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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의료채권법 어디로…
[ 2009년 04월 20일 03시 11분 ]
의료기관 자금조달 다양화를 주요 골자로 한 의료채권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는 오늘(20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가 입법예고한 '의료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안' 등 35개 법안을 본격 심의할 예정이다. 이중 의료채권법은 정부 주도 의료선진화 정책의 핵심 법안이다.
의료채권법은 금융권 대출 외에 다른 자본조달 수단이 없는 비영리법인 의료기관이 신용에 따라 회사채 성격의 의료채권을 순 자산액의 4배까지 발행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의료기관 개설과 의료장비 및 의료시설 확충, 의료인과 직원의 임금, 의학에 관한 조사연구 등에만 사용할 수 있다. 장례식장과 음식점 등 의료법상 부대사업에는 자금을 융통할 수 없다.
병원계는 그동안 금융기관에만 의존했던 자금줄이 다양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료기관 중 중소병원이 거는 기대가 크다. 조달한 자금을 시설확충에 투자해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오랜 고민이었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해소할 마지막 카드로 급부상했다.
대한중소병원협의회 권영욱 회장은 "의료채권은 상황이 어려운 중소병원에 자금을 조달할 절호의 기회다. 투자만 확실하면 수익성 확보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지부 전재희 장관은 지난 2일 국회 토론회에서 "의료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갈 길이 멀다. 병원이 높은 이자 부담에서 벗어나 자금을 조달하려면 의료채권법 통과가 절실하다"고 병원계에 힘을 실어줬다.
해외환자 유일·알선을 허용한 의료법에 이은 필수법안임을 강조한 것이다. 의료채권법의 수혜자인 중소병원이 절실히 요구하는 만큼 국회에 전향적인 자세를 요청했다.
기획재정부도 "민간자본 유입이 제한적이어서 의료계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의료산업화와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의료계 악(惡)법' 이미지 숙제 = 정부와 병원계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국회 논의과정에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야당의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다. 일명 의료계 악(惡)법 중 하나로 거론되는 모습이다.
야당 시각으로 본 의료채권법은 영리병원 허용과 맥을 같이하는 의료산업화 또는 의료민영화 법안의 전초기지이다. 수익성을 쫓는 민간자본 특성상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경쟁구도가 발생하고, 의료비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정부가 자본조달 다양화를 강조하고 있으나, 예측 가능한 부작용이 많다는 점도 해결할 숙제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부작용은 '과연 경쟁력 없는 의료기관의 채권을 누가 구입할 것이냐' 여부다.
애초 경쟁력이 없는데 채권을 발행한다고 해서 수익성이 보장될 리 없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특화전문병원을 제외한 대다수 병원이 발행한 채권수익률이 제로에 가깝다고 평가 절하한다. 실질적인 자금조달 효과가 없다는 냉정한 평가다.
또 하나 의료기관이 채권을 구입한 기관 등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시각이다. 예를 들어 의약품 도매업체가 채권을 구입한다면 해당 의료기관은 보이지 않는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종의 주주로서 유무형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중소병원들은 채권발행 시 기간이 명시된 만큼 기우에 불과하다고 반론한다.
중복투자로 인한 의료장비 과잉 현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자를 유치하려는 중소병원들이 앞다퉈 CT(컴퓨터단층촬영)나 MRI(자기공명영상) 같은 고가 장비를 구입하려는 경쟁 과잉이 그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야당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의원실에서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부작용을 해소할 안정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지위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사실상 동의하기 어렵지 않겠느냐. 중소병원을 위한 법안이라고 하지만, 의료기관을 어려움에 빠트릴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많다"며 대폭적인 법안 손질을 요구했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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