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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알츠하이머 예방백신을 향해!"
[ 2009년 08월 11일 21시 40분 ]
건국대 의생명과학관의 한 연구실. 한창 실험에 몰두한 연구진을 지나 복도 끝에 조용히 자리한 교수실의 문을 두드렸다. “네.” 정적을 깨는 단호한 목소리. 방해가 된 듯해 주춤하는 사이 열린 문틈으로 목소리의 주인공이 얼굴을 내밀었다. 산뜻한 스포츠형 머리에 희고 갸름한 얼굴, 살포시 미소 띤 눈매. 최근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의 기전을 규명해 화제가 됐던 이승재 교수는 상상보다 ‘댄디’한 모습으로 데일리메디와의 첫 만남을 가졌다.[편집자주]

“파킨슨병의 진행원리가 ‘감염’일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죠.” 건국대 의생명학과 이승재 교수[사진]는 파킨슨병의 기전이 이제야 밝혀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달 그는 파킨슨병 등의 퇴행성 뇌질환이 광우병 등의 프리온병(prion disease)처럼 단백질 변성체에 의해 진행·확산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간 퇴행성 뇌질환은 발병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이론만 난무한 상태였다. 이번 연구는 병의 진행과 발전기전에 대한 설명 근거를 마련해 향후 퇴행성 뇌질환의 치료에 획기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받았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의 동기로 독일의 신경병리학자 하이코 브락(Heikko Braak)이 2003년 발표한 논문을 들었다. 브락은 이 논문에서 퇴행성 뇌질환은 병이 진행될수록 여러 뇌 부위로 확산되며 손상을 일으킨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렇다면 뇌질환이 ‘어떻게’ 확산될 수 있는가에 의문을 던졌다.

“알파-시뉴클린(α-synuclein)은 파킨슨병의 유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포질 단백질인데 이제까지 세포질 단백질은 세포질 내에서 생성·소멸한다고 알려져 있었어요. 이번 연구로 알파-시뉴클린도 엑소시토시스(exocytosis·외포작용: 세포 내 물질을 방출하는 세포막 운동)를 통해 세포질 밖으로 분비된다는 사실이 증명됐죠.”

이 교수에 따르면 또 다른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과 헌틴튼병에 대해서도 최근 이와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지의 영역이던 퇴행성 뇌질환의 규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고 그는 말했다.

“병든 뇌세포의 단백질 변성체가 정상세포로 이동해 축적된다는 것(감염)은 밝혔지만 이로 인해 정상세포의 기존 단백질이 변성된다는 사실은 입증하지 못했어요. 발병기전을 완성하는 데 앞으로 5년은 더 걸릴 것으로 봅니다.”

“꾸준한 연구로 치매 치료·예방에 희망 건다”

이 교수는 물론 어려움은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타의 질병에 비해 퇴행성 뇌질환은 세포모델이 증식하지 않고 동물 모델에서 증상을 확인하기까지 1년 이상은 걸리기 때문이다.

암의 경우 병이 진행 중인 환자의 암세포를 떼어 연구할 수 있지만 뇌세포가 사멸하는 퇴행성 뇌질환은 환자의 사후에 “이미 진행이 끝난”(이 교수) 상태만을 파악할 수 있다.

최근 4~5년 간 학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치매 백신이 다른 백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더딘 것도 그런 이유다.

이 백신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에 영향을 주는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를 투여해 면역력을 키우는 원리로 얼마 전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염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해 현재 후속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이 교수는 말했다.

“국내 다양한 분야에서 화제가 됐던 줄기세포도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 적용되고 있어요. 신경줄기세포 이식에 대한 임상실험도 이미 시행했죠. 약간의 효과를 보긴 했지만 이식한 줄기세포에 단백질 변성체가 침투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역시 해결할 문제가 많습니다.”

세포모델 비증식+연구 지연+정부지원 미비 ‘三苦’

이 교수는 정부 차원의 연구비 지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노인성 질환의 경우 20~30년간 같은 연구를 이어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행 방침상 3년 지원이 고작이라는 것이다.

그는 “개인 연구자의 대규모 사업에 대해 정부 지원이 활발해져야 확실한 연구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치매 치료·예방이 시급한 고령화 사회의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루하루 늙어가는 우리 모두를 위해 적어도 향후 십여년 이상은 퇴행성 뇌질환을 연구에 집중하겠다”는 이승재 교수.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하며 살아서 행복하다”는 그의 행보에 퇴행성 뇌질환 치료·예방시대의 도래에 대한 기대를 걸어 본다.
나원정기자 wonjeong@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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