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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억울해" 국회 찾는 환자
[ 2009년 08월 02일 21시 50분 ]
진료비에 의문을 품은 한 환자가 최근 국회를 찾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지불한 진료비가 부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간단한 시술을 받은 그는 병원이 일종의 편법을 통해 더 많은 진료비를 청구했다고 판단했다. 갑자기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병원을 찾아갈까 생각했지만, 차가운 대답만 돌아올 것이 뻔했다. 대신 쉽고 확실한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그는 곧장 보건복지가족위원회 한 의원실을 찾아갔다. 덕분에 의원실로부터 "국정감사 기간에 반드시 지적하겠다"라는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환자는 억울함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지난 3년간 쌍까풀 시술 부작용에 시달렸던 또 다른 40대 여성 환자. 시술자가 간호조무사였다는 사실은 환부가 되돌릴 수 없는 상태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그는 "3년 동안 맘 편히 잠을 잘 수 없었다. 의사는 자신을 잡상인 취급했다"며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경찰과 검찰을 밤낮없이 뛰어다녔지만,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극약처방으로 국회를 찾기로 결심했다. 마침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이 잇따라 국회에 제출됐다는 소식을 들어 용기가 생겼다. 국회의원이 직접 면담에 응해줬다.
그는 해당 의사에게 처벌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입법자들에게 부당함을 알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효하다고 생각했다. 자신 같은 사례가 많다는 것도 의원실을 찾은 이후에야 알게 됐다.
국회를 찾은 이들은 "당장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정책적인 동기를 부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새로운 법을 만들어서라도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원실도 찾아오는 이들이 불편하지만은 않다. 환자나 의원실 모두 윈윈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수가 하소연만 늘어놓다 가지만, 간혹 좋은 소스를 얻기도 한다. 민생 정치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다.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복지위를 찾는 환자나 의료계 관계자들이 많다고 한다.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이 같은 사례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의사, 병원과 원만한 대화가 이뤄졌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례들이다.
한 환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무지 병원 문턱이 높아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의사 얼굴 보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도 어렵다"며 "부작용도 억울하지만, 무시당했다는 기분에 더욱 화가 났다"고 했다.
폭력으로 물든 진료 현장이 늘어나면서 의료인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환자들 역시 소통 부재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는 의사대로, 환자는 환자대로 불만의 간극이 커지는 모양새다.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이 빚은 결과물이다.
직접 의원실을 찾아온 환자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경험을 다른 환자들과도 공유한다.
상황에 따라 의사가 피해자일 수도 있지만, 다수 시각으로 볼 때 의사는 여전히 강자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회가 환자 이야기에 더 귀기울이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다.
최근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계 인사들이 서울시경찰청장을 찾아가 진료현장의 폭력근절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회원을 위한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 관심을 환자와의 의사소통에도 일정부문 맞추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의사소통에 실패한 환자들은 앞으로도 국회를 찾을 것이고, 필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것이다. 이들 중 일부는 꽤 근거 있는 내용으로 입법자들을 설득할 것이 분명하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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