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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원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과연 성공할까
[ 2009년 06월 04일 22시 30분 ]
차병원의 체세포 복제 인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승인되면서, 황우석 사태 이후 암흑기에 빠졌던 국내 줄기세포 연구에도 서광이 비치는 듯 했다. 그러나 연구 승인만으로는 성공적인 연구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 크고 연구 목적이라면 난자 사용이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과 겨루기엔, 국내 연구진은 그들의 1/30 수준의 연구비에 난자 사용 등 제약이 많아 불리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세계 최초로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하고 원천특허를 획득하는 1등만이 수십 혹은 수백조원의 경제적·사회적 효과를 거두는 치열한 승자독식 게임에서 국내 연구진이 과연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장 박세필 교수(미래생명공학연구소)는 최근 “차병원 연구 승인에 이어 이달 중으로 승인 신청을 준비 중이나 난자 사용 문제로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박 교수는 “신선한 난자를 쓰지 못하도록 한 지금 구도에서는 연구가 어렵다”면서 “이는 썩은 달걀에서 병아리의 부활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꼭꼭 닫아두었던 문을 조건부 승인으로나마 열어준 것은 분명 반길 일이지만 이왕 승인을 할 거라면 연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세필 교수는 “건강하지 않은 난자로는 안 되는 거 뻔히 알면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 같다”며 “미국과 영국에서는 연구를 위해서라면 제공자에게 돈을 주고 난자 구입이 가능하다. 이들처럼 우리도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우석 사태 이후 난자 사용에 민감해진 우리나라는 이후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통해 무상으로 제공된 잔여배아만 쓸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 승인을 받은 차병원 정형민 연구팀 차병원은 시험관 아기를 출산하고 남거나 수정에 실패한 냉동난자만을 쓸 수 있다. 게다가 윤리적 논란을 줄이고자 당초 신청했던 사용 난자 수를 1000개에서 800개로 줄였다.

CHA의과학대 정형민 교수(차병원 통합줄기세포치료연구소장)는 “줄기세포 연구에서 난자 문제는 결정적이지만, 일단은 현행법 안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며 “난자 800개 중 300개는 연습으로 쓰는 못 쓰는 난자이고, 나머지 500개를 갖고라도 승부를 걸어 2개의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차병원은 이번 조건부 승인을 얻기까지 지난해 3월 승인 신청을 하고 2번의 보류를 받는 우여곡절을 거쳐 1년여만에 어려운 과정을 거쳤다.

정 교수는 “법이 바뀐다면 제일 좋겠지만 지금 이것도 어떻게 얻은 승인인데, 다시 승인 받으라고 하면 못 하겠다”고 난색을 표한 다음 “누구든 시험관 아기가 끝나고 난자를 기증해준다면 차병원뿐만 아니라 어디에 가서라도 도움을 받고 싶다”는 말로 연구에서 난자 사용의 절실함을 전했다.

여성전문병원으로 불임시술 시험관 아기 치료가 활발한 차병원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5년 이상 된 냉동배아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로 2005년 미국 특허를 획득,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박세필 교수는 “우리는 불임병원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난자를 기증받고 있다”면서 “차병원은 1000여개 난자를 갖고 있지만 여기는 겨우 수십개다. 확률상으로 안 되는 일”이라며 답답해했다.

연세대 김동욱 교수(교육과학기술부 세포응용연구사업단장) 또한 국내 연구 현실에 대해 “공부가 안 되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1등을 하라는 것과 같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 1등은 무리가 있다”고 답했다.

김 교수는 이어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국내 줄기세포 연구진은 2007년 세계 저명학술지에 발표된 연구논문 수가 세계 4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보이기도 했지만 사실은 선진국과 격차가 크다"면서 "그들의 연구 규모와 기술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연구가 뒤쳐졌다고 국내 줄기세포 연구를 그만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 교수는 “1등 기술이 아니라고 해서 안하면 영원히 타국가 기술에 종속된다"면서 "줄기세포 연구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어느 부분에선 우리도 길이 있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사진] 배아줄기세포, 차병원 제공

이주연기자 gold@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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