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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기적의 항암제 글리벡 약가
[ 2009년 06월 03일 03시 10분 ]
‘기적의 약’이란 수식어를 동반하며 백혈병 환자들에게 새 삶을 선물해준 표적항암제 ‘글리벡’의 약가 논쟁이 한창이다.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글리벡의 약가가 지나치게 비싸게 책정돼 있다’며 정부에 약가조정신청을 제기했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들 단체의 청원을 받아들여 생산사인 노바티스와 협상을 벌였지만 실패했고 글리벡 약가는 결국 복지부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약가의 적정성 여부를 둘러싼 시민단체와 제약회사의 팽팽한 신경전은 더 이상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지만 이번 사안 만큼은 양측 모두 최종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사안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이후 기등재 의약품에 대한 첫 번째 조정심의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즉 이번 글리벡 사태의 결과에 따라 향후 엄청난 후폭풍이 예고되는 만큼 제약회사들은 물론 시민단체들도 오는 8일로 예정된 조정심의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제약회사들은 수 천, 수 만개의 기등재 의약품이 글리벡과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사안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복지부의 속내는 어떨까?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만으로는 일단 정부는 반색하는 모습이다. 실제 복지부는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글리벡 약가 비싸게 책정돼 있다는 입장을 견지, 직간접적으로 약가인하를 시사하기도 했다.
건보재정을 이유로 일관된 약가인하 정책을 유지해 온 복지부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일지 모른다.
문제는 당초 글리벡 약가 문제를 제기한 주체가 바로 시민단체라는 점이다. 이들은 “글리벡 약가가 필요 이상으로 높게 책정돼 있어 환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약가인하를 주장했다.
하지만 국내 백혈병 환자 중 본인의 비용을 주고 글리벡을 복용하는 환자는 없다.
글리벡 도입 당시 시민단체들의 약가 투쟁으로 인해 본인 부담금 20% 중 10%를 제약회사가 지원했고 2005년 9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도입되면서 환자들은 본인 부담 없이 글리벡을 복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환자의 편에서 약가를 운운하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은 명분을 잃은채 기등재 약에 대한 약가인하를 고민하고 있던 정부에게 호기회를 제공한 형국이다.
물론 약가를 적정 수준으로 인하해 달라는 주장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효율적 배분을 고민해야 하는 정부가 약가인하를 고민하는 것 역시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환자를 살리는 혁신적 신약의 중요성과 가치를 무시하고 일방통행식 정책을 고수하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조정기준과 원칙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조정신청에 의해 약가 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제약산업 전체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오는 8일 열리는 약제급여조정위원회에 많은 시선이 쏠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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