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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삼성병원은 '울고' 서울시는 '웃고'
[ 2009년 04월 13일 21시 55분 ]
서울시는 웃었고, 삼성은 울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서거한지 60주년이 되는 올해,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이 ‘창의문화도시 서울 마스터 플랜’에 따라 경교장을 복원하겠다고 선언한지 꼭 1년 만에 삼성이 백기를 들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경교장 전체 복원사업에 소유주인 삼성생명과 사용자인 강북삼성병원이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경교장은 1945년 고국으로 돌아온 김구 선생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인들이 집무실 겸 숙소로 사용한 건물로, 1949년 김구 선생이 서거할 때까지 생애 마지막 4년을 보낸 곳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청사로 기능한 유서 깊은 곳이다. 1968년 이래 강북삼성병원(당시 고려병원)이 병원의 일부로 이용해 왔다.

경교장을 복원하려는 움직임과 소유주인 삼성의 줄다리기는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병원 부지의 정중앙을 차지하고 있는 경교장의 애매한 위치는 삼성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삼성 측은 급기야 1996년 경교장을 헐고 17층 규모에 이르는 대대적 병원 신축을 추진하려 했으나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고 만다.

이 사건으로 삼성이 언제 경교장을 철거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백범사상실천운동연합 김인수 대표 등은 이듬해 국회에 ‘경교장 복원과 국가지정문화재 지정에 관한 청원’을 제출하지만 몇 년간 이렇다 할 성과를 낼 수 없었다. 김인수 대표는 “삼성의 영향력이 결정적인 걸림돌”이라며 개탄했다.

복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5년 경교장이 국가 사적 제465호로 승격되면서부터. 경교장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정식으로 인정받자 삼성은 의사 휴게실로 쓰던 경교장 건물 2층 서쪽을 집무실로 복원, ‘백범 기념관’이라는 이름을 붙여 일반인에게 개방했다[기념실 내부 사진].

그러나 69m²(20.48평)에 불과한 규모와 고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복원으로 이 또한 여론의 반발을 샀다. 당시 병원 측은 “부족한 부분들은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면서도 “경교장 전체를 복원할 계획은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러던 삼성이 서울시와의 협의 진행 1년 만에 경교장 전체 복원을 수용하는 쪽으로 꼬리를 내린 것이다.

이는 ‘언젠가는 복원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감과 함께 올해 말께 태평로 구 삼성본관으로 이전하는 종합건강검진센터가 판단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건진센터 이전으로 어느 정도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된 병원으로서는 이참에 복원 결정을 수용하는 게 조금이나마 타격을 줄이는 방편이기 때문이다.

한원곤 병원장은 “대의적 명분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서울시 결정을) 수용하게 됐다”며 “원래부터 공간이 부족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 병원에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가사업에 언제까지 반대할 수 없어 수용은 했지만 경교장 전체 복원으로 인한 공간 부족과 동선 혼란, 어수선한 분위기로 병원 측에서는 득 될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 문화재과 김수정 학예연구사는 “경교장 복원은 최근 1년간 최소 한 달에 한 번 이상 관계자와 미팅을 진행하면서 의견을 조율해 얻은 성과”라면서 “공익적 목적으로 병원 측이 희생한 부분은 시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현재 뉴타운으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교남동 일대(강북삼성병원 인근)에 향후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할 때, 경교장 복원과 그림이 맞물리면 병원이 양보한 부분을 국가에서 일부 감안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수정 학예연구사는 “삼성도 그간 중요 사적을 의료기관으로 사용한다는 부담감이 컸지 않겠냐”면서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이번 결정이 삼성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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