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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 권리' 대법원서 어떤 주장 오갔나
[ 2009년 04월 30일 21시 52분 ]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를 제거해 달라며 환자 김모(76·여)씨가 세브란스병원 운영자인 연세대를 상대로 낸 청구소송(2009다17417)에 대한 마지막 법정 공방이 30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이용훈 대법원장과 이 사건 주심을 맡은 김능환 대법관 등 13명의 대법관이 자리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지며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석희태 경기대 법대 교수와 허대석 서울대 의대 교수, 이석배 단국대 법대 교수, 고신옥 연세대 의대 교수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보라매병원 판결 이후, 연명치료 중단 두려운 의사들

먼저 피고측 상고제기와 원고측 반박의견을 들은 이용훈 대법원장은 “환자가 병원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은 환자와 병원간 의료계약을 체결한 것인데, 이때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면 계약 해지가 아닌가”라며 “세브란스병원에서는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그 가족이 거부해도 연명치료를 하고 있냐”고 물었다.

이에 피고측 박형욱 변호사는 “보라매병원 판결 이후 막연한 불안감으로,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장치는 가족 반대에도 실시하고 있다”면서 “의사들은 환자의 명시적 의사가 없는 이상 진료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이 사건 환자가 확실히 비가역적(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있다고 하면 생명유지 장치를 안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자의 상태를 두고 양측의 의견은 엇갈렸다. 피고측 참고인인 고신옥 교수(연세의대 마취통증의학과)는 “환자는 특별한 약물투여 없이도 본 병원 중환자실에서 1년 이상 입원 중”이라며 “지난 23일 확인결과, 반 혼수상태이나 통증에 반응하고 미약한 자발호흡이 있는 등 회복가능성은 적으나 뇌사는 아니다. 지속적 식물상태로 분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고측 참고인인 허대석 교수(서울의대 내과학교실)는 “세브란스병원 박무석 교수와 김세규 교수는 환자의 회복가능성을 각각 5%와 8%로 보고 있지만,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의 교수 3명은 회복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면서 “의료과오사건까지 걸려있는 이해당사자인 세브란스병원 주치의 의견은 객관성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회복 불가능 vs 무의미한 치료, 판단 누가?

허 교수는 이어 “이 환자에게 중환자실에서 연장된 14개월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이처럼 발달한 기술적 치료가 환자에게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의사 판단이 아닌 환자의 가치관을 존중하는 시대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계속하는 의료행위는 ‘의사의 의료 집착적 행위’라고 했다.

원고측 석희태 교수(경기대 법대) 또한 “의사는 환자의 고통해소, 건강회복, 생명의 상실을 막아야지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계속 의료행위를 실행하는 것은 집요한 의료”라고 지적했다. 이용훈 대법원장도 “가치 있는 의료행위는 계속돼야 하지만, 무가치한 의료행위는 중단돼야 하지 않냐”는 질문으로 이에 동의하는 듯한 말을 남겼다.

여기에 피고측 이석배 교수(단국대 법대)는 “치료의 무의미성과 유의미성에 대한 판단은 주치의가 해야 한다”면서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판단할 수 없는 경우 이익형량으로 해야 하며, 이때 주치의가 주체가 돼 병원윤리위원회의 심의를 요청하고,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추정적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환자, 어떻게?

이날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된 사항은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이석배 교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의 경우, 이는 환자의 종교적 신념이나 특유의 가치관 등에 따른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해당 사건은 환자가 8년 전 가족과 텔레비전을 보면서 한 말 등을 근거로 추정적 의사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이처럼 가족이 치료 중단을 요구했으나 주치의가 거부할 때는 법원 등 제3기관의 판단을 위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석희태 교수는 “일본과 프랑스 등은 환자의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때 가족을 통해 환자의 의사를 추정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본인의사가 불분명할 때는 아무도 결단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나친 의사절대사상의 표출이며 행복추구권을 해치는 처신”이라고 주장했다.

의료현장 위한 기준 필요 vs 현대판 고려장 악용 우려

이날은 최종변론이었던 만큼 원고측과 피고측 주장이 더욱 팽팽히 맞섰다.

고신옥 교수가 “임상 의사들은 직업윤리, 종교계와의 의견 대립, 인공호흡기 제거에 대한 기준 모호, 불분명한 환자의 의사 등으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면서 의료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법원이 합리적이고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한데 대해 원고대리인이 반대의견을 밝혔다.

신현호 변호사는 “특정사건을 보편화할 경우, 이 요소에 끼워 맞춰 치료를 중단하는 현대판 고려장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이 사건 환자인 김 할머니의 현재 병원비는 1억 7000만원인데 이는 병원 수입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피고대리인 백형욱 변호사는 “병원은 오래된 환자를 내보내고 다른 환자를 받는 게 수익면에서 더 유리하고, 특히 중환자실은 중환자실 의사가 인센티브 제도에서 배제될 만큼 적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이날 공개변론을 끝으로 대법원은 오는 5월 21일 판결을 선고한다.
이주연기자 gold@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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