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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칼 맞는 의사와 낮잠 자는 의사보호법
[ 2009년 03월 31일 22시 10분 ]
의료계가 또 다시 충격에 빠졌다. 치료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의 연이은 테러에 공포감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진료방해는 의료계의 오랜 고민거리지만, 최근에는 그 형태가 점차 폭력적이고 강력범죄화되는 모습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30일 부천에서 전립선염 치료에 불만을 품어왔던 72세의 백모 씨가 비뇨기과 원장 박모 씨(68)의 옆구리를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발기부전 수술에 불만을 품었던 환자가 충남의대 비뇨기과 김모 교수를 흉기로 살해했다.

신뢰와 믿음이 가득해야 할 진료공간이 죽음과 폭력이라는 공포의 무대로 변질되는 것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의사와 환자의 신뢰를 깨트리는 불미스러운 일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의료계는 일명 '의사 보호법' 제정에 목소리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동료의 죽음을 보면서 신변에 위협을 느낄 것이고, 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그리고 주사위는 이미 던져젔다.

한나라당 임두성 의원은 작년 의료기관 내 폭력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의료기관 또는)응급실 난동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으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공감대를 얻지는 못했다.

문제는 이른바 의사(의료인) 보호법이 국회에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의료계 입장에서는 격분할 일이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다. 이럴 때일수록 더 냉정하게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의사 보호법이 여의도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 형량이 너무 높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광범위해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많다는 의견이 많다.

복지위 법안심사소위 여·야 관계자들은 "의료 현장이 법보다 주먹이 앞서 의료인이 불만을 느끼겠지만, 이른바 의사 보호법은 환자의 자율 의사권을 방해하는 맹점이 있다. 예를 들어 의료사고가 발생해 항의를 하는 환자와 가족이 처벌받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되물었다.

이미 형법에 의한 처벌이 가능한 데다 법안이 필요하다면 합리적인 선에서 형량을 정하고 그 적용범위를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의료사고 발생시 의사가 이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컸다. 의료인의 신변보호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더욱 앞선 개념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향후 법안 심사가 시작된다면 대폭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지금까지도 의료인 폭행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런 의미에서 주행 중 버스기사와 택시기사를 폭행할 경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적용받도록 한 운수업계의 사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의료인 폭행이 국민 건강에 어떠한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세밀한 논리로 개발해야 한다.

분노로 접근하기에는 의사와 입법자들의 간극이 여전히 넓다. 무엇보다 의료계가 한 목소리를 내고 지속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왜 이해 못하느냐를 따지기 전에 먼저 설득시키는 과정이 순서다. 의료계의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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