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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월 늘어난 어지럼증…큰 병일까 두렵다
[ 2009년 04월 15일 02시 54분 ]
'빙빙 돈다' '어찔하다' '쓰러질 것 같다' '빈혈이 있는 듯하다' '눈 앞이 캄캄하다'…. 어지럼증은 살아가면서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증상 중 하나다. 국내 한 조사에 따르면 어지럼증은 50대의 36%, 60대의 39%, 70대의 51%가 경험한다. 특히 계절이 바뀌는 3~4월에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증가한다. '전정신경염' 등이 이 시기에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질병은 수도 없이 많다. 중앙대 용산병원 이비인후과 문석균 교수는 "어지럼증의 원인으로 의심해볼 만한 질환이 1000가지도 넘는다"고 말했다. 그 중 이석증(耳石症)이나 전정신경염 같은 귓병, 뇌졸중이나 뇌종양 같은 뇌의 병이 어지럼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중앙대 용산병원 신경과 하삼열 교수는 "병원 치료가 필요한 어지럼증의 약 60%는 귀의 문제이고, 10~20%는 뇌의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밖에 공황장애나 불안장애 등 정신과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절반 정도도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따라서 어지럼증의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원인 질병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서 그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아무런 병도 없는데 어지럼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다. 실제로 이런 사람이 원인 질환이 있는 '환자'만큼 많다. 하삼열 교수는 "최근 일반인 100여 명을 대상으로 어지럼증 상담을 했는데, 40~50%는 병으로 볼 수 없는 단순 현기증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환자' 취급도 못 받는 사람들이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며 각종 검사를 받아 보지만 의사들은 "그냥 참고 살아라"고 해서 더 답답하게 만든다. 특별한 병도 없는데 사람을 '어지럽게' 만드는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앉았다 일어날 때 눈 앞이 핑 돌면 '기립성 저혈압'

앉았다 일어설 때 눈 앞이 캄캄해지며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난다면 '기립성(起立性) 저혈압'에 의한 어지럼증일 가능성이 높다. 10명 중 8명 정도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의사들은 이를 병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증상은 혈관의 압력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이 순간적으로 이상을 일으켜 피가 다리 쪽으로 쏠리면서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되기 때문에 나타난다. 대개 증상은 10초 이내에 끝나며, 1분 이내에 어지러운 증상이 없어지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청소년이나 자율신경계 조절 능력이 감퇴하는 노인들에게 자주 발생한다. 몸이 쇠약한 사람에게 잘 나타나지만, 빈혈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

◆눈 앞이 캄캄해지며 쓰러질 것 같으면 '심인성 어지럼증'

특별한 이유 없이 눈 앞이 캄캄해지면서 쓰러질 듯 어지러운 것은 '심인성 어지럼증'일 가능성이 높다. 불안장애, 우울증, 공황장애 등과 같은 정신질환이 있을 때 이런 어지럼증이 잘 나타나지만, 정신질환이 없더라도 갑작스런 충격을 받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잘 생긴다. 전신의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뇌의 혈액 순환이 원활치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주로 서 있을 때 발생하며 얼굴이 창백해지고 식은 땀이 난다.

◆술 취한 듯 걸음걸이가 비틀거리면 '균형장애'

어지럽지 않은데도 신경계의 퇴행성 변화 등으로 걸을 때 중심을 잡지 못해 비틀거리면서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이다. 때로는 어지럼증 없이 불균형만 나타나기도 한다. 주로 노인들에게 흔하며, 서 있거나 몸을 움직일 때만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피곤하거나 화 날 때 어지럽다면 '단순 어지럼증'

식사를 오래 걸렀거나, 화가 났거나, 피곤할 때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가벼운 현기증을 '단순 어지럼증'이라고도 한다. 대체로 일시적이고 짧게 지속되며 원인이 없어지면 어지럼증도 같이 없어진다. 일반인들이 혼동하기 쉬운 것이 어지럼증과 빈혈의 관계다. 빈혈로 어지럼증이 생기려면 헤모글로빈 수치가 7~8㎎% 이하로 매우 낮을 때다. 빈혈이 무척 심하면 약간 어질어질하지만 세상이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은 없다.

◆눈이 빙빙 돌면 '시각성 어지럼증'

노화도 어지럼증의 주요 원인이다. 60세를 넘으면 귓속의 감각세포와 전정 신경, 뇌 신경의 세포수가 감소해 평형감각이 떨어지면서 쉽게 어지럼증을 느낀다. 또 노인들은 평형 감각을 유지할 때 시각에 많이 의존한다. 이 때문에 백내장이나 녹내장 등으로 시력이 떨어지면 자주 어지럽다고 느낀다. 노인들이 "어지럽다"면서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으려는 것이 이 때문이다. 그 밖에 도수가 맞지 않는 안경을 꼈을 때 어지러운 것을 '시각성 어지럼증'이라고 한다. 이는 질병과는 무관하며 일시적인 감각 장애의 일종이다.

◆의사에게 증상을 정확하게 설명하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이광선 교수는 "어지럼증 진단의 80%는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이뤄지므로 어지럼증을 자주 느끼는 사람들은 실신한 적이 있는가, 증상이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가, 최근 6개월간 얼마나 악화됐는가 등을 잘 메모했다가 의사에게 정확하게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는 "특별한 원인 질환 없이 자주 어지럼증을 느끼면 과음·과로를 피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천천히 일어나고, 물을 많이 마시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형균 헬스조선 기자 hy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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