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10월19일mon
로그인 | 회원가입
OFF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수간호사이자 시인(詩人)의 삶
[ 2009년 05월 05일 21시 59분 ]
“나이 마흔부터는 내 인생에 또 다른 뭔가를 찾고 싶었어요. 간호사로서의 삶도 있지만, 끝까지 잘 살기 위해서는 늘 나를 새롭게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경희의료원 간호총괄팀 한상순 수간호사[사진]는 간호사인 동시에 시인이다. 어린이를 위한 동시(童詩)를 쓴다.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99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동시집을 3권이나 낸 정식 작가다. 그는 ‘황금펜 아동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7년 대산재단 창작지원금도 받았을 만큼 동시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동시를 쓰는 이유에 대해 한 간호사는 “그냥 좋아서 쓰는 거예요. 동시는 아이들이 읽는 거라 맑고 순수하거든요. 어른들이 읽어도 심성을 맑게 하는 것 같아요”하고 답한다. 그의 시가 그렇다.

‘난/ 입이 있어도/ 누굴 흉보지 않아/ 누가 뭐래도/ 아무 때나 입을 열지 않지/ 꼭 다문 입/ 빨랫줄에/ 빨개가 널리면/ 그 때/ 내 입은 번쩍 열리게 돼/ 그리고 덥석 문 빨래/ 함부로 뱉지 않지’ <빨래집게>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답게 병원과 관련된 시도 눈에 띈다. ‘키, 150센티미터/ 몸무게, 40킬로그램/ 우리 엄마// 작아서 작아서/ 표도 안 날 텐데/ 병원에 입원하는 날// 집 한 채가/ 터엉/ 비었다’ <엄마 자리>

이렇게 쓴 시를 보여주면 주변에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고들 묻는다. 매일같이 인공신장실에서 죽어가는 환자들을 마주하며 이렇게 말랑말랑하고 예쁜 생각을 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한상순 간호사는 “그냥 그 순간 느껴야 하는 것”이라며 “아이들 눈높이로 내려가서 주변을 본다”고 말한다.

가령 ‘겨울 아침’이란 시는 겨울 출근길에 비둘기를 보고 “쫑쫑 걷는 모습이 너무 추워 보이더라고요. 분홍색 발이 얼마나 시리겠어요. 배는 또 얼마나 고프겠어요”하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쓴 것이라고 한다.

‘아기비둘기/ 한 마리// 맨발로/ 골목길을 종종댄다// 배가 고파/ 여린 부리로 언 땅을/ 콕콕 쪼아 본다// “발이 따뜻해야 추위가 덜하지.”/ 양말에 털장화까지/ 챙겨 주는 엄마// 그런/ 엄마 없나 보다// “배가 든든해야 추위가 덜하지.”/ 콩나물국에 밥 한 공기/ 꾹꾹 말아 주는 할머니// 그런/ 할머니도 없나 보다’ <겨울 아침>

그의 시엔 특히 재치가 반짝반짝 빛나는 재미난 표현들이 많다. 싹이 난 감자를 두고는 ‘옴폭한 눈마다/ 도깨비뿔을 달고 있지 뭐야/ 푸릇푸릇 화가 난 도깨비뿔/ 조금만 더 두었음/ 모두 걸어 나와 아우성쳤을 거야’라고 표현했다. 또 입 벌린 굴비 두름에 대해서는 ‘그물 걸린 그 때/ 바다 학교/ 음악 시간이었을까?’라고 썼다.

수간호사 일을 하면서 동시는 도대체 언제 쓰는 걸까. 한 간호사는 일상생활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틈틈이 메모해뒀다가, 한 달에 1번 휴가를 내고 도서관에 동시를 쓰러간다. 평소엔 짧은 동시 한편 끼적거릴 여유조차 없을 만큼 바빠서다.

물론 간호사를 그만두고 글만 쓰라면 더 잘 쓸 수도 있겠지만, 그는 “간호사는 직업이기 이전에 소명인 것 같아요. 돈만 벌기 위해 하는 거면 이 일 못하죠. 환자가 회복되는 걸 보며 기쁨을 얻는 거죠”라며 웃는다. 그러나 간호사 생활만 하다보면 늘 똑같이 힘든 일상에 지쳐 빨리 그만둘 것 같아, 신규 간호사들에게 "자신의 장점과 취미를 찾아 살라"고 충고한다.

좋아하는 동시도 쓰고 남을 위해 헌신하며 보람을 찾는 간호사 일도 하며 행복하다는 한 간호사에게 바람이 있다면 뭘까? 돌아온 답은 동시작가 답게 소박했다. “소아과로 발령나는 거지요!”
이주연기자 gold@dailymedi.com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명지병원, 故 이건희 회장 주치의 이강우 교수(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영입
대전성모병원 김동기·이동창 교수,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최우수 구연상·최우수 포스터상
조재우 교수(고대구로병원 정형외과), 대한골절학회 최다논문상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백현욱·의무이사 오동호·정보통신이사 유소영外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광고심의위원회 위원장 김성진·부위원장 이준희·장춘곤 外
배기수 교수(아주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제100회 어린이날 옥조근정훈장
이병훈·심재앙 교수팀(길병원 정형외과), 대한골절학회 올해 우수 구연상
남가은 교수(고대구로병원 가정의학과), 한국여자의사회 제4회 젊은의학자 학술상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 김성중(조선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최정웅 영경의료재단 전주병원 이사장, 아동보호사업 기금 4000만원
김영주 교수(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제13회 한독여의사학술대상
박찬흠 교수(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학술상
조수진 교수(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제26회 JW중외학술대상
서정건 연세서내과 원장 장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