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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서도 경찰도 급하면 '응급실 콜(Call)'
[ 2009년 06월 19일 22시 10분 ]
소방방재청이 혹은 경찰청이 응급실에 '콜'하면 무조건 응해야 한다?

응급 의료기관과 응급실 의사들이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정안'에 이어 '경찰직무집행법' 개정안이 임박해졌기 때문이다.

한결같다. 이들 법안을 바라보는 의료계 시선은 "기존의 의료법, 응급의료에관한 법률을 무시한 채 의사에게 처치를 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 결국 의료체계 전반을 뒤흔들 것"이라는 결론으로 모아진다.

지난 3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울산 중구)이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후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반발은 그야말로 극심했다.

법안 제19조(구조와 구급활동을 위한 지원요청)에 따르면 '소방방재청장 등은 구조 또는 구급활동을 함에 있어서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할구역내 의료기관 및 구조·구급과 관련된 기관 또는 단체에 대해 구조와 구급에 필요한 인력 및 장비의 지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대목은 소방방재청장 등이 인력 요청 등을 이유로 '의료적 통제'를 가할 수 있다는 부분.

실제로 개정안에는 '소방방재청장 등은 의료기관 등이 특별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1항의 요청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에는 해당 의료기관 등을 감독하는 행정기관의 장에게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응급의학회 유인술 정책이사는 "법안이 만약 통과된다면 소방방재청장, 소방서장 등 관할 행정 기관들이 의사들을 자의적으로 차출할 수 있게 된다"고 거듭 우려감을 표한 바 있다. 비의료인이 의료인들을 통제하는 기이한 현상이 초래될 것이라는 논리다.

비단 이 법안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이번 경찰직무집행법 관련 개정안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되고 있다.

최근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 외 12명은 경찰직무집행법상 '주취자 처리에 대한 구호조치' 조항(제4조) 일부 개정안을 제출해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개정안에는 "현행법상 보호조치 대상 주취자의 1차적 보호책임은 경찰관서로 돼 있지만 앞으로는 경찰관이 경고했음에도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ㆍ신체나 재산에 위해를 가하려는 행위를 계속하는 자에 대해 경찰관이 응급 구호를 요청하면 공공보건 의료기관이나 공공구호 기관은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로 명시돼 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한 관계자는 "주취자를 일반 병원 응급실에 이송하면 다른 환자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면서 "무엇보다 경찰 본연의 업무를 은근슬쩍 의료기관에 떠미는 것 아닌가"라고 반감을 표했다.

이 관계자는 "병원 응급실에는 분초가 시급한 생명이 위급한 환자들이 부지기수인데 이제는 만취자까지 감당해야 하나"면서 "응급의학을 전공하려는 젊은 의사들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응급의학회 황성오 이사장은 "의료기관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불가피하다"면서 "학회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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