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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논리로 가중되는 의료계 영역 갈등
[ 2009년 07월 16일 03시 20분 ]
한 의료기사단체 집행부 회의실. 협회장이 입을 연다. "특정 진료과 의사들이 의료기사 고용없이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가족부에 건의했다고 합니다.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의원급에서만 일자리 2000개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회의장이 웅성거리더니 곧 복지부에 항의 방문할 별도 이사진을 꾸리기로 했다. 회의장 분위기는 썰렁했다.
또 다른 단체의 회의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신의료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 한 이사는 "XX검사는 아직 구체적으로 어느 직종이 담당한다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주목받고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관련 과목을 대학에서 가르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제과정이 없으면서 우리가 전문성을 강조할 수 없어요."
업무영역을 둘러싼 의료계 직종 간 갈등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그 범위가 크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성형외과와 피부과로 대표되는 의사들의 진료과목 간 갈등뿐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 의사와 의료기사, 간호사와 의료기사, 의료기사들 사이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자주 연출된다.
업무성격상 의사 영역에 가깝더라도 큰 관심이 없어 간호사나 의료기사가 당연히 수행하던 것을 최근에서야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의료법 또는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등에 직종별 업무영역을 명시하고 있지만, 매년 개발되는 신의료기술과 세세한 업무를 전부 법안에 담고 있지는 못하다. 결국 직종별로 복지부에 유권해석에 의지해 희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간단한 생리학검사를 예로 들면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던 것이 주류 검사 분야로 떠오르면서 의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간호사들 역시 법 개정 과정에서 간단한 검사를 업무영역에 규정하려다, 의료기사단체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초음파 역시 마찬가지다. 방사선사뿐 아니라 여러 직종에서 학과과정에 초음파를 가르친다. 이는 잠재적 갈등 요인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의사는 의료법상 모든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업무영역을 침범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경기침체에 따른 개원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르면서 비용절감을 1순위로 인식하고 있다.
일부 진료과의 경우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간호사에게 교육을 통해 간단한 검사나 초음파를 맡기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도 사실이다. 규정에 따르다 보면 고용 인력이 늘고 운영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의료기사단체는 일자리를 뺏기고 비전문가의 의료행위로 인한 환자 피해가 늘어난다고 강하게 반발한다. 검진을 담당하는 의원들이 환자가 적은 곳에 한해 임상병리사와 방사선사 등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방안을 추진했던 것이 단적인 예다.
경제논리가 의료계 전체 직종 간 업무영역 갈등의 씨앗으로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사 직종을 제외한 간호사, 의료기사단체는 신의료기술이 나오면 이를 대학에서 가르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다. 이는 복지부로부터 유리한 유권해석을 이끌어낼 수 있고, 향후 법 개정이 이뤄질 때 업무영역으로 강조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업무영역의 증가는 일자리 창출과 연결되며, 근본적으로 관련 직종의 입지를 넓히는 효과를 준다. 직종 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한 의료기사단체장은 "업무영역 갈등은 의료기술의 빠른 진화와 함께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의사들 역시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과거 관심이 없던 분야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며 "단순히 의사와 의사 간의 구도가 아니라 의료기사까지도 이 영역에 들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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