는 전략을 일컫기도 한다. 손자병법 36계 가운데 승전계(勝戰計)에 속하는 4번째 계책이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승전계 중 '이일대로(以佚待勞)'

이미 국내 최고 병원으로 등극한 서울아산병원. 병원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실제로 이정신 병원장은 연초 취임사를 통해 이 같은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정신 원장은 “앞 날에 당당히 설 수 있도록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하는 성실한 자세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위기는 곧 기회라고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로운 2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의료계의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진솔한 자기 성찰을 통해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생으로 보면 서울아산병원은 약관(弱冠)의 나이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이미 한국의료를 선도하는 중요한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불문가지 사실이다.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며 또한 의료의 질적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은 내실화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향후 20년을 준비하기 위해 인재 양성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이정신 병원장은 “혁신적인 인사제도 개선을 통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인재를 찾아 육성함으로써 활기찬 변화를 모색해 나갈 수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즉, 인재양성을 통해 지금 현재의 의료계 선두 자리를 수성해 나가겠다는 것.

이를 위해 미래 인재양성에 걸맞은 교육프로그램을 마련,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긍심을 가지고 최고의 프로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삼성서울병원, 순수견양(順手牽羊)

삼성서울병원이 선택한 전략은 손자병법 36계 가운데 12번째 ‘순수견양(順手牽羊)’ 순수견양 이란 ‘손에 잡히는 대로 양을 끌고 간다’는 말로 병법에서 작은 틈이나 이익이라도 놓치지 않고 이용하는 책략을 뜻한다.

최한용 삼성서울병원장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경영 효율화 및 수익창출 활동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건실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효율적인 경영과 적정 수익 창출을 위해 진료 수익성의 증대와 함께 신규 분야를 적극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세하지만 새로운 틈새 분야의 이익이라도 놓치지 않고 이용하는 전략인 순수견양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추구하는 경영방침과 가장 부합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손자병법 36계에서는 순수견양을 응용해 곧 아군과 적의 세력이 대등한 경우에 사용하는 계책 가운데 하나로 삼고 있다. 즉 “적이 드러낸 허점이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반드시 이용하고, 아군에게 유리한 점은 아무리 작은 것일지라도 반드시 때를 놓치지 않고 쟁취한다(微隙在所必乘, 微利在所必得)”는 것이 그 의미다.

이 같은 전략은 고도성장 시대보다 저성장 시대에 어울리는 계책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의 ‘순수견양’ 자세는 요즘과 같은 경기불황 시기에 알맞은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 뿐만 아니라 타 대형병원들도 수익 증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한용 원장은 “우리에겐 최적의 인프라와 최고의 인재, 명확한 비전이라는 든든한 기본 체력이 있다”며 “현재의 경기불황이라는 위기는 어쩌면 우리를 더욱 단련시켜 한단계 도약케 해주는 고마운 배경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제 남은 것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리겠다는 결연한 의지”라며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유대감으로 함께 뭉친다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성모병원 "대들보를 훔쳐 기둥을 바꾼다"

‘대들보를 훔치고 기둥을 바꾼다’라는 뜻을 가진 투량환주(偸梁換柱). 이는 겉은 그대로 두고 내용이나 본질을 바꾸어 놓음으로써 승리를 취하는 전략이다. 손자병법 36계 가운데 25번째 계책으로 병전계(倂戰計)의 하나.

3월23일 개원한 서울성모병원이 ‘날고 기는’ 교수들을 영입하기 위해 여념이 없다. 어떤 병원이든 스타급 교수는 병원을 지탱하는 중요한 대들보. 현재 3임째 가톨릭의료원을 진두지휘하는 남궁성은 의무원장은 이런 대들보를 들여오기 위해 전국의 유명한 교수들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는 수첩을 소중한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이 수첩은 남궁성은 원장이 영입을 위해 노력했던 교수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 사실상 비밀장부. 얼마나 이를 들여다 봤으면 수첩은 손때가 묻어 너덜거리기까지 한 상태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최근 가톨릭의료원은 암치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미국 뉴욕의대 혈액종양내과 김후근 교수를 영입했다.

남궁성은 원장은 “전후근 교수가 어려운 결단을 과감하게 용기내 결정했다”며 “전 교수라면 과감한 추진력으로 속도를 내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꾸준히 접촉한 결과 가톨릭의료원은 서울성모병원 개원에 앞서 서울아산병원, 아주대병원의 일부 교수들을 불러들일 수 있었다.

남궁성은 원장은 “젊은 피를 수혈하기 위해 해외파들에게도 시선을 돌리면서 의료진 구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3월부터 60~70명의 외부 의료진들이 대거 투입될 것이며 눈에 띄는 대목은 전도 유망한 ‘젊은 의사’들의 영입”이라고 소개했다.

최첨단 장비와 누드 엘리베이터, 최첨단 장비와 한층 업그레이된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된 진료과 등 서울성모병원은 가톨릭의료원 산하 부속병원 8개를 비롯해 전국의 가톨릭 계열 병원의 중심 역할을 할 예정이다.

남궁성은 원장은 “돈만 버는 병원이 아니라는 인식을 가장 먼저 심어주고 싶다”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우수한 의료진들이 뛰어난 실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병원이 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중앙대병원 "必死卽生, 必生卽死"

중앙대의료원은 하권익 원장이 최근 새롭게 부임하면서 ‘必死卽生, 必生卽死(필사즉생, 필생즉사)’라는 구호 아래 교수와 직원들 모두 하나된 마음으로 병원 발전을 다짐하고 나섰다.

‘必死卽生, 必生卽死’는 성웅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 왜선 133척을 앞두고 단지 12척 군선으로 전쟁에 임해 대승을 거둔 명량대첩 전 병사들에게 한 말이다. 두려움에 가득찬 병사들에게 이순신 장군은 “자신이 살기위해 몸을 빼는 자는 내가 죽일 것이다”라고 엄포한뒤 전쟁에 임했으며 그 결과 왜군을 물리친 기적적인 결과를 만들어 냈다.

즉 압도적인 군세를 앞두고 병사들에게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것’을 강조하며 한 말. 따라서 이는 중앙대의료원의 현상황에 부합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전략은 배수진(背水陣)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배수진이란 ‘사기(史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나오는 말로 오랜 원정을 거듭해 조나라보다도 전력이 떨어진 한신의 전술에서 유래한 말.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처럼 사생결단하는 정신 상태로 싸움에 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등 뒤에 강물이 흐르니 싸움에 져서 죽든지 강물에 빠져 죽든지 죽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싸움에 임한 것이다.

하권익 원장은 ‘必死卽生, 必生卽死’의 각오로 직원들 모두가 화합해 저력을 발산, 반드시 빅5 대열에 자리잡자는 목표를 세웠다. 하 원장은 “바로 지금 이순간이 변해 살암남을 마지막 기회라는 위기의 벼랑 끝에서 무엇이 두렵고 어렵겠는가”라며 “추호의 빈틈없이 과거를 반성하고 깊숙이 묻어두었던 우리의 저력을 모두 도출해 결집하자”고 강조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9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승재기자 lee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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