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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청구 유혹 빠질 수 밖에 없는 치료재료
[ 2009년 08월 11일 21시 51분 ]
[下]
심평원에 청구되는 진료비용 중 해마다 치료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의료현장에서 쓰이는 치료재료의 수가 많아지면서 부터다. 이처럼 치료재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이를 생산하는 업체나 시술하는 병원 조차도 이에 대한 관리가 어려워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 환자들이 시술받은 뒤 낸 비용 가운데 일부는 보다 비싼 치료재료로 부당청구되고 있는 정황이 포착돼 데일리메디가 취재에 들어가봤다.
[편집자 주]
데일리메디의 취재결과 밝혀진 이식형 심장박동기 부당청구건은 치료재료를 두고 병원을 비롯해 수입업체와 판매업체, 그리고 정부의 불합리한 가격 결정 제도 등 여러 문제들이 만나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치료재료 대체 청구,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어
치료재료 산업 전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이번 사건은 정부가 해마다 16.6%씩 뛰고 있는 치료재료 가격을 잡고자 시행하고 있는 ‘상한금액 이내 실거래가 상환제도’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이 제도는 의료기기 업체가 신규 치료재료를 출시할 때 업체 희망 가격과 유사재료 가격 등을 참고로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후속 치료재료의 경우 뚜렷한 기능 개선이 입증되지 않는 한 기존 치료재료가의 90%로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매년 1000여개의 치료재료 품목이 새로이 등재 신청되는 가운데, 이들 대부분은 실거래가 상환 방식에 의해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일들이 속출하자 해당 업체들로서도 속이 탈 수 밖에 없는 형국인 것이다.
상황에 이쯤에 이르자 치료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로서는 보험상한가가 낮은 신규제품을 공급한 뒤, 같은 규격에 상한가 높은 기존 제품의 코드로 살짝 바꿔 10%의 부당이득을 챙기고자 하는 유혹에 빠져들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의료기기 업계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업체들이 제품의 성능을 향상시켜 출시해도 100% 가격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새 제품 출시를 꺼리는 사례도 있다"며 "대체청구가 말 그대로 불법이기에 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의료기기 업체로서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정책상의 구조적 결함에 더해 치료재료를 수입한 업체와 병원의 물류 관리 방식의 문제점도 한 몫 더하고 있다.
대부분의 치료재료의 경우 한 번 보험에 등재되는 경우, 업체에서는 기존 제품이 단종돼 더이상 생산이 되지 않더라도 기존 코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새로운 제품을 식약청에 허가받은 뒤 보험 등재하는 과정에서 기존 제품의 임상연구 결과 등 관련 자료들과 비교하는 과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이번 대체청구된 제품을 수입한 S사 관계자는 "식약청에 새 제품의 허가 신청시 비교할 만한 기존 제품이 필요한데 다 기존 코드를 삭제할 의무도 없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 제품의 코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해 이러한 일들이 계속해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병원 또한 마찬가지로 물류 관리의 선진화를 이루겠다며 품목별로 분류코드를 마련했지만 관리가 쉽지 않다.
치료재료의 범위가 날이 갈수록 넓어지고 다양해지고 있는데 다 병원마다 각기 상이한 분류체계를 가지고 있어 통합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탓이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EDI 청구코드와 물품코드가 일치하지 않아도 치료재료의 기능과 외관이 비슷하다면 이를 현실적으로 가려내기 어렵다"며 "이식형 심장박동기 이외에도 대체 청구된 사례가 추가로 발생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의료기기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병원마다 동일한 치료재료라도 분류코드가 달라 업계에서도 물건을 납품할 때 어려운 점이 많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나서 품목코드를 통일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이번 사안처럼 불합리한 수가 구조 위에 통합 물류관리시스템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점, 그리고 언제든지 수가의 10%를 더 취할 수 있는 기존코드의 존재로 이러한 일들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언제든지 열려 있는 셈이다.
복지부와 심평원 8월 중 실사 예고
치료재료 대체청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복지부와 심평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이식형 심장박동기의 대체청구가 서울대병원뿐만 아니라 서울 시내 주요병원을 비롯해 병원계 전체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관련 정보를 수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식형 심장박동기를 수입하고 있는 의료기기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복지부에서 이식형 심장박동기의 관련 품목 하나하나에 대한 수입과 판매실적 등의 자료를 보내달라는 공문이 내려왔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실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복지부와 심평원 관계자 등은 "현재 관련 이식형 심장박동기로 청구된 사안을 일일이 확인 중"이라며 "업체에서 낸 자료와 병원에서 올라온 자료를 비교해 조만간 실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관계자들은 "병원에서 대체청구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환급조치를 내리고, 해당 품목을 납품한 업체에 대해서는 페널티 부과 여부를 판단해 조치를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김수성기자 ss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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