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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생각 연구해야 병원이 성공"
[ 2009년 06월 10일 03시 43분 ]
불과 15년 전만해도 축농증 수술은 '큰 수술'이었다. 대학병원에서 수술 받으려면 외래 진료 받고, 방사선 검사하고, 다시 수술 날짜 잡느라 길면 몇 달씩 기다려야 했다. 수술 가능한 개인 의원은 거의 없었다. 전신마취 상태에서 잇몸을 절개하고 망치와 정으로 얼굴 뼈를 깎아내는 수술법도 환자에겐 '악몽'이었다. 코 내시경 수술이 도입돼 있었지만 대부분 잇몸을 절개하는 예전 방식을 고수하고 있었다.

코 내시경 수술에 자신이 붙은 이상덕 원장은 승산이 있다고 보고 '과감한 배팅'을 했다. 코 내시경 수술 전문 병원을 열면 진료·검사·수술을 '원 스톱(one stop)'으로 진행할 수 있고, 3박4일 이상인 입원기간을 하루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 1995년 3월, 이 원장은 코 내시경 수술을 처음 도입한 박재훈 당시 이대목동병원 이비인후과 과장을 영입하고, 대학병원에도 없는 최신 장비를 갖춰 하나이비인후과를 개원했다. "장비는 물론이고 인테리어도 최고급으로 하느라 평균적인 개원 비용보다 5~10배 더 들었다"고 했다. 의료계에선 '젊은 사람이 겁도 없이 무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원장의 계산은 정확했다. 개원 첫해 1112건의 코 수술을 시행해 단번에 대학병원과 어깨를 겨눌 정도가 됐고, 2000년대 들어선 매년 2500건 안팎의 코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누적 수술 건수는 3만4000건에 달하며, 수술 건수만으론 2000년대 초반부터 압도적인 전국 1위다. 건강보험공단 2006년 축농증 수술 통계를 보면 하나이비인후과가 827건으로 1위며, 세브란스병원(652건), 서울아산병원(584건), 삼성서울병원(565건), 서울대병원(485건)이 2~5위다. 또 하나이비인후과가 학회에 보고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코막힘 증상은 축농증 수술 전 91.3%에서 수술 후 12.0%로, 누런 코 증상은 71.6%에서 12.4%로, 후각장애 증상은 63.4%에서 16.4%로, 콧물이 목으로 넘어가는 증상은 62.9%에서 13.4%로, 두통 증상은 46.8%에서 6.4%로 각각 줄었다.

이상덕 원장은 "축농증 수술은 재발률이 60~70%에 달할 정도로 까다로운데 이 정도면 세계 어디 내어 놓아도 손색 없는, 매우 뛰어난 성적"이라고 말했다.

하나이비인후과는 세브란스병원장을 지낸 박인용 명예교수를 영입하는 등 의료진을 보강해 현재 코 전문의만 7명이다. 유명 대학병원의 코 전문의는 3~4명 수준이다.

현재 로열티를 내고 병원 명칭과 진료 매뉴얼 등을 공유하는 '하나닥터스넷' 가입 병원이 21곳이다. 개원 15주년이 되는 내년 3월엔 병원을 확장해 '코 전문'에서 '이비인후과 전문' 병원으로 '제2 개원'을 할 예정이다. '경영적으로' 성공한 대표적 병원이 된 것이다.

이 원장이 생각하는 성공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공급자(의사) 입장이 아닌 소비자(환자) 입장에서 생각한 것"을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다소 장황한 그의 설명을 들어보자.

"당시엔 의사가 환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예를 들어 환자 코 속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누구보다 궁금한 사람은 환자 자신인데 의사만 코 속을 보고 환자는 볼 수 없었다. 치료는 의사가 하는 것이니 환자는 볼 필요 없다는 '의사 중심적 사고' 때문이었다. '돈을 벌려면 돈 내는 사람 뜻을 따라야 한다'는 생각에서 환자 앞에 내시경 모니터를 설치해 코 속을 보게 해 줬다. 그것이 환자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마련한 작은 '서비스'였다. 그랬더니 환자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수술 건수도 덩달아 늘어났다. 거창하게 의미 부여를 하면 일방적으로 의사 지시를 따르는 진료의 '객체'에서 함께 모니터를 보며 진료 방향을 상의하는 '주체'로 환자를 승격시킨 것이 오늘의 성공을 가져왔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원장은 수술 방법도 환자 편한 수술이 있고 의사 편한 수술이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은 전신마취가 아닌 국소마취를 원하고, 수술 후 가급적 빨리 퇴원하기를 바란다. 수술 비용까지 싸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코 수술은 정으로 뼈를 깎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내시경을 이용하면 수술 공간이 좁아 정교하게 수술하기가 쉽지 않다. 또 국소마취 상태에서 수술하면 환자가 통증은 못 느껴도 망치로 정을 내리치는 '기분 나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아직도 대부분의 대학병원들이 전신마취 상태로 절개해서 코 수술을 하는 이유"라고 했다.

이 원장은 개원과 동시에 모든 환자를 국소마취 상태에서 내시경으로 수술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대학병원과 비교해 수술 비용을 절감하고 일상생활 지장도 최소화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가능했다. 문제는 수술 중 환자의 머리가 울리면서 갖게 되는 '기분 나쁜 느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소의 힘으로 뼈를 깎는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했다.

하나이비인후과는 모든 의료진이 1년에 1회씩 시체 해부 실습을 해서 수술 테크닉을 향상시키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의원 급 의료기관에서 매년 해부 실습을 하는 곳은 우리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런 노력 덕분에 모든 환자를 수술 전날 밤에 입원시켜 아침에 수술하고 오후 2~3시쯤 퇴원시키는 시스템을 개원 직후부터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대학병원 교수들에게 국소마취 내시경 수술기법을 전수할 정도로 우리의 수술테크닉은 인정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내년 3월 '제2 개원'을 앞두고 있는 이 원장의 요즘 관심은 목과 귀 질환에 쏠려 있다. 그는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목이나 귀 분야 최고 명의들의 영입이 거의 성사 단계에 있다"며 "지금까지의 성공을 잊고,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이제는 '최고 이비인후과 병원'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임호준 헬스조선 기자 hjl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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