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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철·최영희 의원이 보는 '의료사고법'
[ 2009년 06월 08일 03시 47분 ]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발의한 의료사고 관련 법안에 의료계의 눈과 귀가 쏠릴 전망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독자적으로 법안을 청원할 예정이다. 18대 국회 상반기에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공론화된 만큼, 향후 장시간에 걸쳐 의료계와 국회 복지위의 신경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의료사고 법률안이 최초로 발의된 것은 지난 1994년 14대 국회, 정부의 입법예고가 처음이지만, 실질적으로는 198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료계가 이 법안의 필요성을 느끼고 법률안을 요구했던 기간을 포함하면 21년간 사회적 논쟁이 벌어진 셈이다.
15대 국회에서는 국민회의 김병태 의원과 신한국당 정의화 의원이 같은 법제명으로 법안을 제출한 바 있다. 16대 국회에서는 한나라당 이원형 의원이, 17대 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과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의원발의를 했다. 모두 국회 임기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지만, 논란은 계속됐다.
이번 18대 국회에서 의료사고 법안이 글로벌 헬스케어 도입과 함께 새롭게 부상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의료관광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으면서, 외국인 환자 진료와 보호를 위한 법안 제정이 요구되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여야 의원실에도 이 같은 점을 거론한다.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법안이 조명받은 것은, 지난 국회와는 다소 다른 부문이다.
의료사고 법안은 의료계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레드라인에 가깝다. 정부와 갈등을 겪었던 여러 법안 중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고 저항이 거셌다. 규격진료와 파업 등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앞으로 법안 논의가 본격화되면 17대 국회와 동일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안 특성상 합리적인 논의보다는 감정싸움으로 번질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의료계는 의료사고 법안에 대해 '수용 불가'를 공식화했다. 특히 입증책임의 '일부 또는 전부 전환' 측면에 강한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는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발의한 '의료분쟁 조정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09. 6. 4)'과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발의한 '의료사고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09. 5. 22)'이 계류 중이다. 병함심의 과정에서 내용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으나, 입증책임 부문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실 모두 불가피성을 강조한다. 의료정보의 비대치성을 고려해야 하며, 의사에게도 안전한 진료환경을 제공하려면 법안 제정이 시급하다는 견해였다.
다음은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과 민주당 최영희 의원 일문일답.
[사진 : 좌측부터 심재철, 최영희 의원]
1. 법안 발의하게 된 배경은
심재철 의원=
의료사고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연간 수만 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내에는 전문적인 조사기관이 없어 실태파악조차 어렵다. 의료사고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 피해자다. 환자는 의료분쟁으로 인한 경제·시간적 비용을 감수해야 하며, 의사 측도 진료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결국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없게 된다. 실효성 있는 제도가 마련되면, 국민은 의료사고 피해에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받게 되며, 의료인은 안정적인 진료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최영희 의원=
이 법안(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지금까지 국회에서 표류하게 된 원인은 이해단체의 반대와 정부 부처의 이견조율이 이뤄지지 못해 임기만료로 폐기됐기 때문이다. 본 의원은 지난 22일 법안을 발의했다. 공정한 조사과정을 도입해 사회적 비용 감소뿐 아니라 환자에게 의료사고에 대한 불안감 해소를, 의료인에게는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이 법안이 시급한 또 다른 이유는 외국인 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조성을 위해서다. 의료분쟁 해결 절차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1월 해외환자 유인알선을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 시 의료사고 법안 제정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2. 의료계는 의료소송 남발·방어진료 등 우려
심재철 의원=
의료사고는 현재 엄연히 발생하는 문제로 환자와 의사 입장에서 합리적으로 풀어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의료분쟁법이 제정되면 의료분쟁에 대한 효율적인 중재가 이뤄지기 때문에 오히려 의사에게도 안정적인 진료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주장하는 환자와 사법기관의 조정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의사도 시간과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법안이 통과된다 할지라도 환자 측에서도 의료사고 입증책임 일부분을 맡는다. 즉 무분별한 의료소송 남발은 지나친 우려에 가깝다. 오히려 사법절차가 이뤄지기 전에 의료사고 조정위원회를 통해 문제 상당수를 처리할 수 있다.
최영희 의원=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상황에서 다소 과도기적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제도로 도입된 이후에는 특성에 맞는 조정이나 소송 등 각각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소송은 큰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합리적인 분쟁제도가 도입된다면 대다수 사람이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방어진료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국내 의사들은 자질이 훌륭하기 때문에 법안이 통과됐다고 해서, 방어진료를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또, 한편으로 방어진료를 거론하는 것은 의료사고를 해결하는 본질이 아니라고 본다. 의료사고 피해구제를 위한 제도를 어떤 식으로 이끌어가고, 고려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3. 의료계, '입증책임 전환'에 강한 거부감
심재철 의원=
입증책임 전환 규정은 이번 법안의 핵심사항으로서 반드시 입법화돼야 한다고 본다. 의료사고는 그 특수성으로 의사나 환자 어느 한쪽에만 입증 책임을 100% 지을 수는 없다. 일반적으로 민법 일반원칙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입증토록 하지만, 의료사고는 의료행위 전문성과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의료인보다 절대적으로 적은 정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의료인이 자신의 과실이 없음을 증명하는 것보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본 법안에는 1차적으로 의사가 의료사고에 대해 주의의무를 다해 보건의료기관의 시설·장비, 인력의 흠이 없음을 증명토록 했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는 일반적인 민법원칙에 반해 의료행위의 전문성과 특수성, 불가항력적 결과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의료인이 자신의 무과실을 입증하는 것은 소송경제상 적절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례 경향이기도 하다.
입증책임 전환이 의료계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우려는 이해 하지만, 의료인이 의료행위 정보를 독점한다는 점, 주의의무를 다한 사실을 입증하면 면책이 가능한 점, 사법부 판결 과정이 대부분 이러한 절차를 통해 진행된다는 점을 볼 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법 통과 과정에서 병원과 의사, 소비자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
최영희 의원=
입증책임 전환이 법률안에 도입된 것은 지난 17대 국회에서부터이며, 의료계는 강력히 반발해 왔고 지금도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안다. 현재 민사법상 의료사고에 대한 피해를 입증하는 주체는 원고에게 있다. 대다수 의료사고 원고가 환자인 경우가 많아, 사실상 환자가 의료사고 피해를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의료 분야가 얼마나 전문적인 분야인가. 의료소송은 다른 손해배상소송과 달리 증거가 의사에게 편중돼 있고, 의료행위 또한 고도의 전문지식을 요구한다. 일반인 입장에서 의료인의 과실과 의료사고 인과관계를 입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의료소송에서 입증책임에 대한 판례의 태도는 인과관계 입증책임을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인이 의료인의 과실 여부 등을 입증하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본 법률안과 관련해 여러 당과 의원실에서 법안을 준비 중이다. 조만간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서 합리적인 토론을 거쳐 진행될 것이다.
4. 법안에 의료인·병원 폭력행위 처벌근거 신설돼야 한다는 의견 있는데
심재철 의원=
의료분쟁법이 통과되면 앞으로 일부 환자가 의료사고가 억울하다고 판단할 때, 병원 진료행위를 방해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예가 없어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의료인(기관)에 대한 폭력행위 처벌 근거 마련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악의적인 전문브로커의 개입으로 의료분쟁이 장기화되고, 폭력화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을 두자는 의견이 있었다. 의료인과 의료기관 폭력행위 처벌 근거도 기존의 형법규정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최영희 의원=
지난 1988년 의료계가 이 법안의 필요성을 느낀 이유 중 하나는 의료사고 환자 측이 의료인을 폭행하거나 의료기기를 소실하는 부작용을 없애기 위함이다. 지난 1994년 정부가 제출한 법안 제26조에서는 진료방해 등 금지 조항을 강행규정으로 하면서, 벌직조항은 따로 없었다.
1997년 김병태 의원 법률안 제31조에서 마찬가지로 진료방해 등 금지조항이 강행규정으로 들어가면서 폭행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을 뒀다. 사실 법률안에 의료인 폭력행위 처벌 근거를 마련하는 것은 고려할 만한 사유라 생각하지만, 이미 형법에서 폭행죄와 협박죄 규정이 있는 데다 가중처벌까지 규정해 큰 실익이 없다고 본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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