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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려·주취자 때문에 의사나 환자 모두 '피해'
[ 2009년 08월 09일 21시 54분 ]
"새벽 2시, 간호사 1명, 간호조무사 1명, 당직의사 1명이 근무하는 한적한 응급실에 구급차가 길에 만취해 쓰러진 취객을 싣고 들어왔다. 주민신고로 119 구급대가 출동을 했는데 술에 만취해 집도, 이름도 밝히지 않았으며 잠까지 들어 데려왔다는 것이다."
얼마 전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의료급여제도가 지나치게 까다롭게 바뀌면서 노숙인과 독거노인 등이 병원에서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청주성모병원 소화기내과 한정호 과장은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를 통해 유감을 표했다.
골자는 일선 병원들이 행려환자에 대해서는 진료를 꺼린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실상은 현장에서의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으며 의사는 물론, 간호사들이 겪는 고충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얘기다.
그는 어느 지방 의료원 응급실 당직의사로 1년간 근무한 경험을 소개했다.
한정호 과장은 "상황이 어찌됐건 '환자'이기 때문에 혈액검사도 하고 수액도 달아 놓았다. 그런데 몇 시간이 지난 후 수액을 뽑고 깨어나 그냥 나가버렸다. 심지어는 아침에 깨어나면 밥을 달라고 욕을 한다. 옆에 환자들이 무서워 도망가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응급실에서 10일 이상 버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는 "구급센터도 관할이 아니라고 병원에 떠넘긴다. 경찰도 모르쇠다. 구청의 사회복지과에서 수용시설을 알아봐 줄 때까지 무작정 병원에서 책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환자가 많지 않은, 중소 도시 의료기관 등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한정호 과장은 "이러한 행려자 때문에 직원들의 고충은 말할 것도 없고, 응급실에 오는 다른 환자들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면서 "또한 응급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지역에 퍼지게 되면, 그로 인한 병원경영의 손해는 누가 책임져야 하나"라고 성토했다.
사실 지난해 3월부터 행려환자를 치료한 병원들이 시로부터 치료비를 보전 받으려면 경찰에서 환자의 지문을 조회해 행려자 판정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병원들이 행려환자를 대상으로 이 같은 절차를 밟기에는 많은 부담이 따른다.
더욱이 실제 부양하는 가족이 없더라도 주민등록부에 부양가족이 있는 것으로 나오면 행려자에서 제외되고, 행려자 판정을 받지 못하면 이들의 의료비는 고스란히 병원의 몫이 된다. 실제로 병원들이 행려자 치료를 꺼리는 이유다.
한정호 과장은 "공공의료를 강화한다는 것은 공공의 영역에서 책임져야할 부분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민간에게 공적인 영역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특히 "경찰이나 구급대원들도 제어하기 힘든 행려자나 주취자를 민간 의료기관에 떠넘기려는 공공기관의 방침은 이해할 수 없다"며 "행려자 진료기피 본질과 근본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행려자를 위해서도, 경찰관, 구급대원, 의료진을 위해서도, 그리고 이들 각자가 자신의 중요한 업무(경찰: 범죄신고, 구급대: 응급환자이송,응급실: 응급환자 진료)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겪게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정호 과장은 "구호소 운영 등의 장기적 대안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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