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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돈과 공익, 그리고 병원
[ 2009년 05월 10일 21시 45분 ]
의사들의 잇단 자살에 병원들의 줄도산까지... 부(富)와 명예의 상징이던 의사들의 위상 추락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의료계는 오래 전부터 극심한 경영난에 몸서리치며 고충을 호소했다. 하지만 당국과 일반인들에게는 배부른 자의 고민쯤으로 치부되며 외면 당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국세청이 올해 처음 도입한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시열람 시스템은 이러한 의료계의 하소연이 단순한 칭얼거림이 아니었음을 확인시켰다.

일반인들에게 처음 공개된 병원들의 경영 성적표는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경영실적을 공시한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적자이거나 간신히 수지타산을 맞추는 수준이었다.

더욱이 진료를 통한 순수 의료수익은 대부분의 기관이 적자였다. 그나마 부대사업을 통해 손실분을 메우고 있었다. 병원 본연의 일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 속된 말로 장사를 통해 메꾼 그런 모양새인 셈이다.

물론 현행법상 국내 의료기관은 공익에 목적을 둔 비영리법인으로 분류돼 있다. 때문에 ‘이윤추구’라는 일반 기업의 가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그렇다고 민간이 운영주체인 수 백, 수 천개 의료기관의 경영을 ‘공익’이란 잣대로 재단하는 것 역시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정부는 그동안 ‘공익’이란 명분을 앞세워 의료계에게 ‘희생의 십자가’ 역할을 강요해 왔다. 하지만 병원들은 더 이상 십자가를 지고 갈 의지와 기력이 없어 보인다.

아무리 비영리법인이라고 해도 새로운 의료장비를 도입하고 조직을 운영할 만큼의 보상체계가 갖춰져야 하건만 작금의 상황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의료계가 목 놓아 외치는 ‘적정수가 보전’이 건강보험 재정 때문에 힘들다면 부대사업을 확대해 주면 된다.

부대사업 허용이 비영리법인의 이윤추구라는 비난에 부딪칠 것 같으면 전폭적인 세제혜택 등 정책적 접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병원들의 파산 선고가 증가하고 새로운 의료장비 도입을 포기하는 의료기관들이 늘어날 수록 국민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즉, 병원에 대한 ‘희생의 십자가’를 강요할 수록 의료서비스의 질은 퇴보할 수 밖에 없다. 정부 당국이 이번에 공개된 의료기관들의 경영 성적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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