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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행위 판단 주체, 의사에서 환자로
[ 2009년 05월 18일 21시 50분 ]
의료행위에 대한 판단 주체가 의사에서 환자로 변화되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이 의료윤리위원회를 열고 ‘말기 암환자의 심폐소생술 및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사전의료지시서’를 통과시켜 연명치료 중단을 공식화한데 대해,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사진](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는 18일 “생명에 대한 환자의 가치관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대석 교수는 “전통의료는 의사가 기술적 판단을 내리면 환자와 보호자가 이에 따르는 형식이었지만, 이제는 그 틀로 가기 어려워졌다”면서 “기존 의사와 기술 중심의 의료에서 환자와 가치 중심의 의료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의료계의 새 흐름을 분석했다.

서울대병원의 이번 결정으로 환자들은 자신이 받을 의료에 대한 의견을 의료진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됐고, 의료진은 법적인 부담감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전의료지시서에는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등 ‘중환자실 입원이 필요한 침습적·적극적 연명치료’에 대한 환자의 의견을 각각 표시하게끔 했다. 환자는 또한 ‘큰 고통이 따르지 않으나, 침습적인 검사 및 처치’와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완화 처치’에 대해서도 ‘원합니다’,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원하지 않습니다’에 서명해 의견을 밝혀야 한다.

이에 허대석 교수는 “그동안 담당의사가 간헐적으로 판단하던 것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어서, 이를 공식적으로 문서화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을 내리기까지 서울대병원측은 14일 병원 내과 과장인 박영배 교수와 이경권 변호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윤리집담회를 열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친 후, 15일 교수와 전공의 등 100명 이상이 모인 자리에서 토의를 열었을 만큼 신중하게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 교수는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법적 논란이 있을 수 있으니 신중하자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이 때문에 논쟁의 여지가 적은 말기암 환자에만 국한하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소송에 대한 대법원 공개변론에서 참고인으로 참석, “이 환자에게 중환자실에서 연장된 14개월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원고인 환자측에 섰던 허대석 교수는 21일 오후 2시 열리는 대법원 최종 판결에 대해 “결론은 아무도 모른다. 저도 궁금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주연기자 gold@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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