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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현안 걱정하는 변호사들
[ 2009년 04월 27일 21시 52분 ]
“소송을 잘해보자는 취지의 모임이 아닙니다. 보건의료계가 안고 있는 전반적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에 목적을 둔 연구단체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보건의료문제에 변호사들이 나섰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의 서상수 변호사(종합법률사무소 서로)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단체의 설립 취지를 이렇게 소개했다.
27일 저녁 7시, 서울지방변호사회 1층 회의실에서는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 모임(이하 의변)’과 의료관련 시민사회단체 관계자가 함께하는 첫 간담회가 마련됐다.
의변 소속 변호사 11명과 소비자시민모임,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관계자 7명이 참석한 이날 간담회에서는 의료사고 발생 시 통상 제기되는 문제부터 보건의료정책 방향에 관한 논의까지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선택진료제, 여전히 뜨거운 감자
최근 일부 규정이 개선됨에도 불구하고 선택진료제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 황선옥 상임이사는 “의사를 선택해서 진료할 수 있다고 하는데 종합병원에 가면 선택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다”며 “의료진의 80%가 선택진료의사인데 무슨 선택권이 있겠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서울 모 대형병원의 유명 의사를 수소문해 찾아가봤다는 그는 “두어달 기다려서 진료를 받고 나니 다음에는 그 의사가 바빠 다른 의사를 선택하라고 하고, 그 다음에 찾아가니 전 의사가 어디 가고 없으니 또 다른 의사를 선택하라고 권해주더라”면서 “이게 바로 병원이 행하는 선택진료”라고 꼬집었다.
명칭은 ‘선택진료’지만 실제로는 선택의 폭이 좁거나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의변 측에 선택진료한 의사가 의료사고를 냈을 때 법률적 책임에 차등을 둘 법률적 근거가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의변에서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서영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히포크라)는 “선택진료비를 추가 지불하는 대신 해당의사의 책임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는 있지만 확실한 판단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서상수 변호사는 “애초에 선택진료제도를 도입한 이들은 다른 이유로 제도를 만든 것”이라며 “일단 제도의 당위성은 인정하되 운영상 발견되는 문제점은 환자 측에서 적극적으로 수정을 건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선택 진료의 취지는 수긍이 가지만, 진정한 ‘선택’진료를 가능하게 하려면 의료인 정보 공개 및 설명의무를 보다 철저히 준수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최근 논란이 불거진 PD수첩 진료비 과다 청구 사례에 관한 환자 측 의견도 제시됐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경애 총무팀장은 “병원 측에서 임의로 비보험처리를 해도 환자가 민원제기를 하지 않으면 덮고 넘어가는 게 문제”라며 “방송이 나간 이후 의·병협이 낸 성명서를 보면 낮은 의료수가로 ‘어쩔 수 없다’는 반응들을 보여 난감하다”고 말했다.
소시모 황선옥 상임이사는 환자의 의사 번복을 문제 삼는 병원 측 지적에 일침을 가했다.
그는 “병원에서는 환자가 의사 앞에서 비급여도 좋다고 해놓고 나중에 뒤통수를 때린다고 말하는데 그런 게 아니”라며 “환자 입장에서는 비급여가 예후가 훨씬 좋다고 권하는 의사 앞에서 ‘그래도 급여로 해달라’고 사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개탄했다.
간담회에서는 이밖에 전자차트와 관련한 의무기록 보안 문제, 의료민영화와 영리병원 도입, 장애재판정 및 장애질환분류 관련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갔다.
간담회 직후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의료소송을 주로 담당하는 변호사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마련한 최초 모임이라는 점에서, 보건의료계에 산재한 문제들에 관한 법조인의 의견을 여과 없이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였다는 자평이 이어졌다.
의변 서상수 회장은 “올 하반기께 의·병협을 비롯한 의료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자리도 마련할 계획”이라며 “양측의 의견을 균형 있게 수렴해 실제적 문제 해결에 반영할 수 있는 모임이 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은빈기자 cucic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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