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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을 위해 1년을 기다렸다"
[ 2009년 04월 08일 21시 50분 ]
대한민국 서울의 강남. 그것도 시원시원하게 뻗은 고층건물과 최신식 시설이 즐비한 삼성동 무역센터의 한 집무실에는 상당량의 빛바랜 신문 스크랩이 바깥 풍경과 부조화를 이루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여러 스크랩 중에서도 눈에 띄는 전면광고 하나.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전설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말을 인용한 이 신문광고에서 방주인의 성향을 대략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이달 초 다부진 각오와 도전정신으로 국내 혈액 항암제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염윤수 사장을 만나 진정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지’를 물었다.[편집자주]

국내 항암제 시장과 혜성의 등장

염윤수 사장을 만난 것은 국내 제약계에서 조금은 생소한 ‘세엘진(celgene)’이라는 회사가 혈액 항암제 시장 공략 채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세엘진은 항암제로 잔뼈가 굵은 염윤수 사장도 입사 전까지 알지 못했을 정도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회사였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는 혈액 항암제 시장의 ‘빅5’에 들 정도로 규모나 제품력을 갖춘 탄탄한 회사로 평가 받고 있다.

실제 세엘진은 지난해 매출 2조7000억원을 돌파했으며 세계 40개국에 해외지사를 거느린 대형 다국적제약사다.

특히 지난해에는 ‘파미온’이라는 회사와의 인수, 합병에 성공하며 전세계 혈액 항암제 시장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도 이미 다발성골수종양치료제 ‘레브리미드’를 판매하며 종양 전문의들에게는 인지도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시장의 가능성을 읽은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3월 법인을 설립하고 초대 사장으로 현 염윤수 사장을 영입했다.

쓰러질 수 있는 기회(?)를 잡다

염윤수 사장의 발자취를 살짝 들여다 보면 세엘진에서 왜 그를 낙점했는지, 그는 왜 듣지도 못한 세엘진이라는 회사를 선택했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염윤수 사장은 세엘진 입사 직전까지 신풍제약 항암제 사업부 총괄 책임을 맡고 있었다. 외자사 일색이던 국내 항암제 시장에서 토종의 자존심을 세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가 바로 염 사장이다.

한국로슈, 종근당 등 유수 제약사에서 항암제 담당자로 주가를 올리던 그였지만 항암제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신풍제약에서는 백지 상태에서 다시 출발해야 했다.

“앞이 깜깜했다. 기존 회사들에서는 세팅이 돼 있는 상태에서 일에 만 몰두하면 됐지만 신풍에서는 기본 세팅 작업부터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힘겨웠다”

하지만 그는 ‘도전정신’ 하나로 국내 제약사들에게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항암제 시장에서 신풍제약 항암제 사업부를 지금의 반열에 올리는데 성공했다.

회사도 그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임원에 오르며 초고속 승진의 기쁨도 누렸다.

한국시장 진출을 노리던 세엘진으로서는 이러한 염 사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고 헤드헌터를 통해 영입의사를 타진해 왔다.

임원 승진 직후라는 시점과 도의적 책임감이 발목을 잡았지만 그는 이번에도 역시 ‘현실안주’ 보다는 ‘도전과 개척’이라는 험난한 길을 택했다.

“정말 쉽지않은 결정이었다. 항암제 사업부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고 회사에서도 과분한 대접을 해주는 상황이었던 만큼 옮길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젊은 나이에 쓰러질 수 있는 기회를 만나보고 싶었다”

신화는 도전으로 만들어 진다

2008년 5월 1일. 첫 출근한 회사에는 아무도 없었다. 직원은 염윤수 사장 혼자가 전부였다. 컴퓨터도, 집기류도 심지어 메모할 필기도구도 없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었다.

회사 로고가 그려진 롤스크린만 쳐다보기를 4일. 자신과의 전쟁을 치룬 염 사장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회사로서의 구색을 갖추기 위해 집기류를 구입했고 세엘진의 한국시장 입성 성공을 이끌 인력도 선발했다. 본사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영어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조직을 꾸리고 한국지사장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데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1년. 염윤수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 모든 출정 준비를 끝낸 세엘진 코리아가 이달부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염 사장이 이번 달을 출정시점으로 잡은 것은 BL&H와 맺었던 탈리도마이드, 비다자, 레푸르단 등 3개 제품에 대한 판권계약이 지난 3월로 종료됐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외주를 주던 한국시장 판매를 세엘진 자체적으로 담당한다는 것.

“이들 3개 제품, 특히 탈리도마이드의 경우 다발성골수종양의 1차 치료제로 절대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큰 무리 없이 인수작업이 이뤄질 것이다”

여기에 현재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는 레브리메드가 보험약가를 받게 될 경우 세엘진 코리아의 매출은 급상승 할 것이라고 염 사장은 내다봤다.

그는 “올해는 세엘진 코리아의 마케팅 돌입 첫 해인 만큼 미미한 성과가 나겠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다르게 전개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불가능은 준비된 자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동안 철저히 준비한 만큼 세엘진 코리아의 비상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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