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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50분 상담하는 의사-약 처방도 없다
[ 2009년 06월 19일 21시 59분 ]
90년대 그를 두고, 소설가 최일남 씨는 이렇게 표현했다. “이만큼 다재다능하고 종횡무진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은 흔치 않다. 1인 5역인지 6역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원장[사진]이다.

당시 그는 KBS 시사토크쇼 ‘생방송 여성’의 진행자를 비롯한 여러 방송에 출연했으며, 이나미 신경정신과 의원을 운영했고, ‘때론 나도 미치고 싶다’ ‘여자의 허물벗기’ ‘딱 한번만 더 보고 싶다’ 등의 다양한 저서를 썼다.

이나미 원장은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면서도 두 아들의 어머니, 한 남자의 아내, 종가집 맏며느리로서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지금껏 한 번도 집안일을 남의 손에 맡겨본 적이 없을 정도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 동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고 인하대 외래교수, 서울대 초빙교수, 뉴욕 신학대학원 교수로 강의한 바 있는 이나미 원장을 17일 찾았다.

서울의 한 레지던스, 엘리베이터에 붙은 작은 글씨 ‘Dr. Nami Lee's Psychotherapy Clinic(이나미 심리분석 연구원)’만이 여기가 이나미 원장이 자리한 곳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114에도 등록되지 않은 곳의 비밀스런 문을 열자, 여기가 병원이 맞나 싶은 공간이 펼쳐졌다. “여기는 의원이 아녜요.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만 하루 6~7명씩만 오세요. 국내 외래시스템으로는 오랜 면담이 어렵잖아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 융연구소에 재직한 이나미 원장은 그때 경험했던 미국식 신경정신과 치료 개념을 그대로 적용했다. 이를 위해 의료보험을 포기했다. 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약 처방도 없다. 필요한 경우, 다른 병원을 연계해준다.

물론 간호사도 없다. 대신 환자와 1회 50분의 충분한 상담이 가능하다. “상담 중에는 전화를 못 받는다든가, 잔심부름을 할 사람이 없어 불편하긴 하죠. 그러나 정신건강 문제로 전문가를 찾았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겐 이게 나아요.” 그래서 연예인과 유명인이 더러 찾아온다.

역시나 남다른 그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했다. 이나미 원장은 “나름대로 바빠요”하며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문학사상’에 단편소설 ‘물의 혼’을 발표, 소설가로 등단한 바 있는 그는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중앙일보 일요일신문인 ‘중앙SUNDAY'에 2주에 한 번씩 칼럼 ‘이나미의 마음 엿보기’를, 어린이 월간지인 ‘열린 어린이’에 ‘그림책 읽어주는 의사선생님’을, 천주교 월간지인 ‘생활성서’에 ‘이나미의 성경테라피’를 연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연재한 글을 모아 곧 출판할 계획이다.

이 원장이 ‘나름 바쁘다’고 표현했지만, 90년대 그의 스케줄과 같을까. 그는 “그때는 인간의 삶이 아니었을 정도로 바빴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도 추억이 스치는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이주연기자 gold@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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