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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CEO 나오지만 '보이지 않는 벽' 여전
[ 2009년 04월 03일 02시 30분 ]
[기획 하]
가까운 미래에 여성 병원장과 대학병원장, 학회장을 흔하게 볼 날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통계가 말하고 있다.
의료계 여성파워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은 대형 의료기관 수장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들이다. 이혜란 한림대의료원장을 비롯해 서현숙 이화여대의료원장, 박준숙 대전 을지대병원장, 홍성희 서울 을지병원장 등은 대표적인 의료계 알파걸이다. 여기에 가천의과대학과 길병원을 거느린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은 여성을 넘어 의료계 핵심 인사로 유명하다.
이들 여성 병원장은 임상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섬세한 카리스마로 병원 경영에도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진료와 경영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학술에서도 여의사의 활약은 계속된다. 서울대병원 정혜승 교수는 성균관의대 이명식 교수와 공동으로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프로테오믹스이용기술개발사업단’의 일환으로 세포사멸 관련 당뇨병 기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젊은 여의사의 활약도 주목된다. 지난해 인하대병원 안과 김나래 전공의는 같은 과 진희승 교 연구팀의 일원으로 ‘한국인 연령 관련 황반변성 변이’를 규명했다. 그는 이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차영주 이사장(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장)은 진단검사의학 분야에서 입지적인 인물이다. 차 이사장은 여성임에도 진단검사 전문의 중 실력과 카리스마를 두루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국내 제대혈은행 1위 업체인 메디포스트를 일군 양윤선 대표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교수로 활동했었다. 그는 창업 초기에 일선 개원가를 일일이 돌아다니며 영업을 뛸 정도로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지금은 여의사 출신 대표적인 사업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국여자의사회 김용진 회장은 “섬세함과 자상함 등 특유의 장점을 발휘하는 여의사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며 “보건의료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다. 의료계와 사회는 이 같은 상황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현상에 목소리 내는 여의사 문화 필요”
그렇다. 최근 5년간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에 입학하는 여학생 수가 늘었다고 놀라는 사람이 많다. 잘 알려진 데로 전문직에 진출하는 여성의 수는 매년 증가해 왔다. 법조인이나 외교관으로 진출하는 여성이 많이 증가한 점을 봐도 그렇다. 의료계만의 변화는 아닌 것 같다.
의전원 제도 도입 후 여학생 비율이 더 급격히 늘었다. 남성의 경우 학비와 오랜 공부기간, 생산적 경제활동의 어려움, 군복무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반면 여학생은 더 공부하고 싶은 욕망과 전문직 진출 움직임으로 도전이 더 많아졌다. 현실적으로는 여학생의 의학 전공의 진입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다. 여학생이 우수한 성적을 발휘한 점도 고무적이다. 의료는 상당히 여성성이 필요한 전문분야이기도 하다.
표면적으로 성차별을 인정하지 않지만, 유리천정(Glass Ceiling)이 여전히 존재한다. 신규 임용과 승진, 보직임명 등에서 차별이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지난 21일 대한의사협회 회장 후보 합동 설명회에서 이 같은 논의가 이뤄졌다. 여자의사회는 앞으로 여의사의 리더십과 조직 관리 등 경험 축적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뛰어난 여의사가 많아지면 그 위상은 자연스럽게 높아진다. 행정과 경영에 대한 참여도 균등하게 이뤄져야 한다. 의협은 앞으로 다양한 전문단체에 여성 임원 비율을 30% 이상으로 채우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차별이 있는 의료현장을 좌시하지 않겠다. 여의사도 능력에 따라 병원과 학회 등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여의사가 많아지면 가능해지리라 기대해 본다. 의료계 내부적인 문제뿐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에도 관심을 두겠다. 전문직 여성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미혼모와 이주여성 등의 문제에도 나서겠다. 정치·경제·사회·교육 등 다방면으로 여의사가 진출하고 활동해야 한다. 사회 현상에 목소리를 내는 여의사 문화가 필요하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9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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