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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치료 표준은 응고인자 유지요법"
[ 2009년 05월 12일 03시 05분 ]
“혈우병 환자에게 있어 출혈이 생긴 이후 응고인자를 투여(On-demand)하는 것 보다 평상시 적절한 양의 응고인자를 정기적으로 투여해 주는 유지요법(Prophylaxis)을 사용하는 것이 혈우병으로 인한 의료비용을 오히려 낮출 수 있습니다.”

최근 혈우병 치료를 담당하는 간호사 및 혈우병 환자를 대상으로 열린 한국혈우재단 주최 ‘2009 혈우병 세미나’에 강연차 방한한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주 세인트폴 병원의 데보라 규(Deborah S. Gue) 임상전문간호사[사진]는 혈우병 치료에 있어서 응고인자 유지요법의 중요성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이번 강연에서 선진국의 혈우병 치료실태를 발표한 규 간호사는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혈우병 치료에 있어 응고인자 유지요법을 표준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규 간호사는 세인트폴 병원에서 혈우병 프로그램의 임상전문간호사(간호학 석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혈우병, 백혈병, 골수이식 분야에서 25년이 넘는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은 데보라 규 간호사와의 1문 1답.

Q. 한국 혈우병 치료 현황에 대한 의견은

혈우병 환자에게 처방제한을 두고 있다는 점이 의외였다. 한국은 한달에 처방 받을 수 있는 혈우병 치료제 횟수를 10회 또는 7회로 제한하고 있으며, 유전자재조합 제제 처방을 받는데 있어서 나이제한을 두고 있다. 이런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혈우병은 언제라도 출혈이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인데, 한 달에 처방 받는 치료제 횟수를 제한하는 것은 혈우병이라는 질환의 특성과는 거리가 멀다. 일단 해당 부위에 출혈이 발생하면 출혈이 다시 나고 이로 인해 소요되는 응고인자 제제가 궁극적으로 더 많을 수 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관절염, 뇌출혈, 근육출혈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혈우병 치료제 처방 횟수가 제한돼 있다는 것은 환자 치료 측면서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Q. 캐나다는 혈우병 치료제 처방 제한이 없나

혈우병 치료제 처방 횟수에 제한을 두지는 않으며, 임상적 필요성에 따라 치료한다. 혈우병 환자의 경우 뇌출혈, 관절 혹은 무릎 앞에 있는 슬개골 관절과 그 부근의 연조직(soft tissue), 근육에서 출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근육 출혈의 경우 광범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캐나다에서는 이러한 출혈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환자 치료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Q. 캐나다 정부는 치료 비용을 어떻게 지원하나

캐나다에서는 전국민 의료보험을 실시하고 있다. 혈우병 치료제는 보험적용이 되기 때문에 혈우병 환자들의 혈우병 치료제에 대한 비용 부담은 없다. 캐나다 내 혈우병 치료 센터는 총 26곳이지만, 내가 있는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주에는 성인을 위한 혈우병 치료 센터는 1곳이 있다. 따라서 멀리서 오는 환자들에게 센터까지 오는 경비를 정부에서 지원해준다.

또한 출혈이 발생했을 때 빨리 지혈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자가 응고인자 투여(Home infusion) 프로그램을 통해 환자들이 직접 집에서 응고인자를 주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출혈이 발생한 상태로 치료를 위해 치료센터까지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것이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Q. 응고인자 유지요법 시 치료비용을 줄일 수 있나

혈우병은 유전질환으로 누구의 잘못으로 발생하는 질병이 아니다.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관절염이 심하게 악화되거나 엄청난 통증을 겪고 있는 환자들을 실제로 많이 보아 왔다. 혈우병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그 결과는 아주 심각하며, 이는 비용으로 산정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의료진 입장에서 볼 때 환자가 어떻게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부분도 고려돼야 한다.

또한 치료 경험에 따르면 출혈 후 처방(On demand)으로 지혈을 시키는 방법보다 정기적으로 응고인자 유지요법으로 적절히 치료한 환자에게 비용이 훨씬 더 적게 든 사례가 있다. 출혈 후 처방(On demand)보다 응고인자 유지요법으로 출혈을 방지하는 것이 치료에 있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Q. 응고인자 유지요법 유무(有無)에 따른 차이는

18세 무렵부터 저희 병원으로 옮겨와 응고인자 유지요법으로 치료 받은 20대 초반 이하의 젊은 환자들과 응고인자 유지요법은 물론 유전자재조합 치료제를 통한 치료도 받지 못한 나이가 많은 환자들이 있다. 이 두 부류의 환자를 비교했을 때 합병증 발생 등에서 큰 차이가 났다.

실례로, 응고인자 유지요법을 통해 출혈을 경험하지 못한 소아 환자가 출혈의 합병증에 대한 심각성을 알지 못하여 사춘기에 이르러 응고인자 유지요법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응고인자 유지요법 치료를 받지 못한 나이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자신들처럼 관절염이 악화될 수 있다며 자신의 다리를 직접 보여 주기도 했다.

Q. 응고인자 유지요법이 캐나다의 공식적인 가이드라인?

국가의 표준치료 규정에 포함이 돼 있어, 캐나다 내 대부분의 혈우병 환자는 응고인자 유지요법으로 치료 받는다.

Q. 혈우병 치료제는 어떻게 발전됐나

치료 초기에는 인간 혈장 유래 제제를 사용했다. 동결혈장침전물(Cryoprecipitate)을 주입을 해야 했는데, 주입하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오래 걸렸다. 며칠 동안 병원에 머물며 응고인자를 주입 받아야 하는 아주 어려운 치료 과정이었다. 70년대에 혈장에서 유래한 응고인자 농축제가 나왔다. 이에 환자들의 좀더 편리하게 응고인자를 주입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혈우병치료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점은 바이러스 감염이다. 캐나다에서도 오염된 혈액으로 인한 이슈가 있었다. 오염된 혈액으로 제조된 제제를 통해 C형 감염이나 HIV감염이 발생했으며 우리 병원에서도 C형 감염과 HIV감염이 동시에 발생한 환자가 두 명이 있다.

실제로 이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생명을 잃기도 한다. 환자와 그 가족, 의료진 모두에게 안전한 치료제가 가장 큰 선결 과제이자 관심사항이고, 혈우병 치료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업계에서 가장 큰 숙제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감염위험이 전혀 없는 혈우병 치료제인 애드베이트(박스터) 출시는 아주 큰 혁신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본인이 일하는 혈우병 센터에서는 애드베이트를 2006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승재기자 lee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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