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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출퇴근하며 치료 고민하는 의사
[ 2009년 07월 21일 22시 05분 ]
이른 아침 출근길로 붐비는 건국대학교병원 지하 주차장. 경찰들이 흔히 타고 다니는 B사의 1000cc대 오토바이가 육중한 엔진음을 뒤로하고 멈춰 섰다. 그 자리에 나타난 말쑥한 정장 차림의 한 남자, 바로 건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이용식 교수[사진]다.

“오토바이와 인연을 맺은 건 83년 공중보건의로 복무하던 때입니다. 시골의 작은 마을로 왕진 다니면서 이동이 불편해 50cc 오토바이를 사면서 출발했죠.”

공보의를 마치고 잠시 오토바이와 멀어졌던 이 교수는 원자력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다시 오토바이를 찾게 됐다.

이유는 하나. 집이 가까워 자전거로 출퇴근 하던 이 교수에게 원자력병원 주위의 높은 언덕이 높다란 산 마냥 힘에 부쳤던 것.

그 뒤로 이 교수는 지금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 하는 습관이 생긴 것은 물론 오토바이 예찬론자가 됐다고 한다.

“오토바이는 이제 제 생활의 일부가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겨울에 눈 내린 뒤 길이 얼어붙어 위험한 때를 빼면 거의 매일 타고 다닙니다. 복잡한 도심 생활에서 오토바이는 훌륭한 교통수단이죠.”

이미 이 교수를 거쳐 간 오토바이만 해도 수십여 대에 달한다고 한다. 지금도 이 교수의 집 차고에는 각기 다른 6대가 저마다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며 서 있다.

덕분에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여러 번 이 교수를 따라다녔다.

“언젠가 경주에서 열렸던 이비인후과학회 학술대회 때로 기억합니다. 봄볕이 좋았던 당시에 경주에서 학회가 열린다고 하니 여행 겸해서 당시 가지고 있던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서울에서 출발했습니다. 국도를 따라 때론 속도를 올려 바람을 느끼고, 때론 쉬엄쉬엄 주변 경치를 살피며 가다보니 어느새 경주더군요.”

학회장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이 교수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대부분 기차나 버스, 혹은 자가용을 이용해 경주에 온 사람들에겐 오토바이 안전 복장을 갖추고 거대한 할리데이비슨을 이끌고 나타난 이 교수가 생뚱맞아 보인 까닭이다.

그 이후로 사람들이 오토바이 타는 이상한 의사라고 쑥덕대기도 했지만 이 교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토바이는 위험하다라든지, 오토바이는 점잖지 못한 교통수단이라고 하는 것은 자동차 위주의 국내 교통체계가 빚은 오해이자 고정관념입니다. 사실 에너지 효율면에서 오토바이만큼 좋은 것도 없거든요.”

이 교수는 소외된 오토바이 교통정책으로 이야기가 넘어가자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졌다.

오토바이를 오랫동안 타면서 느꼈던 불편도 컸지만, 오토바이 사고로 다치거나 숨지는 이들, 특히 청소년들을 보면서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자전거와 함께 오토바이가 도시교통 수단의 중요 부분으로 인정받아 정책상의 배려를 받고 있다”며 “오토바이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말을 꼭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무엇이 이 교수로 하여금 오토바이에 이토록 ‘미치게’ 만들었을까.

“오토바이를 타면 생각이 열리게 되는 것을 느낍니다. 개인적인 문제에서부터 환자들을 치료하는 일까지, 복잡한 마음을 날려주는 것은 물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가 샘솟습니다. 일종의 참선(參禪)이라고 할까요.”

이 말을 끝으로 이 교수는 내일 있을 수술을 위해 환자를 보러 가야한다고 했다. 발길을 돌아서는 그에게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는지 물었다.

이내 계속해 달리겠다는 그의 작은 꿈이 대답으로 되돌아왔다. 오토바이야 말로 바로 그가 추구하는 자유로움, 바로 그 자체란다.

“체 게바라가 그러했던 것처럼 나중엔 오토바이를 이용해 자유 여행을 떠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또, 스페인의 유명한 ‘산티아고로 가는 길’을 돌아보고 싶기도 합니다.”

물론 이 교수의 가족이야 오토바이를 타는 그를 걱정하며 그만 타라고 채근하곤 있지만 그의 오토바이 내리사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김수성기자 sskim@dailymed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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